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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들어가며 1부 공公-세상의 모든 것은 잠깐 모여있을 뿐 반야심경, 제주의 노래 2부 적寂-소란함이 가라앉은 고요한 마음 상태 할머니의 마당에서 시작된 세계 이름에 관한 단상 경험을 따라 흐르는 작품 색즉시공 공즉시색 서울을 떠난 이유 종교와 세속 벗, 흙이 되다 3부 멸滅-괴로움과 집착이 사라지다 제주로 향하다 제주에 빠지다 작업실을 옮기며 범신의 세계 사그라지지 않는 생명력에 관하여 낙원으로서의 제주 비현실을 닮은 현실 유토피아를 그리는 마음 4부 여여如如-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이동 아닌 도달 : 평면에서 입체로 잘 모르겠다는 말에 대하여 중도라는 태도 일체유심조, 심외무법 미공개작 작가 연보 |
李曰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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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쓸고 가면/ 모래는 또 다른 무늬를 만든다./ 어떤 무늬는 오래 남고,/ 어떤 무늬는 금세 사라진다./ 사람의 하루도 그런 무늬로 덮여있다./ 남는 것과 사라지는 것 사이에/ 옳고 그름은 없다./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 p.27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려 애썼고, 중심에 서 있으되 그 자리에 고정되지는 않으려 했다. ‘생활 속의 중도’라는 말도 결국은 그렇게 살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거창한 철학이라기보다는, 매번 극단을 피해 돌아오려는 습관 같은 것이다. --- p.57 큰 달 아래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보고 있노라면, 가족도 없는 집으로 왜 가나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외로움이 길어지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다짐 같은 게 남아 있었다.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작업도 달라질 수 없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몸을 움직였고 제주에 머물렀다. --- p.86 아무리 작은 미물도 인연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상. 형식의 한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가지만 고집하는 것은? 나는 그저 자유로 향하고 있다. --- p.109 하지만 내가 바라는 관람의 방향은 조금 다르다. 의미를 찾기보다 먼저 보는 일, 판단하기보다 잠시 머무는 일이다. 그림은 설명을 들은 뒤에야 열리는 문이 아니다. 이미 열려 있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면 된다. --- p.130 자연은 내게 위안에 그치지 않는다. 작업이 막힐 때마다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스승에 가깝다. 내가 너무 복잡해졌을 때, 자연은 언제나 단순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그 앞에서 다시 숨을 고른다. --- p.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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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을 오래 바라보다 보니 새로운 인연이 생기면 또 다른 인연이 사라지고, 조건이 바뀌면 삶의 모습 또한 달라진다는 너무도 당연한 이치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말해온 연기(緣起)였고 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려 애써온 바른 도리, 즉 중도(中道)의 삶이었다.” 2026년 봄, 이왈종 서울을 거쳐 제주로 향한 이왈종 화백. 수묵을 중심으로 흑과 백이던 그의 화면은 어떻게, 화려한 색채와 생명력을 지닌 작품으로 향할 수 있었을까. 예술을 향한 열망 하나로 자신을 제주로 옮겼던 청년 이왈종은 어떻게, 작업이 이끄는 곳으로 그저 몸을 맡기는 자연스러움을 지닐 수 있었을까. “제주라는 구체적인 삶의 자리 안에서, 중도는 더 이상 관념이 아니라 눈앞의 풍경이 되었다. 이 섬의 풍경은 예술을, 그리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높은 건물과 화려한 조명이 아닌, 바람과 들에서 풍요가 온다니.”(99p) 제주 생활 40년을 바라보는 화백에게 제주의 풍경은 여전히 놀라움이자 축복이다. 이는 제주가 지닌 생경한 자연이 뿌리이나, 사슴과 물고기, 사람과 자동차, 자연과 문명을 한 화면에 등장시키는 화백의 시선에도 몫이 있다. 이왈종의 ‘중도(中道)’는 그렇게 탄생한다. 화백이 풀이한 『반야심경』, 그곳에 깃든 제주의 풍경은 생활과 예술을 구분하지 않는 균형의 증거이다. 화백은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그 산뜻한 리듬과 다채로운 작품을 만나보자. 따스한 제주의 숨이 당신의 일상에 자그마한 쉼을 불어넣을 것이다. “꽃과 새, 물고기와 노루, 일상의 사소한 풍경들을 그리며 내가 전하고 싶었던 말은 언제나 하나였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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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왈종 화백이 우직하게 밀어 온 삶과 예술의 기록이다. 그는 말한다.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이 메시지는 화백이 작품에 담아온 ‘중도(中道)’의 참뜻이자, 자신을 옥죄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듯한 위로이다. 이제 페이지를 넘길 차례다. 왈종 화백의 천진한 작품 사이로 불어오는 서귀포의 맑은 바람을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란다. -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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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그 인간의 다양성과 평범과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인생을 모은 사람이 있다. 그들의 삶을 긍정의 방향으로 안내하므로 자신의 삶을 옳다고 여기게 하고 싶어 애쓴 찬란한 그림들이 있다. 중도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봄과 가을, 겨울과 여름을 다 아름답게 보는 것이다. 깊은 것과 낮은 것은 다른 의미로 좋다. 인간 안에는 선과 악, 빛과 그림자, 만남과 이별이 함께 있기에 그 사이를 벗어날 수 없는 숙명으로 알고 너그럽게 걸어가자는 것이다. - 정용철 (좋은생각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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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멈추고, 바라보다가 다시 읽게 되는 경험. 반복되는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주문은 체념이 아니라, “흔들림이 곧 무너짐은 아니다.”라는 단단한 긍정에 가깝다. 억지로 쥐려 할수록 상처 입는 마음을 놓아주는 연습, 그리고 놓아줄 때 비로소 단단해지는 역설.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건네는 가장 현시적이고도 깊은 위로일 것이다. - 정우철 (전시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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