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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벽장의 스크린, 뒤집어진 세계의 아이들
조혜영
앨피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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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발간사
서문 _ 눈부처와 벽장의 스크린

1장-새로운 장르영화의 출현과 그 조건들
기획 중심 제작 시스템과 공포 장르의 유행
첫 번째 기원, 〈여고괴담〉

2장-‘두번째 이야기’, 두 번째 기원이 되다
반복과 차이: ‘두번째 이야기’의 전략
민규동과 김태용: 공동연출과 주변성의 미학

3장 -벽장으로서의 교환일기: 환상과 죽음의 결속
프롤로그: 교환일기에 연루되기
동반자살의 계보와 소문의 정치학

4장-민아, 혹은 오염된 관객
민아는 누구인가?: 동급생, 성소수자, 2차 창작자, 그리고 팬덤 관객
표준 감각을 교란하는 장치들: 텔레파시, 캠코더, 유령의 눈

5장 -이반검열의 역사와 퀴어영화의 벽장
이반검열과 혐오의 정동
퀴어영화의 벽장

에필로그 -천창天窓의 눈부처


참고문헌
크레디트

저자 소개 1

시각문화 연구자이자 기획자.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이며 Project38 대표를 맡고 있다. 포스트시네마,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노동 이미지, 퀴어 페미니즘 비평을 중심으로 연구와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KMDb에 ‘한국영화의 퀴어한 허구들’ 연재(2024)를 진행했으며, 《Mediating Gender in Post-Authoritarian South Korea》(공저)와 〈초연결 사회에서 돌봄을 플레이하기: 비디오 게임 〈데스 스트랜딩〉(2019)의 연결노동을 중심으로〉(2025) 등을 발표했다. 영화비평 팟캐스트 ‘38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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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80g | 135*200*12mm
ISBN13
9791192647838

책 속으로

이 영화는 학교를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공간으로 설정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시스템,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갈등, 학교를 떠나지 못한 채 원한을 품은 여성 유령의 형상, 개인과 집단의 불화, 그리고 사랑·우정·질투·혐오·연민 사이를 진동하는 10대 여성들의 관계를 전면에 배치한다.
---p.25

1990년대 중반은 통신 문화가 확산되고 문민정부 이후 시민인권운동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운동이 문화운동과 교차하던 시기였다. 특히 월간 『키노』는 페미니즘과 퀴어 관점의 영화와 비평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민규동 감독은 페미니스트 실존주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제2의 성』과 여성 동성애자였던 후배의 커밍아웃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p.48

신여성들은 자신의 동성애 경험을 현재진행형의 정체성이라기보다는 이미 지나간 청소년기의 경험으로 회고한다. 그 결과, 여성들 간의 동성애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은 것으로, 새롭게 등장한 엘리트 여성 동성사회를 향한 은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이야기이자 여성들 사이의 낭만적 친밀함으로 서사화될 수 있었다.
---p.77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드러내고 인정받고자 하는 효신과 시은의 욕망과, 그들이 원하지 않은 방식과 시점에서 강제로 벽장 밖으로 밀려났을 때 맞닥뜨리는 혐오와 폭력이 관계를 파괴하는 과정을 병치하는 한편, 민아가 자발적으로 벽장 안으로 진입하는 선택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벽장의 양가적 방향성을 다층적으로 활용한다.
---p.101

한 면에 붙여진 거울은 교환일기를 읽는 자로 하여금 흐릿하고 일그러진 자신의 이미지를 성찰하도록 만든다. 효신은 자신의 불안과 욕망을 끊임없이 응시한다. 그것이 때로 허영이나 나르시시즘으로 보일지라도, 그는 그에 대한 비난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통과한다.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속한 이들이 주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경험할 때, 그 차이를 통해 오히려 유사한 욕망을 지닌 타자들을 발견하고자 하는 열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p.131

세계 영화사에서 여학교를 배경으로 10대 여성들이 퀴어한 욕망을 형성하는 서사는 1930년대 이후 비록 소수이지만 꾸준히 제작되어 왔다. 이러한 10대 레즈비언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재현 방식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암시적 재현이다. 이 유형에서는 레즈비언 욕망이 명시적으로 드러나기보다는 잠재적인 것으로 표현되며, 동성애적 관계는 모성애, 우정, 연민 같은 친밀한 여성들 간의 감정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둘째는 비극적 접근이다.
---p.152

효신의 얼굴이 학교를 덮는 순간, 폭우와 강풍이 몰아치고 정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으며 교사와 학생들은 모두 학교 안에 갇힌다. “둘 중 하나가 먼저 죽게 되면 비 오는 날 데리러 오기로 하자”는 효신의 약속처럼, 효신은 시은을 데리러 온 것이다. 이때 학교는 더 이상 중립적인 배경이 아니라 두 사람을 갈라 놓는 하나의 거대한 괴물 신체가 되고, 천창은 곧 ‘눈=스크린’으로 기능한다.
---p.169

출판사 리뷰

친밀하고 충만한, 언젠가 도래할 순간을 봉인한 ‘벽장’

이 책이 관심을 두는 것은 정체성 선언이 아니라, 드러낼 수 없음 속에서도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선택되었던 감각적·매체적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동성애를 어떻게 재현하는가가 아니라, 말해질 수 없는 감정과 욕망이 어떤 이미지와 기록, 어떤 응시와 환상의 형식으로 살아남았는가이다. 영화의 엔딩에서 옥상으로 나가는 문이 열리는 순간, 영화는 미래로 나아가는 대신 과거로 회귀하지만, 과거는 더 이상 퇴행적 시간이나 상실의 대상이 아니라 안전하고 친밀하며 충만했던 순간들이 봉인된 또 하나의 ‘벽장’이 되어, 언젠가 도래할 수 있는 퀴어한 미래를 잠정적으로 보관하는 장소가 된다.

이 책에서 ‘벽장의 스크린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찬사나 과도한 진보적 과제를 요구하는 태도를 넘어, 이 영화가 세심하게 연출한 피난처로서의 환상 공간과 생존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읽기 방식이다. 이는 영화가 놓인 사회정치적 환경과의 협상 과정을 관찰하고, 스크린 위에 가시화된 이미지들뿐 아니라 그 바깥에 존재하는 비가시적 스크린space-off까지 함께 사유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여고괴담〉 시리즈의 학교와 벽장은 이제 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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