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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봄비는 꽃을 덜기 위해 내려요|거울은 방향을 지시하지 못해요|달밤|별을 씹다|차이|하루|노동의 관절|담배, 이성선의 장백산|잠 청하기|씨앗|정혜사 소나무|그믐|횡단보도가 있는 오후|활|허공에서 내려 본 날들|동굴 기차 2부 거미|기차와 여자|경첩|울지 않는 풍경|사소한 진술|겨울 난간에서|억새들|빗방울의 무게를 재는 일|밖이 궁금해요|고향|시의 길|귀웅젖|부메랑|날 밤|장작불이 듣다|고래|지렁이 울음소리 3부 천둥|진달래|제비꽃|가리봉행 0시의 그 남자|라일락 혁명|미안, 미안|가로등|솥을 걸다|한글날|봄의 눈썹|그 봄|어깨를 밀다|수초|밤의 옆구리|별 마을|드라이클리닝 4부 돌 하나의 죄|안녕, 로리|감자|독감|석양을 보다|예약|화원공원을 걷다|어서 가잔다|싸락눈|백일홍에 들다|가을 빗소리|계상서당을 지나며|낙산의 여운|포로|클라우드 나인|꽃그늘 해설 서정의 본령으로 완주하기 위한 시적 여정_김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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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 (시인)
우리 태권도 용어에 〈품새〉라는 순수국어가 있다. 좋은 우리말이다. 공격과 방어의 기본 기술을 연결한 연계 동작을 이르는 말이다. 서기, 막기, 차기, 지르기 등의 동작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어의 운용도 이 〈품새〉의 연계 동작과 다르지 않다. 대상으로서의 사물, 사유, 감성의 행간을 이 품새의 날램이 제대로 채워져 있을 때 시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이정오 시의 이 〈품새〉가 지니는 연계 동작이 볼 만하다. 이정오는 의미, 이미지, 리듬의 접속과 함량 증가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 연계동작을 〈버리고 놓아 주는 일은/ 완강하고 서늘하다〉(「차이」)는 말로 시에서 밝히고 있다. 바로 차연(差延diffeerance)일 터이다. 이 시집의 표제 「달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는 발견부터가 그 연계 동작의 결과이며 그 자체이다. 〈아기는 달 냄새를 가지고 온다/ 달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달밤」). 이 시집의 표제를 낳게 한 원문이다. 〈아기〉와 〈달〉, 〈여자〉가 하나의 연계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하나의 생명률(生命律)이라는 필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연계동작의 시의 관절이 거기 있다. 서로 다른 것들의 이곳과 저곳의 비의적 통로를 내왕하는 언어를 획득하려는 〈품새〉로 이 시집은 채워지고 있다. 〈봄비는 꽃을 덜기 위해 내려요〉 〈부푼 생각의 꽃잎을 하나 둘/ 솎아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봄비는 꽃을 덜기 위해 내려요」)라든지 〈하얀 별 하나 따서 씹는 입술이 쓰다/ 우주의 맛이다〉 (「별을 씹다」) 또는 〈사다리는 노동의 관절/ 나도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 수세미처럼 관절의 힘을 키웠지〉 (「노동의 관절」)등 좋은 이미지의 접속을 하나의 리듬으로 깔고 있는 시편들이 곧 그 품새의 소산들이다. 꾸준히 달빛의 생명률을 지속, 〈배반과 음모가 없는 터를 찾아〉 〈만삭의 몸을〉 푸시기 바란다. 이승하 (시인) 시인은 촌사람이다. 거친 손을 내밀어 세상을 향해 악수를 청한다. 이 세상은, 세상 사람들은, 사물은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내민 손을 거둬들일 수 없어 손을 내민 그 어색한 자세로 서 있는 사람, 바로 이정오 시인이다. 시적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줄기찬 애정, 변함없는 관심, 섬세한 묘사… 이런 것들이 이 시집이 지닌 가치일 것이다. 몹시 수줍어하면서 이 비정한 세상을 향해 손(시집)을 내미는 시인의 순정에 미소 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