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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명에 대하여
2. 집착에 대하여 3. 유목민의 꿈에 대하여 4. 슬픔에 대하여 5. 고독에 대하여 6. 위로에 대하여 7. 민초들의 꿈에 대하여 8. 남성적인 것에 대하여 9. 아름다움에 대하여 10. 영혼에 대하여 11. 여성적인 것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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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라의 거센 물결을 잠재우고자 한 문무대왕. 이런 통치자를 가진 백성들은 복되다. 일제때 개성박물관장을 지낸 고유섭은 경주에 가거든 구경거리로 쏘다니지 말고 문무대왕의 위대한 정신을 기려 대왕암을 찾으라고 기행문에 썼다. 식민지의 탄압 속에서 민족정신이 닫긴 문화재를 지키며 그도 문무대왕 같은 영주를 그리워했으리라.
그의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그가 사모했다는 곳. 나도 사모의 마음으로 일몰의 시각에 대왕암을 찾아가는데 해변 어귀에 들어서자 갑작스런 인파와 소란에 놀란다. 이날이 정월 대보름이라 방생을 하려는 신도들이 단체로 몰려들고 있었다. 인파가 몰리는 데는 으레 그러하듯 오징어, 멸치 등 건어물을 파는 아낙네들과 잡상인들이 줄을 잇고 있어 흡사 장날 같다. 대왕암이 바라다보이는 해변도 설 자리를 찾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진을 치고 정월 보름 행사를 하는 스님 염불소리가 금속성 마이크로 울리는데 가까이서 징소리도 들린다. 군데군데 상을 차려놓고 옛무덤에서 출토된 유자이기 같은 신칼을 든 무당이 남색 쾌자를 펄럭이며 굿을 벌이는데, 상 위의 돼지머리가 대왕암을 향해 코를 치켜올리고 있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서 몇사람이 통에 담아온 미꾸라지들을 던지니 갈매기들이 수면 가까이 날며 먹이를 탐지한다. 할머니는 액막이를 한다고 헌옷가지들을 태우는데, 속곳까지 불길 속에 떨어지며 검은 연기를 뿜는다. 바다를 향해 각기 앉은 사람들은 바람막이로 조약돌을 쌓아 촛불을 지키지만 초는 조약돌까지 시커멓게 그슬리고 파라핀 냄새를 온 바닷가에 진동시킨다. ---pp.153~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