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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펴내며 | 기억의 문을 두드리며
얼어붙은 노을 밀려오는 잿빛 구름 폭풍 속으로 사불고死不顧의 폭기성 일렁이는 바다 파들파들 눈이 내렸다 암흑의 바다 건너 꼬리무는 상념 비애의 그림자 기막힌 세월 산사람들 하산 살얼음판 위의 날들 옅은 목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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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되어 산으로 간 사람, 스스로 산으로 간 사람
같은 시대, 다른 선택, 그러나 같은 운명 이념이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로 다시 쓴 4·3 이 책은 채진규와 이명복이라는 두 인물의 삶을 중심으로 4·3을 다시 구성한다. 한 사람은 무장대에 납치되어 산으로 끌려갔고, 다른 한 사람은 시대의 모순과 폭력에 맞서 스스로 산으로 들어갔다. 출발점은 전혀 달랐지만, 두 사람은 결국 동일한 시대와 동일한 폭력의 구조 속으로 편입된다. 저자는 이 두 인물의 삶을 교차시키며 개인의 선택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그리고 그 선택이 과연 개인의 의지였는지 아니면 시대가 강요한 결과였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특히 이 과정은 단순한 서사적 재구성이 아니라, 30여 년 이상 4·3의 현장을 취재하며 축적해온 증언과 기억, 사료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높은 밀도를 갖는다. 4·3은 사건 이후에도 제주와 일본에서 살다간 이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의 삶은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국가 폭력과 사회 구조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고 뒤흔드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다. 이 책은 ‘누가 옳았는가’라는 판단의 문제를 넘어 ‘그들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이 질문은 독자를 역사 바깥의 관찰자에서 역사 내부의 참여자로 이동시킨다. 이 책은 인간이 인간에 가한 폭력을 통해 인간성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한편 국가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지롤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특정 사건이 아니라, 해방공간의 폭력과 인간이 그 안에서 어떤 선택을 강요 받는지를 드러내는 보편적 조건이다. 4·3은 여기에서 특정 지역의 사건을 넘어 인간의 문제로 확장된다. 1992년 다랑쉬굴, 세상 밖으로 나온 유해 그러나 진실은 다시 봉인되었다 발굴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4·3 이 책의 출발점은 1992년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유해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던 4·3의 참상을 드러내며 사회적 충격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진상 규명 운동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사건을 단순한 ‘발견’의 역사로 보지 않는다. 유해는 유족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서둘러 화장되었고, 바다에 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진상 규명 요구는 차단되었고, 사건은 다시 침묵 속으로 밀려났다. 저자는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4·3이 과거에 끝난 사건이 아니라, 이후의 처리 과정에서도 반복된 구조임을 드러낸다. 즉, 폭력은 단지 물리적 학살에서 끝나지 않고, 기억을 통제하고 진실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지속된다는 것이다. 다랑쉬굴은 과거의 비극을 보여주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현재 어떻게 기억을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 된다. 이 책은 이 사건을 통해 4·3을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문제로 다시 위치시키며, 기억과 기록, 그리고 국가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작인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를 통한 4·3의 이해,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를 통한 4·3의 체험, 그리고 『4·3, 아카이브로 본 역사』를 통한 4·3실체의 객관적 확인! 이해·체험·기록, 세 권으로 완성되는 4·3, 한 저자가 30년 동안 구축한 결정적 4·3 독서 체계, 하나의 역사, 세 개의 시선으로 마주하다 저자는『4·3, 기억의 폭풍 속으로』와 함께 『4·3, 아카이브로 본 역사』를 함께 출간했다.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가 인물의 삶을 통해 4·3을 체험하게 하는 책이라면, 『4·3, 아카이브로 본 역사』는 기록과 자료를 통해 그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는 책이다.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가 그 시대, 그 사건 속에서 직접 살아낸 두 사람의 삶 속으로 독자를 뜨겁게 이끈다면, 『4·3, 아카이브로 본 역사』는 4·3의 전사부터 직후까지를 보여주는 실재 기록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 두 권의 책은 서로 다른 층위와 온도, 시선을 통해 같은 사건에 접근함으로써 입체적으로 실체를 드러내며, 나아가 온도를 보완한다. 2023년에 출간한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를 통해 사건의 구조를 이해한 독자들은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인간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구체적으로 체감하며, 『4·3, 아카이브로 본 역사』를 통해 마주한 기록으로 실체를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삼중의 독서 경험으로 4·3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시도는 4·3을 바라보는 새로운 독서 체계를 제시하고, 하나의 역사에 대해 복수의 접근을 동시에 제시하는 매우 드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세 권의 책을 한 사람의 저자가 30여 년에 걸친 취재와 연구를 기반삼아 펴냄으로써 다양한 매체가 범람하는 이 시대, ‘책’이 갖는 유일무이한 역할을 증명해낸 것 또한 이 책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역사가 된 저자 허호준의 30여 년 추적과 연구의 총집성! 집요함과 치밀함으로 쌓아올린 시간의 축적물 허호준은 1989년부터 30여 년 동안 4·3을 취재하고 연구해온 저널리스트이자 기록자다. 그는 기자로서 현장을 누비며 생존자와 유족의 증언을 기록했고, 연구자로서 사건의 구조와 의미를 분석해왔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와 경험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을 넘어 하나의 시선과 문제의식을 형성한다. 전작인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가 그 축적의 첫 번째 결실이었다면, 이번에 동시 출간한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 『4·3, 아카이브로 본 역사』 두 권은 그 작업이 도달한 또 하나의 완성형이다. 한 주제를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기록을 축적해옴으로써 그가 거둔 성취는 4·3에 관한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결과물을 독자에게 상재했다는 의미는 물론이고, 하나의 사건을 두고 그 폭과 깊이를 스스로 확장시킨 축적물이라는 의미를 부여 받아 마땅하다. 전작과 더불어 동시에 출간한 두 권은 시간과 기록이 축적되어 형성된 결과물이자, 4·3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이며, 역사를 바라보는 후대의 자세와 태도를 복기하는 마중물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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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문장을 따라가노라면
당신의 심장은 어느덧 뜨겁게 뛰기 시작할 것이다. 분노로, 죄책감으로, 그리고 감사로.” “기록물이란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복원하는 것이라 여겼다. 거기에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 하는 건 소설의 역할이라 믿었다. 내가 틀렸다. 이 책은 4·3 사건의 단순한 복원이 아니다. 처음 몇 장을 읽는 순간 당신은 1948년 12월 18일, 억새 무성한 다랑쉬오름을 오르고 있을 것이다. 끝없이 퍼붓는 눈보라의 복판, 다랑쉬굴 앞에 서 있게 될 것이다. 그날, 남자 여덟, 여자 셋이 다랑쉬굴에 웅크린 채 죽음을 맞았다.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역사의 격랑에 휘말린 그들은 자신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날, 다랑쉬굴 속 시신을 수습한 이가 있었다. 채진규 님이다. 그날, 산에는 또 다른 꿈을 꾸었던 이가 있었다. 이명복 님이다. 두 사람은 산에 있었으나 서로 다른 꿈을 꾸었고, 이후 다른 삶을 살았다. 이미 80년도 더 지난 일이라고 해서 4·3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그 시절 그 사람들이 흘린 피의 덕분이다. 이 책의 문장을 따라가노라면 내가 그랬듯 당신의 심장은 어느덧 뜨겁게 뛰기 시작할 것이다. 분노로, 죄책감으로, 그리고 감사로.” -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