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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4
Episode 1 저 너머에는 숫자의 의미 012 저 너머에는 016 옷에도 표정이 있다 023 자작나무 숲을 만나다 027 인생의 정점 031 봄 036 카사노바의 탄식 040 정원 이야기 044 병실에서 있었던 일 049 그 겨울의 정경 054 가시연꽃 058 여행 064 Episode 2 다림질하는 시간 다림질하는 시간 070 살아 있는 성, 낙안읍성 074 밥 한 끼의 언어 078 생일 선물 082 아카시아꽃 필 무렵 087 광려천 091 감기 095 시어머니의 사진첩 098 슬픔을 건너는 시간 102 단단함에 대하여 107 섬 111 낙엽, 떨어진다는 것 115 Episode 3 아르노강에 비친 사랑 아르노강에 비친 사랑 120 걸레의 꿈 125 정이 130 귀인이 찾아옵니다 134 잠 138 가족사진 142 관계의 온도 146 기준점 150 구름의 이름으로 154 필통 하나 159 노을이 다리를 놓다 163 통영의 봄 167 Episode 4 화장하는 여자 화장하는 여자 172 핑크를 말하다 176 튤립, 바람에 피어난 이야기 179 가는 날이 장날 183 언니 뭐해 187 소나무 191 간장 한 방울 195 지금은 199 그녀의 눈물 203 그릇 208 몬세라트 212 흐르는 물처럼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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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계속 쌓인다. 태어난 날, 집 주소, 주민등록번호, 체중과 나이 그리고 수많은 기념일까지. 삶을 질서 있게 정리해 주는 동시에 마음의 이력까지 고스란히 기록한다. 그것은 객관적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감정이 숨어 있다. 설렘이라는 시작도, 이별이라는 아픔도 함께 품고 있다. 그렇게 숫자는 내 삶에 조용히 쌓여간다.
--- 「숫자의 의미」 중에서 관계에서 생긴 틈, 말 못 할 상처, 지워지지 않는 후회 같은 것들이 마음속 어딘가 구겨진 채로 남아 있다. 조금 구겨졌다고 옷을 버리지 않듯, 인생도 다림질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펴도 펴도 펴지지 않는 주름은 어쩌겠는가. 마음의 주름은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지며 ‘쭉 펴질’ 기다림으로 채워가야지. --- 「다림질하는 시간」 중에서 언젠가부터 주인이 바빠지면서 세숫대야에 방치되는 날이 늘어갔다. 더러운 물이 묻을까 봐 손가락으로 집게를 만들어 들어 올리다가도 내팽개쳐지기 일쑤였다. 한때 ‘수건’으로 다시 태어날 뻔한 적도 있었다. 하얗게 되는 세제로 목욕을 한 후, 몸이 반쯤 접힌 채 건조대에 매달려 있을 때였다. 놀러 온 옆집 여자가 손을 닦으려 하자, “얘, 이건 걸레야”라는 주인의 그 말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삼 나의 이름을 되새기게 되었다. “그래, 내 이름은 걸레다.” 슬프게 되뇌었다. 고귀한 얼굴 근처에는 갈 수 없고 젖은 손도 닦아줄 수 없으며, 그들이 다니는 발밑에서 뒹구는 한낱 걸레임에랴. 물티슈와 첨단 청소기가 있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어둡고 구석진 곳을 닦아내는 건 누가 대신할 텐가. 축축한 채로 생이 통째로 날아갈 듯한 불안감이 들 즈음, 주인의 배려로 새로 태어나는 처량한 삶이지만, 나는 “걸레 없이 살아볼래?”라며 속울음처럼 외친다. --- 「걸레의 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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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점의 첫 작품집에는 풍성하고 넉넉한 글밭이 펼쳐진다. 여행에서 만난 풍경,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 상처와 위안의 흔적들이 마흔여덟 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수필은 향기 있는 삶의 깨달음과 절망을 뛰어넘는 희망을 노래한다. 평범한 삶 속에서도 번뜩이는 기지와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 〈자서〉에서, “기쁜 날에도, 마음이 가라앉은 날에도 글을 써 내려간 문장들이 내 안의 시간을 견디게 한 힘”이었다고 고백한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사랑한 마음을 두고서는 소녀 시절 첫사랑을 소환해 그리움이야말로 삶을 건너는 다리가 되었음을 확인한다. 〈귀인이 찾아옵니다〉에서는 우연히 만난 운세 서비스에서 ‘오늘 귀인이 찾아옵니다’란 문구에 호기심이 생겨 결국 점집까지 진출하지만, 점쟁이의 황당한 예언이 거짓임을 깨닫고는 단호히 거절하는 결단력을 보인다.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하루의 결과는 분명 내 행동이 원인이니까”라며 자신을 다독인다. 송준점의 문장은 섬세하면서도 절제력이 있고 냉정하면서도 따뜻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문학을 사랑하며, 문학의 힘으로 삶을 견인하는 진실이다. 문학이야말로 삶의 위안임을 이 작품집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백남오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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