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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3
Chapter 1 둥글게, 둥글게 앉아서 산산조각으로 살면 되지 10 둥글게, 둥글게 앉아서 14 손자가 그리는 ‘효’ 세상 17 큰 나무 24 자연 현상 29 다정, 냉정 그리고 무정 33 실웃음 37 노을역 41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 44 마음 산책 49 Chapter 2 인생을 허허롭게 시장통에 살면서 54 종아리 병상 일지 59 팔자타령 63 잿빛 예찬 67 김 서방과 정 서방 72 포구나무를 그리며 77 떠나가는 고향 83 이발과 미용과 87 산뿌라 이빨 91 족제비가 이웃으로 이사 왔다 95 Chapter 3 소소한 생각 한 조각 소소한 생각 한 조각 100 산동네의 인생 3막 5장 105 내가 만난 시인들 109 남해 단상, 둘 117 해인사 성철 큰스님 121 사육신과 차원부 설원기 126 동심을 돌이켜 추억하다 131 아저씨, 고마우신 아저씨 134 노인 운전에 품은 생각 138 씨름과 스모 143 Chapter 4 꽃 세상, 형형색색 보험과 주례 150 얼룩진 봉투 155 자전거 타기 160 큰 귀로 들어주는 일 165 전선에서, 교단에서 온 손 편지 170 자연은 자연 그대로 174 다문화를 바라보는 눈길 178 가오리 장수와 가오리연 182 친애하는 동생 S 185 통영 기행 이것저것 189 평설 - 이성모 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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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없이 도시의 끝자락으로 내몰려 가난하고 고단했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 탑산 밑 동네 - 신접살림을 차려 아웅다웅 다투며 산 내 초년 인생의 시발지가 이곳이니 잊으려야 잊히지 않는다. … (중략) …
지금 생각하니 가난하게 살던 그때가 실은 좋은 시절이었다. 탑산 동네 어른들은 없이 사는 게 탈이지 다 어질었다. 아이들도 착했다. 이 녀석들은 코 묻은 잔돈이라도 생기면 건빵이나 라면땅을 사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고, 집을 손보려고 벽돌이나 모래 등을 타이탄 트럭이 동네 입구에 부려놓으면 개미처럼 줄을 지어 다 날라다 주었다. 집사람은 마음이 여리다. 이웃에 무슨 변고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그날도 며칠째 때를 굶고 있다는 이웃에 국수 다발을 건넸다. 그 국수 삶은 건더기는 아이들에게 먹이고, 어른은 멀건 국물을 마시며 허기를 면했다며 지금도 옛 이웃을 만나면 그때 일을 들먹이며 눈물짓기도 한다. “가장 잘 사는 것은 겨우겨우 사는 것”이라고 한 동화작가 권정생의 말이 생각난다. 가난하였지만 오순도순 정 나누며 살던 탑산 동네,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립다. --- 「산동네의 인생 3막 5장」 중에서 나도 어릴 때는 꿈 많은 소년이었다. 그 꿈은 항상 돈을 만지는 은행원이 되거나 아니면 교단에 서는 것이었다. 군 복무를 할 적에는 틈틈이 교육심리학을 펴들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결혼을 해서 중앙시장이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터를 잡고 나서는 조그만 가게가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구멍가게라도 갖고 있으면 밥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하는, 소박한 바람으로 바뀌었다. 그 바람이 세상 하직할 때까지 이루어지지 않으면 머리맡에 과자 몇 봉지라도 차려 놓으라며, 술 한잔하고 귀가하는 날에는 집사람한테 부질없는 궤변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가난이 몸서리쳤기 때문이다. --- 「보험과 주례」 중에서 눈여겨보니 노을역도 빈부의 차가 극심하다. 거리에 따라 동네에 따라 다 달랐다. 아무래도 차량이 질주하는 번화가에 있는 노을역의 의자는 더 낡고 충충했다. 어떤 의자는 삐걱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부자 동네의 의자는 등도 펼 수 있는 폭신한 의자도 있었다. 화분을 한두 개 갖다 놓는 등 치장을 한다면 마음 놓고 담소도 나눌 수 있으리라. 길가 어느 곳이나 임시방편으로 노인들 스스로 만들어 놓은 노을역은 허술하기가 이를 데 없다. 날이면 날마다 먼지와 햇볕과 거센 비바람을 맞느라 빛바래지고 있기 때문이다. --- 「노을역」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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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 이유에 관한 끝없는 물음
차상주 작가에게 있어 산다는 건 참으로 좋은 것이고, 활기차게 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 수필은 그가 살아가는 정신과 기분을 한껏 북돋워서 높이는 스승과 같은 존재이다. 그가 글을 쓰는 것은 남을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체득하여 배우는 따끔한 회초리이다. 절망에 발을 들여놓기보다 하루하루가 경이롭다고 눈을 뜨는 자리에 그의 수필이 있다. 근심과 걱정을 안고 사는 인간, 생로병사의 차꼬를 벗어날 길 없는 인간, 그 모든 것 무겁게 여기지 않는 자리에 차상주 작가가 있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지만, 세월의 물이랑 타고 설렁설렁 흐르다 닿으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고 껄껄 웃을 사람이다. ‘조문석사朝聞夕死’라 했다. 아침에 도를 들어 알았으면 그날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였다. 겨자씨만큼 삶의 도를 알아차려 가는 길이 홀가분하고 가벼워서 좋겠다고 할 사람이다. 이번 생에 마지막 책이라고 말하며 원고를 내미는데, 생의 마지막은 있어도 문학의 마지막은 없으니, 껄껄 웃으시며 더욱더 생을 보듬어 한껏 사랑하시라고 말씀드린다. - 이성모 (문학평론가, 창원시김달진문학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