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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불편한 아빠와 나
이 길의 끝에 정말 ‘우리 집’이 있을까?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고, 소리 내어 침을 뱉고, 승우가 아끼는 강아지 미루를 함부로 대합니다. 승우의 아빠입니다. 그런 아빠가 툭툭 던지는 말들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승우는 선택적 함구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 둘이 집으로 무사히 갈 수 있을지 불안해 보입니다. 역시나 집에 가는 길에 하나둘 사건이 터집니다. 가족이라지만 어색하고 낯선, 그리고 잘 맞지 않는 듯한, 그런 '불안'으로 가득한 짐을 실은 트럭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 그 길은 아빠와 승우가 앞으로 살아갈 순탄치 않을 인생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그래야 할까 의문이 듭니다. 할머니가 좀 더 승우를 돌볼 수는 없었을까? 그저 아빠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살아야 하는 걸까? 아빠가 볼펜과 메모지를 건넸다. 쓸 말이 없는데...... 나는 볼펜만 만지작거렸다. _ 본문 29쪽 막막한 길 위에서 찾아낸 우리가 가족인 이유 아빠와 승우는 아주 오랜만에 만났지만 서로의 상처를 금세 알아봅니다. 아빠의 짧아진 검지, 아들의 선택적 함구증, 그리고 영영 잃어버린 승우의 엄마. 같이 집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합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아빠는 다른 차 운전자와 시비가 붙고, 휴게소 식당을 시끄럽게 만들어 버립니다. 승우 역시 아빠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그런 승우가 아빠에게도 탐탁지 않아 보입니다. 자꾸 엇갈리는 서로의 말과 행동에 벌써 답답하고 막막합니다. 게다가 트럭마저 고장 나서 멈춰 버리고 잠잘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런데 그 불안한 상황에서 둘은 서로에게 점점 의지한다는 걸 조금씩 알아채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서로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둘은 각자의 방법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저 핏줄로 이어진 관계가 아닌 진짜 가족이 되어 갈 거라는 믿음으로 함께 걷기 시작합니다. 참, 다행이다. 차가 고쳐져서. 또 다행이다. 아빠가 내 말을 잘 알아들어서. _ 본문 56쪽 두 작가가 들려주는 우리도 몰랐던 ‘우리’ 이영아 작가는 우리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한 모호한 아픔, 슬픔 같은 감정들을 글자 하나하나에 살며시 실어 우리 앞에 드러내 주며,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알아,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리고 그 아픔과 슬픔 속에서 우리도 모르게 품고 있던 작은 바람, 희망들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속삭여 줍니다. 그 속삭임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것처럼, 이승희 작가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그림에 새겨 넣었습니다. 그렇게 작가는 수없는 스케치와 여러 기법을 시도하며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평판화 기법 중의 하나인 모노타이프 판화 작업으로 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책을 완성한 지금 그 과정을 돌아보니, 아빠와 아들이 함께할 이유를 말없이 찾아낸 것처럼 두 작가도 글과 그림이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 함께 찾으며 걸어왔습니다. 마치 이 책을 읽게 될, 두려운 길 앞에 선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잘해내야만 했던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