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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시의 전망
서정시의 위력과 광휘 외롭고 휘황한 서정시의 길 생태학적 상상력과 시교육의 방향 시적 상상력과 한강의 변용 양상 서정시의 전개와 현재의 위상 현대시 교육의 반성 2. 시인의 정신과 감각 환상의 지도에서 존재의 탐색까지 - 박목월론 김수영 시정신의 이원성과 그 계승 - 김수영론 폐허의식과 도저한 허무주의 - 이형기론 들끓는 침묵의 모순과 진실 - 정호승론 화엄 세상의 슬픔과 기쁨 - 정호승론 농촌의 삶과 생명의식의 확충 - 고재종론 응집의 시선과 생의 의지 - 최영철론 3. 허위와 진실의 표정 둥근 생명의 원형, 환한 등불 - 정진규의 『일詩』 고통과 희망, 시의 불빛 - 하종오의 『사물의 운명』 좌절과 희망 사이의 진실 - 천양희의 『오래된 골목』 정적의 아름다움과 생의 아이러니 - 노향림의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투명한 물방울, 도덕적 염결성 - 마종하의 『활주로가 있는 밤』 먼지의 길에서 신생의 공간으로 - 김은자의 『세상의 밥상에서』 4. 시의 불빛을 찾아서 절제의 형식과 예술적 염결성 근심과 고요 사이의 서성임 현실적 고통과 참된 서정의 길 마음의 올과 결 시와 삶에 대한 최근의 단상 관념의 때 털어내기 |
李崇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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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의 신작시 다섯 편은 자르고 벼려낸 절제의 각법(刻法)이 매섭다. 대담한 압축과 생략으로 시인의 눈에 포착된 대상의 극점을 보여준다. 그 중 절삭의 도가 가장 높은 것이 『상사화』인데 상사화의 생리를 모르는 나는 시인의 시작메모를 보고서야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절제의 작법은 문인수 시인이 새롭게 뚫고나가 정착시키려는 방법론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의 네 번째 시집 『홰치는 산』에는 이런 유형의 시는 거의 없고 오히려 산문시 형식의 작품,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여러 편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담은 산문시 형식의 작품에도 압축의 미학이 빛나는 것은 뚜렷이 감지할 수 있다.
이녁의 허리가 갈수록 부실했다. 소문의 꼬리는 길었다. 검은 윤기가 흘렀다. 그 여자는 삼단 같은 머리채를 곱게 빗어 쪽지고 동백기름을 바르고 다녔다. 언제나 발끝 쪽으로 눈 내리깔고 다녔다. 어느 날 또 이녁은 샐녘에사 들어왔다. 입은 채로 골아떨어지더니 코를 골았다. 소리 죽여 일어나 밖으로 나가 봤다. 댓돌 위에 검정 고무신이 아무렇게나 엎어졌고, 달빛에, 달빛가루 같은 흰내의 모래가 흥건히 쏟아져 있었다. 내친 김에 허둥지둥 그 여자의 집으로 달려 갔다. 방올음산 꼭대기에 걸린 달도 허둥지둥 따라 왔다. 해 묵은 싸릿대 삽짝을 지긋이 밀었다. 두어 번 낮게 요령 소리가 났다. 뛰는 가슴 쓸어 내리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댓돌 위엔 반듯 누운 옥색 고무신, 고무신 속을 들여다 봤다. 아니나 다를까 달빛에, 달빛가루 같은 흰내의 모래가 오지게도 들었구나. 내 서방을 다 마셨구나, 남의 농사 망칠 년이! 방문 벌컥 열고 년의 머리끄댕이를 잡아챘다. 동네방네 몰고 다녔다. 소문의 꼬리가 잡혔다. 한 줌 달빛이었다. - 『간통』 전문 『홰치는 산』에 들어 있는 이 작품은 이야기 시의 서술성 속에 용해되어 있는 압축의 미덕을 잘 보여준다. 시인의 고향은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용봉리. 그곳 북쪽 머리맡을 지키고 있는 산이 방올음산이고 그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흰내다. 방올음산과 흰내를 터전으로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고향 사람들의 고달픈 삶의 내력을 담채색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시집에 여러 편이 있는데 이 작품도 그 중의 하나다. ---pp.329~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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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생명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일깨워주는 시 비평집
우리 시대에 시는 무엇인가? 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니 뭐니 하는 전자 문화의 맹위 속에 우리 삶의 저변 환경 전반이 날로 기계화되어 가는 시대에서 시적 감수성은 무엇이고, 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가? 전자 문화는 비록 인간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유혹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금속성과 자본의 논리는 이미 우리의 삶 자체를 비인간화시키고 황량한 사막으로 뒤바꾸어 놓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인간주의적 삶의 양태와 감성은 무시되고,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추구하는 시양식은 소외되고 그 존재 의미마저 박탈당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의 다섯 번째 시 비평집『초록의 시학을 위하여』는 이러한 시대의 전자사막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가 본질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바탕으로 생명을 보살피고 북돋는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황폐한 사막으로 끝날지도 모르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시는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우고 초록 등불을 밝히는 일을 자발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말로 '생명주의 문학' '생태환경문학'이란 용어가 있긴 하지만, 저자는 이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주의나 이념이 아닌 몸의 감각으로 체득하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역설하기 위해 '초록의 시학'이라는 말로 그러한 시적 지향을 집약해 놓고 있다. 저자는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김수영, 정진규, 천양희, 노향림, 김명인, 정호승, 하종오, 고재종, 최영철, 김은자 등의 시를 논하고 있다. 저자는 난해한 사변의 곡예나 경직된 사고의 도식화 등 당대 비평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하면서 작품이 일구어내는 감동의 파장을 섬세하게 복원하려는 자세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이 시 비평집을 통해 우리는 전자사막이라 일컬어지는 오늘의 첨단 산업사회에서도 시의 위대한 힘은 건재하며, 시의 위력만이 자아 상실과 인간성 부재의 메마른 삶을 극복하고 생명과 자연이 함께하는 초록의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