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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서문
저자 서문 1장 철학적 윤리학: 선과 악, 과연 상대적인가? 2장 사람 만들기(양육): 쾌락 원리와 현실 원리 3장 교양 쌓기(교육): 자기 이익과 가치감 4장 정의(正義): 나와 타인 5장 심정과 책임: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6장 개인: 언제나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가? 7장 무조건적인 것: 무엇이 행위를 선하게 하는가? 8장 내맡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을 대하는 태도 역자 해설: 경탄인가, 포착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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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은 효용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콜베 신부 덕에 죽음을 면한 남자가 설혹 다음 날 죽어 버린다 해도, 우리는 신부의 선행에 대한 칭송을 거두지 않을 것입니다. 설혹 내일 당장 세상이 망한다 해도, 우정이나 감사를 표현하는 행위는 좋은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에 매우 많은 도덕상의 공통점이 있음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특정 행위 앞에서 곧바로 절대적 가치 판단을 내리는 우리 자신을 경험합니다. 도덕의 보편성과 절대성은 이런 경험을 통해 드러납니다.
--- 「1장 철학적 윤리학: 선과 악, 과연 상대적인가?」 중에서 약 2,500년 전, 올바른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 즉 윤리학이 시작되었을 때 최초로 제기되었던 질문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진정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였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원할 때, 그 원함의 대상 자체를 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다른 어떤 것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을 원하죠. 의사와 강도의 예를 보세요. 모든 당위는 반드시 의욕과 결부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당위를 우리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죠. --- 「2장 사람 만들기(양육): 쾌락 원리와 현실 원리」 중에서 이런 가치 내용이 처음부터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지는 않습니다. 가치 내용은 점진적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간이 자신의 관심사를 객관화하는 법을 배우면, 배운 그만큼만 가치 내용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좋은 음악을 듣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우리는 그 속에서 기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 책을 주의 깊게 읽는 법, 타인을 이해하는 법, 심지어는 와인을 구별하는 법도 배워야 그 속에서 기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3장 교양 쌓기(교육): 자기 이익과 가치감」 중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위와 그 행위의 의미를 일정 정도는 타인에게 납득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삶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여기서 납득이란 비단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의를 얻을 만한 것, 즉 정당화될 만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행위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로부터 정당성을 얻을 만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정당화의 기준에 우리 행위를 맞추려는 의지, 그것을 우리는 정의라고 부릅니다. --- 「4장 정의(正義): 나와 타인」 중에서 결국 문제는, 심정이냐 책임이냐도 아니고 결과를 고려해야 하느냐 무시해야 하느냐도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행위자는 어떤 결과를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즉 행위가 절대 야기하면 안 되는 특정한 결과가 존재하는가, 아니면 당장은 나쁜 결과를 낳는 것 같아도 길게 보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행위라면 허용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 문제는 결국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전통적인 질문, 즉 수단이 나빠도 목적이 좋으면 괜찮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5장 심정과 책임: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중에서 인간은 자신이 한 행위의 의미를 알고, 의식적이면서도 자유롭게 행위합니다. 내가 어떤 행위를 하려 하는데 그 행위로 타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 나는 그 결과를 생각하면서 이 행위가 정의로운지, 내가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스스로 따져 묻습니다. 목전에 닥친 객관적 이해관계와는 잠깐 거리를 두면서, 우리 행위에 상응하는 객관적인 가치 서열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이는 그저 이론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 「6장 개인: 언제나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가?」 중에서 ‘무엇이 행위를 선하게 하는가?’ 이것이 우리의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이렇습니다.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집중할 때 행위는 선해진다.’ 사실 이런 종류의 대답은 언제나 자못 불만족스럽습니다. 애매모호할 뿐 아니라 현실에 적용하기도 어려워 보이거든요. 이런 대답으로는 구체적 상황에 우리가 뭘 해야 할지 정확히 알 수가 없죠. 하지만 뭘 해야 할지를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런 구체적 상황에서 뭘 해야 할지 대부분 이미 알고 있습니다. --- 「7장 무조건적인 것: 무엇이 행위를 선하게 하는가?」 중에서 그러므로 선한 행위는 필연적으로,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믿음, 그리고 선은 결국 선을 낳는다는, 적어도 일반적이자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믿음하에 이루어집니다. 그래야 비로소 선한 행위가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래야 비로소 선한 행위가 지닌 고유한 의미가 세계가 굴러가는 과정 중에 훼손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은 악은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믿음 없이는 존립할 수 없습니다. 이런 믿음이 없으면 우리의 모든 선한 의도는 결국 악에 의해 가로막힐 것입니다. --- 「8장 내맡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을 대하는 태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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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덕”이 뭔지를 “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도덕”이란 곧 “무엇”이라는 어떤 느낌이 있다. 우리가 비록 우리 사회의 모든 법령이나 도덕적 규율을 꿰차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있다. 다시 말해, 비록 우리가 배운 “도덕” 교육에 “도덕적인 것”의 세부 일람과 같은 것은 없고, 그러므로 우리가 그 “도덕적인 것”의 세부 일람을 모두 알지는 못함에도, 우리에게는 어떤 것이 도덕적이고 어떤 것이 비도덕적인지에 대한 어떤 느낌이 있으며, 그런 점에서 “도덕”이 뭔지를 “안다”는 것이다. 이런 말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도덕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그보다는 오히려 문화권에 따라 다른 것이므로, 정말로 “도덕”적인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본다면 거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유대인에 대한 학살과 같은 것은 그것이 당신의 가시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또는 당신의 문화권이 그것을 아무렇지 않은 일로 포장한다고 해서 그 존재가 부정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것에 대해서 문화권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대표적으로 살인이나 아동 학대 같은 비도덕적 행위가 그러하듯이, 도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것은 분명히 구별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는 유대인이나 학살의 존재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는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그 존재를 느낀다. 그리고 그 존재를 “안다”. 비록 그 존재를 암시하는 것은 박물관에 남은 신발들과 소음처럼 깔린 비명 같은 흔적뿐이지만, 우리는 저 너머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도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유대인을 말살하려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해서 그 존재 자체가 없던 것이 될 수는 없듯이, 도덕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자들이 있다고 해서 그 존재 자체가 부정될 수는 없다. 다른 예시로 들어가 보자. 당신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의 도덕적 가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당신은 직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행위가 “좋은” 행위라는 것을 느낀다. 거기에는 어떠한 사전 지식이나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 그처럼, 도덕에도 “좋은 것”은 있다. 나는 지금 어떤 세부적인 도덕 원칙 하나가 “좋은 것”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아는 “도덕” 또는 우리가 느끼는 “도덕적인 것”의 근간을 이루는 “좋은 것”이 있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을 달리 말하자면, 도덕의 근본 개념 또는 도덕의 심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도덕”에 대해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서, “도덕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이때의 “도덕적”이라는 것은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에 티끌이 없다거나 그 모든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우리 행동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확신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나아가 우리 행동의 흠결을 숨기고 싶어 할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한 행동에 대해, 그 당시에는 떳떳했더라도, “좋은 의도”가 늘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기에, 예기치 못한 결과로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처럼 우리 행동의 흠결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하고 나면 자신의 행동이 정말로 옳았는지 반추하고 또 반성한다는 점에서 “도덕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도덕적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 이야기에 답하기 위해서는 앞선 이야기로 돌아가 도덕의 근본 개념 또는 도덕의 심층에 자리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 먼저 물어야 한다. 저자인 로베르트 슈페만은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본서를 8개의 장으로 나누고, 그 장 내에서 도덕의 심층에 자리한 개념들을 하나둘 설명해 나간다. 여기에는 어떤 윤리학적인 전문용어 같은 것은 없다. 왜냐하면, 저자가 본서에서 논하고자 하는 “도덕”이란 어떤 학문적으로 규명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염두에 두고, 가급적 그 실천을 지향해야 하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적이어야 하므로, 그것은 일상어로 쓰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삶의 방향타가 되어야 하므로, 그 도덕의 정의를 뿌리 깊게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슈페만은 이 책에서 도덕의 심층에 자리한 것들을 일상어로 풀어서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종종 던지고는 하는 질문들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쉽게 던져지지만 쉽게 답할 수 없었던 질문들이다. 또 그 질문들은 그것에 대해 답하지 않고는 참된 “도덕”에 관해 알 수 없는 그런 질문들이다. 그 질문들은 곧 “도덕”의 심층, 도덕의 근본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이 이미 익히 알고 있는 그 “도덕”을 더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또는 가끔은 나쁜 생각이나 행동을 하기도 하는 당신이 어떻게 “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맞닥뜨려야 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게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 시작은 무엇보다도 “도덕”을 당신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넣는 것, 즉 당신의 “관심 영역”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