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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1장 | 꺼래이 | 2장 | 적빈 | 3장 | 빈곤 | 4장 | 멀리 간 동무 | 5장 | 나의 어머니 | 6장 | 소독부 | 7장 | 금계납 | 8장 | 일여인 | 9장 | 푸른 하늘 | 10장 | 낙오 |
박계화(朴啓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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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 갔습니다. 순이(順伊)들은 끌려갔습니다. 마치 병든 버러지 떼와도 같이……. 굵은 주먹만큼한 돌맹이를 꼭꼭 짜박은 울퉁불퉁하고도 딱딱한 돌길 위로……. 오랜 감금(監禁)의 생활에 울고 있느라고 세월이 얼마나 갔는지는 몰랐으나 여러 가지를 미루어 생각하건대 아마도 동짓달 그믐께나 되는가 합니다.
고국을 떠날 때는 첫가을이여서 세누겹 저고리에 엷은 속옷을 입고 왔었으므로 아직까지 그때 그 모양대로이니 나날이 깊어가는 시베리아의 냉혹한 바람에 몸뚱아리는 얼어터진지가 오래였습니다. 순이의 늙으신 할아버지, 순이의 어머니, 그리고 순이와 그 외 조선 청년두 사람, 중국 쿨리(勞動者) 한 사람, 도합 여섯 사람이 끌려가는 일행 이었습니다. '빤즉삿게’를 쓰고 길다란 ‘만도’를 이은 군인 두 사람이 총 끝에다 날카로운 창을 끼어들고 앞뒤로 서서 뚜벅뚜벅 순이들을 몰아갔습니다. 몸뚱아리들은 군데군데 얼어 터져 물이 흐르는데 이따금 뿌리는 눈보라조차 사정없이 휘갈겨 몰려가는 신세를 더욱 애끓게 하였습니다. 칼날같이 산뜻하고 고추같이 매운 묵직한 무게를 가진 바람질이 엷은 옷을 뚫고 마음대로 온몸을 어여내었습니다. 모 - 든 감각을 잃어버린 ‘로보트’같이 어디를 향하여 가는 길인지 죽음의 길인지, 삶의 길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얼어붙은 혼(魂)만이 가물가물 눈을 뜨고 없어지며 자빠지며 총대에 찔려가며 절름절름 걸어갔습니다. “슈다!” 하면 이편 길로 “뚜다!” 하면 저편 길로 군인의 총 끝을 따라 희미한 삶을 안고 자꾸 걸었습니다. 길가에 오고가는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바라보며 어린아이는 어머니 팔에 매달리며 손가락질 했습니다. 그러나 순이들은 부끄러운 줄 몰랐습니다. ‘나도 고국 있을 그 어느 때 순사에게 묶여가는 죄인을 바라보고 무섭고 가엾어서 저렇게 서 있었더니…….’ --- 「꺼래이」 중에서 “네까짓 것이야 단 주먹에 박살이 난다. 속히 내놓아라.” “……” “이년 못 내놓을까?” “……” “이년아, 네 이년아, 이년아, 이년” “……” “아, 저년이 귓구멍이 멕혀 빠졌나? 이년아, 글쎄 돈 오십 전만 내란 말이다.” “……” “오십 전이 없거든 이십 전만 내놓아.” “……” “당장에 뱃대지를 푹 찔러 죽여 버릴 년, 돈 십 전만 내 놓아라 응.” “……” “이년이 그래도, 벼락을 맞지 않아서 근질근질하구나, 돈 오 전이라도 내 놓아라.” “……” “이런 빌어먹을 년이 단돈 오 전도 안 내놓는다? 헛 이년이야…… 에라 이년……” 후닥딱……하며 마누라의 몸은 뜰 가운데가 큰 대자로 엎드러졌다. “이년이 돈 오 전도 없다고 사람의 속을 이렇게 썩인단 말이지. 에이 네 이년.” 연달아 박차고 밟고 두들기고 하다가 나중에는 기운이 빠졌는지 방안으로 뛰어들어가다 떨어져 가는 노란 장롱문을 뚝 잡아떼고 그 안에 든 의복을 되는 대로 방안에 펼쳐 놓으며 그중에 한 가지를 골라잡고 밖으로 뛰어나와 아직껏 뜰 가운데에 자빠진 마누라를 보자 손에 쥔 의복으로 두서너 번 갈기고는 그대로 횡 사라져 버렸다. 마누라는 죽은 사람같이 쭉 뻗고 누웠다가 이윽고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 “도적놈.” --- 「빈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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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애는 식민지 시대의 가난과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서민과 여성의 현실을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한국 근대 소설가이다. 절제된 문체 속에 깊은 정서를 담아 사회적 약자의 고단한 삶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한국 문학에서 ‘현실주의적 서정성’을 보여준 대표 작가로 평가받는다.
꺼래이 극심한 가난과 차별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여성의 삶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생계를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당대 사회 구조의 비극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인간적 고뇌를 포착한 백신애의 대표작이다. 적빈 한 가족이 절대적 빈곤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다. 가난이 인간의 존엄과 관계마저 무너뜨리는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내며 사회 구조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절망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는 인간의 애틋한 감정이 스며 있다. 빈곤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에 내몰린 인물들의 고통이 날것의 감정으로 펼쳐지는 작품이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긴장감 있게 담아내며 가난이 개인의 의지로는 넘을 수 없는 벽임을 보여준다. 시대적 비극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를 깊이 드러낸다. 멀리 간 동무 멀어진 친구를 향한 그리움과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담은 작품이다. 이별과 상실의 정서가 잔잔하게 번지며 사람 사이의 거리가 남기는 여운을 깊게 느끼게 한다. 서정적 분위기 속에 인간 관계의 미묘함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나의 어머니 가난한 시대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살아가는 어머니의 삶을 따뜻하게 그린 이야기다. 회상 속에서 드러나는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주며 삶의 무게와 애틋함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서민적 정서가 돋보이는 백신애의 대표적인 감성 작품이다. 소독부 방역 업무를 맡은 노동자의 고단한 일상을 사실적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도시 빈민 노동자가 겪는 불안과 위험, 그리고 생계의 압박이 명확하게 드러나며 사회적 약자의 삶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시대의 그림자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흔드는지 드러내는 단편이다. 금계납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이 일상 속 위기를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 이야기다. 절망과 희망이 겹쳐지는 복합적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며 여성에게 주어진 시대적 한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조용한 서정 속에 깊은 현실 인식이 스며 있다. 일여인 사회적 편견과 내면의 갈등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 애쓰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삶의 선택이 가져오는 감정의 파동이 섬세하게 묘사되며 여성의 존재가 얼마나 쉽게 억압되는지를 보여준다. 백신애 문학의 현실적 시선이 돋보인다. 푸른 하늘 밝고 넓은 하늘과 무거운 인간의 고민이 대비되며 서정적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희망을 붙잡으려는 인물의 마음이 조용히 흐르며 삶의 갈등과 감정의 흔들림이 부드럽게 포착된다. 자연과 인간 감정의 조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낙오 사회 경쟁에서 뒤처진 인물이 점차 고립되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내면의 절망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인간 소외의 현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시대적 압력이 개인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깊은 단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