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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_끝나지 않은 세월 - 『지슬』과 큰넓궤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2』를 보다 큰넓궤에 가다 2장_아이들의 무덤 - 북촌기념관과 너븐숭이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읽다 북촌기념관에 가다 너븐숭이 - 아이들의 무덤 3장_1948년, 그해 봄 - 4·3의 시작 해방, 그리고 혼란 1947년 3월 1일 - 발포 사건 1948년 4월 3일 - 무장봉기 초토화 - 섬이 불탔다 미군정의 역할 가해자도 한 가지가 아니야 해녀들의 눈물 끝나지 않은 학살 - 예비검속과 형무소 4장_바다 건너 도망친 사람들 - 재일제주인 이야기 목숨을 건 도항 『수프와 이데올로기』 - 양영희 감독의 이야기 돌아올 수 없었던 사람들 5장_이름을 되찾다 - 진상조사보고서와 함덕 50년의 침묵 진실을 향한 기나긴 여정 보고서와 사과 함덕 학살지에 서다 6장_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 - 생존자 이야기 침묵을 강요당한 사람들 현기영 작가의 고문과 금서 70년간 침묵한 할머니들 연좌제와 사회적 낙인 7장_예술로 기억하다 한강 - 『작별하지 않는다』 오멸 감독 - 『지슬』 강요배 화가 - ‘동백꽃 지다’ 연작 제주 4·3 평화공원과 행방불명인 표석 8장_왜 이걸 알아야 할까 - 세대를 넘어서 영화 『내 이름은』과 트라우마의 대물림 한강 작가의 노벨상과 세계의 관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너희가 알아야 하는 이유 9장_동백꽃이 피는 계절에 4월 3일, 추념식 동백꽃의 의미 평화공원에 가는 날 에필로그 부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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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일출봉에서 내려오는 길이었어. 안내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 '성산일출봉 학살터'. 바로 옆, 일출봉 가는 길에서 조금만 옆으로 가면 평원이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곳에서 70여 년 전,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것을.
--- 「프롤로그」 중에서 영화 내용은 이래. 1948년 겨울, 한 마을 사람들이 동굴에 숨어. 왜냐하면 군인들이 "해안선에서 5킬로미터 밖에 사는 사람은 모두 폭도로 간주해서 쏴 죽여도 된다"는 명령을 받았거든. 말이 되니? 그냥 산 가까이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폭도'가 되는 거야. 할머니도, 아기도, 농부도, 학생도. --- 「1장_끝나지 않은 세월 - 『지슬』과 큰넓궤」 중에서 아빠는 건강한 성인이야. 랜턴도 있고, 물도 있고, 언제든 나갈 수 있어. 그런데도 이렇게 힘들었어. 70년 전 사람들은? 랜턴이 없었어. 작은 등잔불이 전부였어. 물도 부족했어. 그리고 나갈 수 없었어. 나가면 죽으니까. 사람들은 여기로 '도망' 온 게 아니야. 여기서 '살기' 위해 온 거야. --- 「1장_끝나지 않은 세월 - 『지슬』과 큰넓궤」 중에서 벽 전체에 이름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어. 죽은 사람들의 이름. 김··, 3세. 이··, 7세. 고··, 65세. 3세. 세 살. 너보다 한 살 어린 아이야. 아빠는 작가야. 어떤 글이든 끝까지 다 읽는 사람이야. 그런데 그날, 아빠는 그 이름들을 다 읽을 수 없었어. 너무 많았어. 너무, 너무 많았어 --- 「2장_아이들의 무덤 - 북촌기념관과 너븐숭이」 중에서 여기서 좀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 해. 역사 이야기야. 좀 복잡하지만, 최대한 쉽게 설명해볼게. 왜냐하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을 진짜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 --- 「3장_1948년, 그해 봄 - 4·3의 시작」 중에서 "해안선에서 5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중산간 지역에 있는 자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폭도로 간주하여 총살한다." 이게 초토화 작전이야. 중산간 마을 95%가 불탔어. 제주도 전체 마을 400여 개 중 중산간 마을 130여 개가 전소되었어. --- 「3장_1948년, 그해 봄 - 4·3의 시작」 중에서 역사를 '좋은 편'과 '나쁜 편'으로 나누면 편하지만, 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아빠가 너희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쉬운 답을 찾지 말라는 거야. 복잡한 것을 복잡한 채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져달라는 거야.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이유가 무엇이든,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는 것은 잘못이야 --- 「3장_1948년, 그해 봄 - 4·3의 시작」 중에서 모르는 것보다 알려고 노력하는 게 낫고, 침묵하는 것보다 서툴더라도 이야기하는 게 낫다. 혹시 이 편지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아빠의 한계야. 하지만 이 이야기를 너희에게 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믿어 --- 「에필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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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다. 편지다. 제주도에 13년을 살면서도 4·3을 몰랐던 한 아버지가, 성산일출봉 앞 안내판 하나 앞에 멈춰 서면서 쓰기 시작한 편지. 그 편지가 책이 되었다. 저자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의 시선이다. 그는 역사학자도, 활동가도, 제주 토박이도 아니다. 대구에서 태어나 제주로 내려온 출판인이다. 그래서 이 책이 특별하다. 4·3을 몰랐던 사람이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책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제 알았으니,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전해야 한다고. 4살짜리 아이가 동굴에서 숨을 죽여야 했던 이야기를 쓰면서, 저자는 옆방에서 잠든 자신의 4살 딸을 떠올린다. 북촌기념관 벽의 '3세'라는 이름 앞에서, 자신의 7개월 아들을 생각한다. 그 두 장면이 겹쳐지는 순간이 이 책의 심장이다.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내 아이의 얼굴로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 독자의 가슴에 박힌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으로 세계가 4·3에 주목했고, 2025년 4·3 관련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 섬의 이야기가 이제 인류 전체의 기억이 된 지금, 이 책은 그 기억을 가족의 일상 속으로 가져온다. 동백꽃은 꽃잎이 지는 게 아니다. 꽃 전체가 통째로 떨어진다. 갑자기, 뚝. 살아 있는 것이 이유 없이 꺾이는 것처럼. 저자는 그 사람들과 작별하지 않겠다고 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읽고 나면 작별하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