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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의 셰프
그림엽서 뒷면에 적은 1년치 제철 레시피 사철누드제본, 사철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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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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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우리의 제철 시작해 볼까?

제철 음식 달력



입춘, 봄 기척 (레몬 소금)
우수, 가장 먼저 올라오는 것들 (냉이 패스토)
경칩, 고개를 들게 되는 날들 (봄나물 된장국)
춘분, 밖으로 향하는 마음 (제주 레몬 크림 파스타)
청명, 잠깐 허락된 맑음 (달래 치미추리 소스와 알감자 구이)
곡우, 비를 기다리는 손 (제주 생고사리 파스타)

여름

입하, 머물고 싶은 초여름 (완두콩 후무스)
소만, 불 앞에 서 있는 마음 (양파잼)
망종, 앞서 익어 간 것들 (자두청)
하지, 숨 고르는 시간 (가지 호박 간장절임)
소서, 여름 부엌 (초당옥수수 토마토 살사)
대서, 견디는 더위 (참외 오이 차지키 소스)

가을

입추 - 무화과 (무화과 샌드위치)
처서 - 밤 공기가 달라진 뒤 (수박 가스파초)
백로 - 놓친 것들 (참나물 페스토)
추분 - 아쉬움의 그림자 (연근 새우전)
한로 - 움추리는 시간 (땅콩호박 수프)
상강 - 정해진 속도 (구운 땅콩호박 샐러드)

겨울

입동 - 겨울 준비 (버섯 수프, 세 가지 버섯 페스토)
소설과 대설 - 고요 (배추 굴 크림 수프)
동지 - 가장 깊은 멈춤 (알배추 새우 파스타)
소한과 대한 - 대파 (대파 감자 수프, 대파 잼과 토스트)

입춘, 다시 봄

에필로그, 우리의 계절에게

저자 소개2

화가, 그림책 작가. 수원 행궁동 근처에 머물며 매일 점심 도시락을 싸서 작업실로 출근한다. 허기진 오후 네 시쯤 작업실을 나와 제철 음식을 내는 동네 식당에 간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동네 풍경을 실감하며 그림책 <나의 동네>를 만들었다. 만든 책으로 <조용한 세계>, <새의 모양>, <이불개> 등이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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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식당 요리사. 대파처럼 늘 곁에 있지만 계절에 따라 쓰임이 달라지는 재료를 좋아한다. 제철 음식을 먹고 식물을 돌보는 일이 곧 나를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리는 언제나 하루의 일부이고, 그렇게 쌓여 삶의 대부분이 되었다. 케이크 가게를 시작으로 여러 식당을 열어 음식을 만들다가 지금은 제철 재료 브런치 식당 플랑문을 운영한다. 인스타그램 @flanmoon_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4월 05일
판형
사철제본 ?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64g | 130*184*22mm
ISBN13
9791190314480

책 속으로

어떤 날에는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해진다. 뭔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고, 바꾸고 계획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조용히 머릿속을 흔든다. 그럴 때면 레몬을 하나 꺼내 반으로 자른다. 칼이 껍질을 가르는 순간 튀어나오는 향이 부엌 전체를 단번에 정리해 주는 것 같아서, 특별히 정해 둔 계획 없이 레몬소금을 만든다. 병 하나를 채워 선반에 올려 두고 나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도 마음이 조금 정리되어 있다.
--- 「입춘, 봄 기척」 중에서

제철 채소를 만날 때는 요란하지 않은 마음이 필요하다. 햇볕 아래 충분히 익은 채소는 썰거나 살짝 굽는 것만으로도 제 몫의 맛을 드러낸다. 복잡한 조리법은 오히려 이 계절의 맛을 흐릴 때가 있다. 완두콩은 오래 손대지 않는다. 데치거나 갈아서 질감을 남긴다. 다른 재료를 많이 더하지 않아도 색과 향만으로도 충분하다. 익었는지, 지나치지 않았는지 그정도만 살핀다.
--- 「입하, 머물고 싶은 초여름」 중에서

부엌에서는 연근을 자주 만지게 된다. 긴 여름이 끝나갈 즈음, 진흙 속 연근은 조용히 단맛을 키운다. 나는 일부러 흙이 잔뜩 묻은 연근을 고른다. 말끔하게 씻겨 166 나온 것보다 막 연못에서 꺼낸 듯한 것이 이 계절에 더 어울린다고 느낀다. 물에 담가 흙이 부드럽게 풀리기를 기다렸다가 채소 솔로 천천히 문지르면, 부엌에 흙 향이 퍼진다.
--- 「추분, 아쉬움의 그림자」 중에서

대파 수프는 허기보다 피로에 더 잘 들었다. 너무 차갑고 바빴던 날, 너무 신경을 곤두세운 날에 먹으면 마음이 따라 느슨해졌다. 따로 먹을 반찬도 필요 없고, 그저 큰 그릇 하나로 조용히 한 끼를 끝낼 수 있는 점도 좋다. 꼭 정성껏 밥상을 차리지 않아도 괜찮다. 약간의 시간을 들여 만들어 둔 잼 한 병, 수프 한 냄비면 겨울 내내 따뜻하고 달콤한 식사를 이어 갈 수 있다. 나를 위해 조금의 시간을 쓰는 일이, 이 계절에는 가장 현실적인 위로가 된다. 소박한 대파 한 단이 겨울을 건너는 방식처럼.

--- 「소한과 대한, 대파」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저자의 말 (그림책 작가 이미나)

저는 화가입니다.

매일 계란프라이와 간장, 들기름을 넣은 점심 도시락을 싸서 작업실에 갑니다. 이른 점심을 먹고 그리다 보면 오후 세네 시쯤 배가 고프고 그리는 속도는 느려집니다. 혼자 작업하다 찾아오는 걱정과 불안은 허기질 때 더 강해져서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은 어떤 걸까 늘 궁금했어요.

작업실 주변 거리를 걷던 어느날, 동네에 새로 생긴 식당에서 제철 재료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를 만났어요. 허기진 오후 네 시에 저는 가끔 그곳에서 속을 든든히 채웠고, 우리는 우정도 키워 갔습니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일과 생활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지만, 우리는 여전히 만나서 계절을 닮은 음식을 나눠 먹고 뿌듯해하곤 합니다.

제철 재료는 선명한 색과 모양을 가져서 저는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화가인 제가 엽서에 그림을 그려 건네면 요리사인 언니는 답장처럼 한 편의 레시피를 적었습니다. 봄이 막 시작하는 달에는 샛노란 제주 레몬, 뜨거운 계절에는 수박으로 만든 요리, 가을빛을 닮은 땅콩호박, 겨울의 눈처럼 하얀 대파가 엽서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제철마다 부지런히 재료를 찾아서 먹고 만들며 갈무리한 스물네 장의 편지는 일 년이 지나 계절의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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