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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두 세계
제2장 카 인 제3장 예수 옆에 매달린 강도들 제4장 베아트리체 제5장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분투한다 제6장 야곱의 싸움 제7장 에바 부인 제8장 끝의 시작 작품 해설 역자 후기 |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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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들이 교차하며 만나는 중요하고도 독특한 접점, 단 한 번만 교차할 뿐,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 접점이다. 바로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살아 숨 쉬며 자연의 뜻을 실현하는 한, 기적처럼 경이로운 존재, 주목을 받아 마땅한 존재다.
--- 「서문」 중에서 ‘평범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편한 대로 보려 하고,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카인의 자손은 ‘표식’을 가졌다, 그래서 그들이 무섭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해져 온 거야. --- p.49 다시 말하지만 나는 네가 좋아. 너한테 관심이 많다고. 그래서 지금 네 속마음을 읽어볼 거야. --- pp.62-63 그는 아이들을 밀치며 앞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맨 뒤에 서서 그는 예의 그 편안하면서도 기품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그만 지을 수 있는 표정으로. 그의 눈길은 말의 머리에 꽂혀 있었다. 그 눈빛은 다시금 그 깊고도 침착한, 어딘지 모르게 광기 어린 것 같으면서도, 감정을 전혀 섞지 않은 집중력을 자랑했다. --- p.83 하나님을 만물의 아버지라 떠받들면서, 생명의 기반인 성생활은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게 윽박지르고, 악마의 유혹이자 빠져서는 안 될 죄악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 여호와 신을 섬기는 거야 반대하지 않아, 조금도. 하지만 나는, 우리가 ‘모든 걸’ 성스럽게 여기고 섬겨야 한다고 생각해. 인위적으로 갈라놓은, 공식적인 반쪽만 섬기지 않아야 해! --- pp.98-99 술에 취해 오물 구덩이에서 뒹굴지 않았다면, 심신이 마비되어 길을 잃고 헤매지 않았다면, 인생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하는 지금 나는 전혀 다른 사람, 순수함을 열망하고 거룩함을 갈망하는 사람이 안 되지 않았을까? --- p.139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분투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은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p.147 “태어난다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죠.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 분투하는 걸 보세요. 돌이켜 보며 이렇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길이 그처럼 어려웠나요?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기도 하지 않았나요?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고 있나요?” --- p.231 “너 아직 프란츠 크로머를 기억해?” 그가 물었다. 나는 눈을 끔뻑하며 미소 지었다. “어이, 꼬마 싱클레어, 조심해! 나는 이제 떠나야 해. 아마도 너는 다시 내 도움이 필요하게 될 거야. 상대가 크로머든 누구든. 네가 나를 부른다 해도 이제 더는 말이나 기차를 타고 달려올 수 없어. 그럴 때는 네 안의 소리를 잘 들어. 그럼 너는 내가 이미 네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알았어? 아, 하나 더! 에바 부인이 네가 힘들 때면 너에게 키스를 전해 달라더라. 그렇게 말하며 어머니는 나에게 키스를 해 주었어……. 눈 감아, 싱클레어!” --- p.2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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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깨고 날아라
20세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성장 소설의 고전 누구에게든 주어진 진정한 소명은 자신의 자아를 찾는 일, 자기 자신으로 살아 내는 인생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만난 이상의 여성, 에바 부인에게 싱클레어는 이렇게 묻는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인생길을 찾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요?” 에바 부인이 답한다. “태어난다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죠.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 분투하는 걸 보세요.” 새는 왜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분투해야 할까? 사람은 왜 자신에게 맞는 인생길을 찾아,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그대로 인생을 살아야 할까? 그것이 그토록 어려운데도. 싱클레어는 너무 괴로운 나머지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거두어야만 하는 게 아닐까” 고민했다. 간신히 도착한 낙원 같은 에바 부인과 데미안의 정원에서의 생활은 전쟁으로 끝나고, 에바 부인은 싱클레어를 떠나며, 데미안은 죽어 사라진다. 데미안의 마지막 말처럼, “네 안의 소리를 잘 들”을 것이 아니라 그가 그토록 배격하던 공동체 정신, 공동의 이상을 물려받는 것이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에 가깝지 않은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바꿔 말하면, 날개가 없으면 추락할 일도 없다. 나는 내 안에서 우러나는 욕구, 나 스스로 원하는 바로 그런 인생을 살고 싶었다. 왜 이것이 이다지도 어려웠을까? _154쪽 싱클레어의 삶은 외로움이 짙게 깔려 있다. 어린 시절, 프란츠 크로머의 괴롭힘은 성인이 되어서도 끝내 말할 수 없는 큰 상처로 남았다. 그런데 이 괴롭힘의 원인이 되는 거짓말을 하게 된 경위가 흥미롭다. 다른 아이들이 “처음부터 쟤는 딴 세상 사람이야 하며 나에게 노골적으로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진학한 기숙 학교에서도 “처음부터 존중도 관심도 받지 못하는 외톨이 신세”다. 기숙사 선배인 알폰스 베크와도, 같은 외톨이 신세인 크나우어와도 동질감을 느끼지 못한 싱클레어는 길가에서 우연히 본 소녀의 그림을 그리며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에게 동질감을 선사해 주는 유일한 존재인 데미안은 그를 구원하기는 하지만, 특유의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에게 과제를 안겨 준다. 알 속에서 안주하지 말고, 깨고 나오려 분투하라고. 자신에게 맞는 인생길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이유,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 그토록 힘든 이유는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없는 것은 에바 부인의 말처럼 영원한 안식처는 없기 때문이며, 데미안의 말처럼 “네가 나를 부른다 해도 이제 더는 말이나 기차를 타고 달려올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으로, 보호받는 사람에서 보호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알맞은 시간 안에 자신의 내면을 바로 세우고 자신에게 맞는 인생길을 찾지 못한다면 보호해야 할 사람이 보호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외롭고 아픈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지연하거나 회피한 결과, 전쟁이 일어난다. 비극이다. 하늘의 별이 그의 내면에서 반짝였다. 그 빛은 그의 영혼이 발하는 빛이었다. 그는 한 여인을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찾아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개 사랑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는다. _244쪽 전쟁의 반대편에는 사랑이 있다. 에바 부인은 사랑은 부탁하는 게 아니며, 끌리는 게 아니라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선물로 주어지고 싶지 않아요. 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어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을까? 그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아픔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랑은 부탁하고 요구하는 사랑, 끌리는 사랑이다. 누군가를 자신의 구원자로 삼아, 그에게 자신의 십자가를 대신 지게 하는 것. 그런 사랑은 자신의 삶을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의탁하는 것이므로 사랑하면서 자신을 잃게 된다. 또, 만물이 유전하기에, 데미안이 항상 찾아올 순 없기에 금방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하지만 자신의 자아를 찾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 없이, 자신의 삶을 나눌 수 있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 그것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사랑을 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선악 이분법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그릇된 죄악감을 갖지 않고 자신을 직시하고, 그 속의 욕망까지 인정하는 것. 프란츠 크로머의 괴롭힘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 내는 것.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 위에 나만의 꿈을 찾아 전력으로 좇는 것. 누군가에게 끌리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전쟁을 막고 사랑을 키우는 방법이다. 붕대를 다시 감는 일은 아팠다. 이후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아팠다. _270쪽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분투가 필요한 일이다. 에바 부인이 묻는다. “그 길이 그처럼 어려웠나요?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기도 하지 않았나요?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고 있나요?”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 새는 알이라는 감옥에 갇혀 죽는 수밖에 없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해야 하는 자아실현은 괴롭고 어렵다. “자기 자신이 되려고 시도하는 모든 인간은 외롭다.” 하지만 알을 깨고 나오려 분투하는 새는 아름답다. 마침내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왔을 때,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혼자 힘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