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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왜 그래
끝내 그리워지는 사람에 대하여
봉부아
마누스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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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42위 감성/가족 에세이 top2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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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사랑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1부. 마음이 서툴러서

나의 어머니들
행복의 모양
멍청한 거짓말쟁이
바람이 분다고
부르고 부른 이름
나의 그리마 선생님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것
어느 겨울밤에
얘 머리에 벌레가 있어요
불행이 준 축복
짱구라는 선물

2부. 세상이 그래

새벽 두부 종소리
사흘
체육복과 스웨터
발가락이 닮았다
모순적인 사람
바나나가 덜 달콤했더라면
옆집 아줌마의 한자
조금만 더 기다려줘
그럼 우리는 자매인가요
당신의 아침밥과 저녁밥 덕에
여자들의 연대
우리의 여름

3부. 그리움은 익숙해서

사주를 믿으세요?
나의 보호자
검은 팬티의 날
내 이름 어디에
평범해서 어려운 일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슬픈 도시락
너희는 바보구나
태양과 모자
너의 자리로

4부. 사랑이 왜 그래

너는 누구니
사랑이 왜 그래
비밀이란 없으니까
물 위에 떠서 사는 식물
그리움만 쌓이네
시발, 내 동생
너를 위한 기도
장래 희망은 고아
성묘 가는 길
파란 심장의 아이
여전히 거짓말쟁이
추억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과거의 하루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에필로그 : 뒤늦게 띄우는 편지

저자 소개 1

봉부아(bon bois)는 불어로 ‘좋은 숲’이라는 뜻이다. 숲처럼 모든 것을 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었… 으면 좋았겠지만 실은 ‘봉천동 부자 아줌마’라는 뜻이다. 현실에서는 들을 수 없어 인터넷 세상에서라도 ‘부자 아줌마’로 불리고 싶어서 ‘봉부아’라는 필명을 짓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만나는 분도 다시 뵙는 분도 반갑습니다. 책을 열어주어 고맙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다정함은 덤이에요』와 소설 『그걸 왜 이제 얘기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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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04g | 128*188*16mm
ISBN13
9791194176121

책 속으로

나를 사랑하지 않던 엄마를 연필로 짓이겨가며 쓴 글에는 원망만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 눈물 자국이 말라간 자리에는 다른 모습의 엄마가 보였습니다. 사랑 표현에 어색하던 엄마, 사랑받을 줄 모르던 엄마, 사랑에 서툴면서도 늘 사랑을 갈구하던 엄마가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익숙한 건, 거울 같은 나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사랑받는 줄도 모르고 사랑할 줄도 모르던 나였습니다. 엄마를 다시 만난다면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을 셈이었는데, 그러지 않을 테니 한 번만 돌아와달라고 애원하는 내가 보였습니다. 나는 이렇게나 미련한 사람입니다. 나는 아직도 어리석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미안하단 말을 숨기고 부끄러움 때문에 보고 싶다는 말을 미룹니다. 사람과 시간이 영원한 듯 여깁니다.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바보처럼 나는 오늘 또 얼마나 많은 후회를 쌓아가고 있을까요.
--- p.9

내 아이의 친구들이 가끔 집에 놀러 온다. 한부모 가정의 친구가 있으니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가정사가 어떻든 간에 개인 정보 묻는 건 실례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아이가 신신당부한다. 주책바가지인 엄마가 말실수할까 봐 단단히 입단속을 시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활짝 웃지 않는 아이, 유난히 눈치 보는 아이, 여름에 겨울옷을 입고 있는 아이에 마음이 쓰인다. 내가 비 맞는 아이, 소풍날 김밥 대신 빵을 가져온 아이, 부모를 그리는 미술 시간에 고개 숙인 아이였기 때문이다. “내가 도와줄 건 없니?” 순수한 마음으로 묻고 싶어도 오지랖일 뿐, 원하지 않는 관심은 상처임을 깨닫고 입을 다문다. 나는 호의로 가장한 호기심, 온정으로 꾸민 동정 대신 간식만 가득 담아 아이 방에 넣어준다. 어느 부모의 누가 아니라 그냥 친구로 신나게 놀다 가라고, 맘껏 떠들고 크게 웃으면 슬픔도 희미해진다고 말하고 싶은 걸 참으며 방문을 닫는다.
--- p.69

나에게는 슬픔이자 결핍이기만 했던 기억이 이해와 배려로 바뀌기도 한다. 실핀만 닿아도 깨질 듯한 심장을 가진 이를 알아보거나, 때론 모르는 척하는 게 나은 순간들이 그렇다. 아픔을 겪은 내가 눈물 흘리는 사람을 알아보는 일, 불행이 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 p.70

나는 밥 어머니들 덕에 평균의 키로 자랐다. 이토록 오래 당신의 손맛을 기억하는 아이가 있다는 걸 어머니들은 알까. 당신의 아침밥과 저녁밥 덕에 내 몸 안에 온기가 돌았다고, 당신에게 배고파하는 아이를 모르는 체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는 걸 아시려나. 내게는 당신들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 p.137

그 순간 갑자기, 뒤돌아 앉아 있던 엄마의 등이 떠올랐다. 화나서 붉어진 줄 알았던 얼굴과 피곤하면 자주 터진다는 두 눈의 실핏줄까지도. 아이가 다쳤다는 전화를 받고 얼마나 놀랐을까, 가게의 손님을 내보내고 밤의 고속도로를 달려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가 겪는 사고나 설움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서 가슴을 치지 않았을까. 눈물을 감추려 돌아앉은 뒷모습이, 이제야 알게 된 나의 보호자였다.
--- p.163

“너희가 연예인 따라다닐 군번이냐? 가수가 밥 먹여주냐 이 말이다.”
그때는 목이 꺾이도록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는데,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예, 선생님. 추억이 밥 먹여주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때 친구들 표정은 생생해서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우리는 사랑하고 싶은 나이였고, 사랑할 수 있는 친구와 연예인이 있어서, 암흑 같은 시절을 지나올 수 있었어요.
--- p.187

한복 선배가 가슴에 새기면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는 격언을 들려준 적이 있었다.
‘세 수 앞을 생각하면 지지 않는다.’
나는 아흔아홉 가지 장점에 눈 가리고 한 가지 단점에 형광펜을 칠하는 바보, 아침 꽃을 새벽에 따버리는 멍청이였다. 세 수 앞은커녕, 한 발 앞도 헤아리지 못했다. 나는 당장 소독약의 쓰라림과 봉합이 무서워 찢어진 상처를 벌어지게 놔두는 어리석음을 택했다. 갈등이 두려워 묻지 못했고, 마찰이 무서워 입을 다물었다. 상처는 점점 벌어져 고름에서 썩은 냄새가 났다. 내가 또 한 치 앞도 못 보는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고 느낄 때마다, 은영의 말이 떠오르곤 한다.
“너희는 바보구나.”
--- p.200

“태양이 네 눈을 가리면 뒤로 돌아라. 중력이 널 붙잡으면 가벼운 달로 향하면 돼. 모자로 피하고 선글라스로 가리는 대신, 뒤돌아서 네 길을 가면 되는 거야. 내 인생이 내 거라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 p.206

우리는 이해하려 하지 않고 서로가 이상형이 되기만을 바랐다. 조금씩 어긋났던 우리는 많이 불행해졌다.
--- p.279

나는 옛날 노래 제목처럼 울면서 후회한다. 엄마가 한 선택이 부도덕했을 때, 외면하거나 순응하는 대신 말했어야 했다. 한 번 실패했다고 인생이 망한 건 아니라고. 잘못 탄 버스에서 내려 늦었다고 아무 버스나 타서는 안 된다고. 나랑 같이 걸으면 외롭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야 했다. 그리고… 내 상처도 깊은데 혹시 사과해줄 수 있냐고 묻고, “미안해”라는 말이 어려우면 대답 대신 나를 좀 안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엄마가 벌린 팔에 안겼더라면, 엄마의 마른 어깨에 기대어 울었더라면, 서러웠던 모든 날의 기억이 조금은 지워졌을까. 그랬다면, 우리 사이에 꽃은 피지 않아도, 키 작은 관목이나 이끼 정도는 자라지 않았을까.

--- p.280

출판사 리뷰

중년이 되면, 모든 관계에 초연해질 수 있을까

나이 들어간다고 해서 관계가 단순해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친구의 말 한마디에 서운해지고, 믿었던 사람의 태도에 마음이 흔들린다. 가족과의 거리는 가까워졌다가도 어느 날 다시 멀어진다. 가장 오래된 관계인 부모와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이해할 만큼 이해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문득 떠오르는 한 장면에 또다시 마음이 쓰인다. 서툴고 어긋나기만 했던 부모의 행동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것을 용서해야 하는지조차 여전히 헷갈린다. 그러나 힘든 시절의 기억이 다른 얼굴로 돌아오는 순간이 있다. 아이였을 때는 몰랐던 사정이 보이기도 하고, 이해한다고 말해놓고도 끝내 서운함이 남아 있음을 인정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려 중년이 되어서도 부모를 향한 그리움과 미움, 연민과 원망은 한데 뒤섞인 채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그 순간들을 기꺼이 직면한다. 기억을 덮어두는 대신 다시 꺼내어 문장으로 옮긴다. 나와 부모, 나아가 타인의 마음을 더 이상 모른 척하지 않기 위해서.

누구도 겨누지 않는 사랑의 기록을 위해

이 책을 작업하는 동안 작가는 자주 멈추어 서고 오래 고민했다. 이 기억이 누군가에게 다른 상처로 번지지는 않을지, 독자가 자신의 부모에 손가락질하진 않을지, 지금의 내 가족이 보고 상처받진 않을지, 매 순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글을 여러 번 고쳐 쓰고 문장을 다듬었다.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되 그것이 누군가를 겨누는 화살이 되지 않도록, 반대로 누군가가 자신의 사랑을 보며 고개를 젓지 않도록 섬세하게 글을 매만졌다. 만약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읽는 동안 마음이 동한다면, 그것은 작가가 집필 내내 놓지 않았던 ‘독자’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이 책은 관계 속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흔들리고, 버티고, 자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임을 분명히 한다. 상처의 원인을 특정하거나 책임을 묻기보다, 한 사람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겪은 복잡다단한 감정의 결을 따라간다. 미움과 그리움이 한 몸처럼 얽혀 있는 순간들, 이해와 원망이 함께 발현되는 장면들, 그 모순을 쉽게 정의하려 하기보단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 한다. 결국 이 책은 사랑을 변호하지도, 고발하지도 않는다. 다만 누구도 겨누지 않는 자리에서,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조용히 펼쳐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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