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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브라만의 아들 9 사문들 곁에서 23 고타마 38 깨달음 54 제2부 카말라 63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 곁에서 83 윤회 99 강가에서 112 사공 130 아들 150 옴 164 고빈다 175 |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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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첫 햇살이 방안으로 쏟아졌다. 아버지는 싯다르타의 무릎이 살짝 떨리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싯다르타의 얼굴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그의 두 눈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아버지는 싯다르타가 더는 집에서 자기 곁에 머물 수 없음을, 이미 이 아들이 자신을 떠났음을 깨달았다.
---「브라만의 아들, 21P」중에서 싯다르타는 나이 든 사문 앞에 바짝 다가서서 온 정신을 집중했다. 싯다르타는 나이 든 사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그 사문은 말을 잃었고, 의지를 잃었다. 싯다르타는 말없이 자신의 의지를 그 사문에게 전했다. 나이 든 사문은 말을 잃었고, 그의 눈은 초점을 잃었으며, 그의 의지는 마비되었다. ---「사문들 곁에서, 36P」중에서 그렇게 고타마는 탁발하러 도시로 걸어갔고, 두 사문은 그의 몸가짐에 구석구석 밴 평온함과 표정에 깃든 고요함만 보고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모습에는 무엇을 구하거나 무엇을 욕망하거나 무엇을 모방하거나 애써 무엇을 해보려는 어떤 기미도 없었다. 오로지 빛과 평화만이 감돌 뿐 이었다. ---「고타마, 42P」중에서 그를 둘러싼 세계가 녹아 없어지고 그가 저 하늘의 별처럼 홀로 남겨진 이 순간에, 차가운 절망에 사로잡혀 몸서리치는 이 순간에, 싯다르타의 자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단해졌다. 그는 느꼈다. 이것이야말로 깨달음에 이르는 마지막 전율이요, 이렇게 다시 태어나기 위한 마지막 진통이라고. 이윽고 그는 성큼성큼 다시 걸었다. ---「깨달음, 60P」중에서 잠시 후 하인이 되돌아 와 기다리고 있던 싯다르타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더니, 말없이 어떤 정자로 안내했다. 카말라는 편히 쉴 수 있는 긴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누워 있었다. 하인은 싯다르타를 혼자 남겨 두고서 자리를 떠났다. ---「카말라, 73P」중에서 싯다르타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대와 똑같아요. 사랑을 모르긴 그대도 마찬가지예요. 사랑은 안다면 어떻게 사랑을 기교처럼 행할 수 있겠어요? 어쩌면 우리 같은 부류의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나 사랑을 할 수 있겠지요. 그게 바로 그들이 가진 비밀입니다.”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 곁에서, 98P」중에서 .그녀는 새장 문을 열고 새를 꺼내 날려 보냈다. 카말라는 날아가는 새를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그날 이후로, 카말라는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았고, 저택 문을 잠궈 걸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싯다르타와 함께했던 마지막 만남에서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윤회, 111P」중에서 강가에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야자나무였다. 싯다르타는 그 나무에 어깨를 기대고 한쪽 팔로는 나무줄기를 안은 채 발아래로 흘러가는 푸르른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강물에 몸을 던지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 차오름을 느꼈다. 강물에서 소름 끼치는 공허가 몰려왔다. ---「강가에서, 113P」중에서 싯다르타는 사공과 함께 지내면서 나룻배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나룻배로 할 일이 없을 때면 바수데바와 함께 벼가 자라는 들녘에서 일했다. 땔감을 모으고 바나나를 땄다. 노를 만들고 나룻배를 수리하고 바구니를 짜는 법을 배웠다. 싯다르타는 자신이 하고 배우는 모든 일이 즐거웠다. 하루하루 한 달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사공, 138P」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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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배우려 했던 것은 바로 자아의 의미와 본질이다.”
싯다르타는 그 자리에 붙박인 듯 서 있었다. 한순간, 숨 한 번 내쉴 그 짧은 시간에 심장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작은 짐승 한 마리, 새나 토끼 한 마리가 자신이 홀로 떨어져 있음을 깨달을 때처럼 그렇게 진저리를 쳤다. 여러 해 동안 집 없이 떠돌았건만, 한 번도 그렇게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느꼈다. 더없이 깊은 명상에 빠져 있을 때도, 그는 여전히 아버지의 아들이었고, 고귀한 신분인 브라만이었으며, 또 성직자였다. 이제, 그는 그저 싯다르타, 깨달음을 얻은 자에 지나지 않았으며, 다른 그 무엇도 아니었다. 깊이 숨을 들이마셨고, 한순간 몸이 얼어붙으며 떨린다고 느꼈다. 자신보다 홀로 외로운 사람은 없었다. 귀족이되 귀족과 어울리지 않는 자가 없고, 직공이되 직공과 어울리지 않는 자도 없었다. 모두 같은 부류의 사람과 어울리면서 그 속에서 안식을 찾고, 그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그들과 같은 말로 이야기했다. 브라만이되 다른 브라만과 삶은 함께하지 않는 자는 없고, 고행자이되 사문 무리에서 안식을 찾지 않는 자도 없었다. 의지할 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는 숲속 은둔자조차 혼자가 아니었으며, 자신이 속한 무리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조차 어떤 신분에 속했고 그곳이 바로 그의 집이었다. 고빈다도 승려가 되었고, 수천의 승려가 그의 형제가 되어 그와 같은 가사를 걸치고, 그와 같은 믿음을 품고, 그와 같은 언어로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싯다르타는 대체 어디에 속한 걸까? 누구와 삶을 함께 나누게 될까? 누구와 같은 언어로 말하게 될까? 그를 둘러싼 세계가 녹아 없어지고 그가 저 하늘의 별처럼 홀로 남겨진 이 순간에, 차가운 절망에 사로잡혀 몸서리치는 이 순간에, 싯다르타의 자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단해졌다. 그는 느꼈다. 이것이야말로 깨달음에 이르는 마지막 전율이요, 이렇게 다시 태어나기 위한 마지막 진통이라고. 이윽고 그는 성큼성큼 다시 걸었다. 빠르고 조바심 내며 걷기 시작했다. 더는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아니었다. 더는 아버지에게 가는 걸음이 아니었다. 더는 되돌아가는 걸음이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