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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첫 번째 편지 두 번째 편지 세 번째 편지 네 번째 편지 다섯 번째 편지 여섯 번째 편지 일곱 번째 편지 여덟 번째 편지 아홉 번째 편지 열 번째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 대하여 작품 줄거리 및 해설 |
Rainer Maria Ril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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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여기에 담긴 열 통의 편지들이다. 이들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살았고 창조해 냈던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며, 지금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성장해 나갈 수많은 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더욱이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존재하지 않을 위대한 자가 이야기할 때 우리같이 작고 미약한 이들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법이다.
젊은 시인이여, 그렇기에 저는 당신에게 이렇게만 조언하겠습니다. 당신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당신의 삶이 피어오르는 밑바닥을 살펴보십시오. 창작을 계속해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에 관한 물음의 해답은 당신 삶의 원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랑은 수천 배가 되어 당신에게 되돌아올 것입니다. 당신의 삶이 어떠한 모습이든, 이 사랑은 당신이란 존재를 형성하는 온갖 경험, 실망, 즐거움 등의 실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 가닥이 되어 줄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예술 작품은 끊임없는 고독에서 비롯되어, 비평으로는 범접할 수 없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이들을 품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 공평할 수 있는 것도 사랑뿐입니다. 당신의 마음속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에 인내심을 가지십시오. 의문 역시 아주 낯선 언어로 쓰인 책들이나 굳게 닫힌 방처럼 사랑하십시오. 지금은 해답을 찾지 마십시오. 아직은 이들을 당신 삶 속에 녹여 낼 수 없기에 아마도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내는 것입니다. 지금은 질문들을 당신 삶 속에 녹여 내십시오.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오로지 고독, 엄청난 내적 외로움뿐입니다. 내면으로 들어가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으면서 고독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 간의 관계를 아무런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러한 관계를 살아가 보고자 시도하는 우리에게는 본보기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소심한 시작을 돕고자 하는 것들은 시대적 변화 속에 분명 존재합니다. 고통과 굴욕 속에 성숙해진 여성의 이러한 인간성은 그들의 사회적 지위 변화와 더불어 ‘그저 여성’이라는 관습들을 떨쳐 버릴 때 명확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또한, 그런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여전히 느끼지 못하고 있던 남성들은 이에 경악하며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언젠가는 남성의 반대말이 아니라 그 이름만으로도 완전하고 온전하며, 어떤 보충이나 한계 같은 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오로지 삶과 존재만이 떠오르는 소녀들과 여성들, 즉 그저 한 명의 인간인 여성으로서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유년기의 삶이 ‘어른의 삶’을 얼마나 갈망해 왔었는지를 당신은 기억하고 있습니까? 어른의 삶을 넘어 더욱 위대한 삶을 갈망하고 있다는 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삶은 어려워지는 걸 멈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성장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축제 기간에 저는 당신을 자주 생각했습니다. 저 거대하고도 황량한 산맥 사이에 있는 고요한 요새 속에서 당신이 얼마나 조용히 지내고 있을지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거센 남풍이 산을 커다란 덩어리째로 삼켜버리기라도 할 듯 몰아치고 있겠지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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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본질과 창작의 원천, 불안정한 세계를 향한 시선
『말케의 수기』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등의 대표작보다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서간집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한편으로 국내 시인 김춘수, 정지용에게 영향을 줬을 정도로 우리나라에 친숙하고도 큰 영향을 끼친 그는, 20세기의 대표 독일어권 시인이기도 하며 실존의 고뇌를 번민한 초기 실존주의 대표 시인이기도 하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 국적의 시민인 동시에 독일어를 사용하는 쓰는 프라하의 소수민중 계층 출신의 릴케는 다층적인 배경에서 나고 자랐다. 본질적으로 한 곳에 소속될 수 없었던 릴케에게 고독은 일상이자 그의 예술적 원천이었고, 동시에 시인으로서 살아가야만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이 서간집은 릴케의 시풍과 시의 세계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보다 명확하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표지 역할을 한다. 시에서는 은유와 비유로만 드러나던 것이, 카푸스라는 시인 지망생을 향한 애정 어린 충고 속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현대는 개인의 근간이 흔들리는 시대이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점점 더 늘어나지만, 정작 본질적인 교류는 줄어들고 고립되는 사회이다. 이러한 우리에게 고독이란 친숙하고도 낯설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면 유튜브 쇼츠를 보거나 스마트폰에 탐닉할 뿐, 고독 속에서 진지하게 나 자신의 원천에 대한 사유는 하지 않는다. 이러한 우리에게 릴케가 선사하는 ‘고독’의 맛은, 감미로우면서도 쓰디쓴 에스프레소 같다. 에스프레소가 단순한 기호품에서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변모하였듯, 우리 또한 고독을 일상에 꼭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