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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방화
02 판도라의 상자 03 지워진 얼굴 04 의문의 사고 05 이상한 대화 06 장례식 07 또 하나의 나 08 조력자 09 산보회 10 호쿠토 의과대학 11 도플갱어 12 식중독 13 의문의 연속 14 분신 15 30년 전 16 기숙사 17 헌팅턴 무도병 18 니트로글리세린 19 납치 20 레몬 하나 21 감금 22 진실 23 협박 24 나를 찾아서 25 모정 26 생물 실험소 27 탈출 28 인간의 의미 29 라벤더 꽃밭에서 옮긴이의 말 |
Keigo Higashino,ひがしの けいご,東野 圭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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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씨. 또 한 명의 나의 분신. 그녀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름밖에 보이지 않는 창문에서 시선을 떼고, 내 두 손을 들여다보았다. 엄지에서부터 순서대로 열 개의 손가락을 구부려 보았다. 전혀 이상한 데가 없었다. 정상적인 인간이다. 생각도 할 수 있고, 책을 읽고 감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인간이 아니다. 다카시로 아키코라는 여성의 복사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런 인간의 존재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 걸까? 루이비통의 이미테이션이 싸구려로 팔리듯, 아무리 귀중한 문서라도 복사본은 간단하게 파기되듯이, 그리고 위조지폐가 화폐로 통용되지 않듯이 내 존재에도 이렇다 할 가치가 없는 게 아닐까? 가치가 있다고 해봐야, 기껏해야 귀중한 실험 결과일 정도다.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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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리코와 닮았겠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그 질문에 나는 스스로 생각해도 의외일 정도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내가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스즈에 선배는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하루코 선배는 나를 침대로 데려다주었다. 집이 그리워진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다음날 밤, 아는 두 선배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골치 아픈 하급생으로 여겨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니, 친어머니잖아? 그런데 딸을 미워하다니,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스즈에 선배가 힘주어 말했다. ---p.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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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신드롬》에서 《분신》 그리고 《레몬》이 되기까지…
처음 이 작품이 잡지에 연재될 때 제목은《도플갱어 신드롬》이었다. 시인 셸리에게는 호숫가에서 자신의 도플갱어(분신)를 만난 다음 날 죽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나와 똑같이 생긴 나를 만나는 이야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는 셸리의 일화에 착안해 처음 제목을《 도플갱어 신드롬》이라 지었다. 하지만 책으로 묶여져 나올 때는《분신, 分身》이라는 좀 더 일본인에게 친숙한 한자로 제목을 변경했다. 국내 번역본에서도 원제를 존중해《분신》이라는 제목을 붙이려 했지만, ‘분신(分身)’ 대신 ‘분신(焚身)’을 연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고심에 고심을 한 끝에 편집부는 작품에 등장하는 레몬의 이미지에 주목하기로 했다. 두 소녀가 서로의 동일성을 인지하는 방법인 레몬. 조사해 보니 레몬에는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하지만 실체는 아무 것도 아닌 불량품, 사이비’라는 속뜻이 있었다. 오렌지와는 달리 레몬은 시큼하기 때문에 그냥 먹기 힘든 데서 비롯된 뜻인데, ‘나와 똑같은 나, 그러나 실체는 다른 나’라는 소설 내용과도 맞아 떨어지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강렬한 레몬의 이미지가《레몬》이라는 제목을 택해도 무리 없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했다는 점을 밝혀둔다. 복제인간인 두 소녀의 숨 가쁜 자아 찾기 -복제된 인간에게도 과연 존엄성은 있는 것일까? 올해 최고의 화제의 인물은 바로 황우석 박사일 것이다. 그의 배아줄기 세포 배양 소식은 난치병 치료와 복제기술을 한 걸음 앞당긴 쾌거라 할 수 있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 이후 우리 국민들은 인간 복제라는 말에 너나없이 친숙해졌고, 또한 난자 제공에 따른 윤리문제를 둘러싼 시시비비에도 첨예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에서 이미 14년 전인 1993년에 인간 복제가 커다른 이슈가 되었다는 사실응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당시 35만부나 팔리며 인간 복제를 둘러싼 논쟁에 불씨를 지핀 작품이 바로 이《레몬》이다. ‘이공계 출신 작가’답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최신 생명공학에 대한 내용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설 속에 녹여 냈다. 그는 단순한 생명 복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명 복제 윤리’ 문제까지 파고든다.《레몬》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다. 더구나 그는 나와 동일한 유전자로 복제된 개체이기에 사소한 취향까지 완벽하게 비슷하다. 머릿속에서 숱한 질문이 펼쳐진다. 나의 기반이 되는 유전자가 같으므로 그는 나의 또 다른 분신(分身)인 것인가? 그와 나를 나누는 경계는 무엇인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인 나의 존엄성은 지켜질 수 있는가? 무수한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한 복제인간 마리코와 후타바, 두 소녀의 숨 가쁜 자아 찾기가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