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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통해 쓰는, 어느 슬픈 증언
유년시절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던 생존자이자 소설가가 쓴 자전 소설 혹은 회고록. 끝날 수 없는, 잔인한 트라우마를 실험적이고 지적인 방식으로 돌파했다. 2023년 페미나상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작품.
2026.04.10.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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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초상화들
내 강간범의 초상화 그의 초상화 그래서 다시 그리는 초상화 〈혀끝이 세 발짝을 떼고〉 희미한 불빛 속, 어느 방 그에게 좋은 면도 있잖아 님펫의 초상화 이상하다는 말 성적인 자유 매혹 친아버지 사미의 초상화 잇단 사회면 보도 기사로 읽는 나의 삶 공포 영화 같은 나의 삶 미국 멜로드라마 같은 나의 삶 하나의 해피엔드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세요 내가 이 책을 쓰고 싶지 않은 이유 흔적을 안고 있는 여자 비밀과 거짓말 〈어찌할까? 오 도둑맞은 마음아〉 심연을 탐색하기 회색 지대 모범수 2부 유령 30년 뒤, 그 트라우마에 대한 몇 가지 고찰 내가 강간을 당했기 때문이다 호랑이의 발자취 궁지에서 벗어나기 신기루 내가 딸에게 말한 방법 수치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삶을 다시 꾸리기 몇 가지 미학적 고찰 사람들이 우리를 가지고 만들어 놓은 것을 우리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 정상 세계와 딴 곳 어둠의 나라 미주 인용 자료 |
Neige Sin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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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나한테 그런 짓을 벌이는 것이라 말했고, 그의 가장 소중한 소원은 내가 그 대가로 자기를 사랑해 주는 거라고 했다.
--- p.29 우리의 문화에서, 터부로 되어 있는 것은 강간 그 자체가 아니다. 그 행위는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지지 않는가. 터부로 되어 있는 것은 강간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강간에 대해서 고찰하는 것, 강간을 분석하는 것이다. --- p.32 지옥에 갇혀 있으면, 아무것도 쓰지 않고, 아무 얘기도 들려주지 않으며,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는다. 그저 지옥 속에 있기에도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 --- p.117 나의 이 책은 강간의 흔적이 평생 간다는 점을 또다시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책에 많은 독자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이 문학 속에 존재하는 방식은 내 글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다룬 주제를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언제나 나를 사로잡던 강박 관념이었다. 게다가 그 주제는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 원한 것도, 생각해 낸 것도 아니었다. 내가 한 일이 아니라 남에게 강요당한 일을 매개로 존재한다는 것, 그건 지독한 악몽이었다. --- p.135 우리는 어떻게 그리고 왜 그들이 그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묻는다. 그것은 우리 세계의 감춰진 중심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악행도 우리 전체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그런 종류의 범죄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지만 봐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 p.206 아버지는 나만의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내게 주었고,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는 법과 고독을 즐기는 취향을 물려주었다. 그런 것들을 알게 되면서 문학에 대한 사랑이 생겨났다. 하지만 내 의붓아버지는 언어의 이중성과 침묵의 이중성을 알게 해주었다. 둘만의 그 내밀한 관계, 그것에 대한 혐오감. 내 글쓰기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 p.235 나를 강간한 자와 나는 같은 흙으로 빚어졌을까? 어떤 점에서 우리는 서로 비슷할까? 내가 그를 이해할 가능성이 정말 있을까? --- p.245 무엇이 우리를 구원하는가? 문학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치료법으로서의 글쓰기, 그건 내가 언제나 의심스럽게 여겼던 관점이다.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자신의 고통을 나누는 것, 그게 구원으로 가는 길인 양 여기기. 그런 생각은 언제나 나에게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글쓰기를 통해, 예술을 통해 자신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 마치 독극물을 처분하듯이 우리 고통을 남에게 토해 버리는 것. 아니, 그건 아니다. 정말이지 나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 p.336 우리는 우리 작은 손으로 침묵의 씨실을 풀고, 더없이 단단하게 지어 놓은 매듭을 참을성 있게 풀어 간다. 지금 우리가 짜고 있는 쐐기풀 셔츠가 완성되면, 다른 셔츠가 풀리는 일이 벌어질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긁힌 손으로, 물집이 잡힌 손으로 다시 옷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울 것이고, 비 오듯 눈물을 흘릴 것이다. --- p.3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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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페미나상
2023년 고등학생 공쿠르상 2024년 스트레가 유럽 문학상 2023년『르 몽드』 문학상·『레 앵로큅티블르』 문학상·『엘르』독자 문학상공쿠르 문학상 - 한국, 벨기에, 스위스,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인도, 영국, 튀르키예, 미국, 튀니지, 네덜란드, 핀란드, 모로코, 캐나다, 세르비아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발명 획기적인 형식과 강렬한 서사로 출간 직후 문학계를 뒤흔든 네주 시노의 『슬픈 호랑이』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스 4대 문학상인 페미나상과 고등학생이 직접 선정하는 공쿠르상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문학상을 휩쓴 이 작품은, 어릴 적 의붓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한 저자가 쓴 자전 소설이자, 에세이, 회고록이다. 저자는 증언 문학이 지닌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고, 여러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읽는 이를 단숨에 몰입시키는 서술과 첨예한 지적 통찰이 함께 소용돌이치는 독보적인 작품이다. 이 책은 개인의 서사를 중심으로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동시에 심원 깊은 곳으로 파고들며, 범죄자와 피해자, 인간의 선과 악, 그리고 문학과 예술에 대한 섬세하고 반짝이는 사유를 담아낸다. 여러 언어와 문학에 통달한 번역가이며 소설가인 네주 시노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문학을 사용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버지니아 울프, 아니 에르노, 토니 모리슨, 질 들뢰즈, 클로드 퐁티를 비롯한 많은 작가와 작품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전해지는 동화와 전설 등에 이르기까지 텍스트로 구현된 모든 사상과 대화하며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전개해 나간다. 이러한 참신하고도 독창적인 글쓰기 방식이 이 책의 가장 특별한 점이며 빛나는 문학적 성취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문학을 손에 쥐고 심원으로 파고들기 책의 제목인 『슬픈 호랑이』는 블레이크의 시 「호랑이」에서 비롯했다. 저자는 〈그분은 어린양을 만들고도 그대를 만들었는가?〉라는 시구를 강박적으로 떠올리면서 강간범과 자기 자신이 정녕 같은 흙으로 빚어졌는지를 곱씹고 악의 근원에 대해 파고든다. 〈어린 소녀를 능욕하는 강간범의 머릿속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책을 열면서부터 독자는 이 질문에 답을 찾는 여정에 동참하게 되며, 동시에 저자가 피어 내는 새로운 문학의 형체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학대한 의붓아버지의 초상화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그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는 아동 성범죄자의 관점을 취하는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매개로 자기를 훼손한 강간범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고자 시도한다. 『롤리타』의 화자가 주장하는 〈사랑〉과 자기 의붓아버지가 했던 말을 비교하고 롤리타의 처지를 자신에게 대입하며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조각조각 뜯어본다. 책의 1부는 알프스산맥 속 작은 마을에 있던 집의 풍경과 가족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아이가 성인이 되어 어머니와 함께 의붓아버지를 고소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신문과 편지 스크랩과 함께 파편적으로 재구성한다. 재판과 형벌로 사건은 끝을 맺으나, 삶은 이어지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책의 2부에서는 학대 이후의 시간들과 그것이 남기는 흔적들에 주목한다. 저자는 문학에서 피해자를 묘사하는 평면적인 방식과 피해자들에게 사람들이 갖는 뒤틀린 기대를 날카롭게 꼬집기도 하고, 문학과 예술의 역할과 이야기의 전달 방식에 대해 깊이 숙고하며, 독자를 사색의 모험으로 능숙하게 이끌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걸 밖으로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자문한다. 나는 왜 이 이야기를 써야 하는가? 『슬픈 호랑이』는 그렇게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자 그 결과물이다. 이 책은 어린아이가 침묵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설명할 언어의 부재로 인해, 가족의 일상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침묵하던 아이는 성인이 된 후 과거의 일들을 폭로하고 공개 재판을 열었다. 그리고 자라서 소설가가 된 그녀는 또다시 그 일에 대한 글쓰기를 거부한다. 네주 시노는 결국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을까? 가정을 꾸린 40대 여성이 된 저자는 자신의 어릴 적과 똑 닮은 딸아이를 보며, 세상을 보는 자신의 눈이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과거에 나는 연약한 소녀였지만, 이제는 그런 소녀가 아니다. 이제는 내가 보호를 맡을 차례다.〉 저자에게 이 책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해독하는 과정이며, 자신은 받지 못했던 보호라는 책임을 다하는 일, 그리고 예술과 문학이라는 형태로 마침내 의지를 발현하는 것이다. 증언은 분석의 도구다. 날을 잘 갈아 놓은 도구는 살을 헤집고 뼈에까지 다다른다. 우리가 뼈에 다다르면, 예술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 그래서 경험은 다른 이야기 속에서 다른 목소리로 다시 전해질 것이고, 이리저리로 돌고 돌 것이다. 그리고 호랑이, 우리에 갇혀 있던 다른 호랑이가 마침내 나오게 만들 것이다. 증언이 그렇게 하듯, 문학의 목적 역시 그게 아닐까? 프레베르의 시에서 아버지는 〈이 모든 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라고 소리치지만, 문학은 이 모든 걸 마침내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을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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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를 읽는 건 눈을 뜬 채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과 같다. 이 책은 당신이 진정으로 보게 만든다, 어른에게 강간당하는 아이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모두가 읽어야 한다. 특히는 청소년들이. 어른이 한 사람의 어린 시절을 유린하는 일과 관련하여 내가 읽은 것들 중 가장 강렬하고 깊이 있는 책이다. - 아니 에르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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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읽은 최고의 책. 글쓰기의 규칙을 완전히 바꾸는 책이다. - 레이철 커스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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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을 숨길 이유가 무엇이랴? 2023년 『르 몽드』 문학상 심사를 하던 때 많은 심사 위원이 고백했다. 최종 후보 10권 중 하나인 『슬픈 호랑이』가 아동 성폭행에 관한 책임을 알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노라고. 어떤 심사 위원들은 읽기를 최대한 미뤘고, 어떤 심사 위원들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그 책을 먼저 읽었다. 그런데 이쪽이나 저쪽이나, 몇 페이지만으로도 자기들이 엄청나게 중요한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와 에세이 사이를 오가는 그 작품을 손에서 놓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혹한 얘기를 담고 있음에도, 그 책이 지닌 지적인 깊이, 굉장한 흡인력, 그리고 과감하게도 해학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한 그 근본적인 정직성은 우리 모두를 사로잡았다. - 라파엘 레리스 (『르 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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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적인 서사를 버리면서도 스릴러처럼 숨 가쁘게 전개되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형식의 회고록.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출간 즉시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 앙젤리크 크리사피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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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는 강력한 책, 내면의 성찰을 담은 사색적인 책, 깊이와 절제를 지닌 인상적인 책. 부드러움, 고뇌, 평정심, 분노 등으로 분위기가 다양하게 바뀌는 책. 또한 장르의 법칙을 벗어난 책, 어떤 쪽으로도 갈래지을 수 없는 책이지만,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에세이, 윤리적 성찰, 더 나아가 형이상학적 성찰에 훨씬 더 가까운 작품이다. - 나탈리 크롬 (『텔레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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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름을 기억하시라. 네주 시노. 그녀는 하나의 사건이 되기에 충분한 책을 썼다. - 넬리 카프리엘리앙 (『레 앵로큅티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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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슬픈 호랑이』를 읽어야 한다. 그 깊이와 섬세함이 독보적이다. - 비르지니 블로크레네 (『리베라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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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문학계에서 가장 획기적인 책. 탁월한 지성과 진실성을 지닌 『슬픈 호랑이』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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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깊이가 넘치면서도 가슴을 후벼 파는 묘사. 『슬픈 호랑이』의 저자는 자신만의 조용한 혁명을 꾀하고 있다. - 레슬리 캄히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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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는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정밀 수술용 메스를 들듯, 법의학자의 호기심으로 소아 성애와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저자는 자신의 기억과 그것이 이후 수십 년간의 삶에 미친 영향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관점까지 낱낱이 해부한다. 산산이 부서진 기억 조각들을 이러한 텍스트들과 함께 면밀히 읽어 내려가며, 글쓰기의 힘과 피할 수 없는 무력감 모두와 씨름한다. - 로런 크리스턴슨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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