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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
치통과 권총의 모던 시네마
정종화
앨피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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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A 영화비평총서

책소개

목차

발간사
서문

0장─유현목,〈오발탄〉, 생사의 경계에서 살아남기

1장─예술과 산업의 경계에서: 유현목의 영화세계

청소년 시절, 예술가를 꿈꾸다 영화를 만나다
해방기의 ‘한국’영화 현장에서
전쟁에서 살아남아 영화 작업을 이어 가다
영화청년의 감독 데뷔, 기교에서 주제 의식으로
〈오발탄〉의 성과, 그 이후
문예영화,혹은 번안영화를 관통하며
〈춘몽〉의 고초, 그 이후
예술영화 감독으로 각인되다

2장─불온한 걸작의 여정:〈오발탄〉의 제작과 검열
영화의 시작
시나리오 버전‘들’
검열 서류가 말해 주는 것들

3장─현실과 환상의 교차:〈오발탄〉의 영화적 구조
‘생각하는 사람’-哲浩-유현목
Bar: 상이군인 영호의 현실/환상
철호의 환상, 영호/철호의 현실, 철호
영호의 영화가 시작되는, 다방
까마귀만 한 용기와 엉뚱한 생각
또 한 명의 죽은 목숨, 설희
밤거리의 여인, 명숙
미리의 영화를 거부하면서 시작되는 영호의 영화
죽은?죽을 사람, 영호와 설희
허수아비 같은 법률선과 억설 사이
영호의 범죄?영화
유령의 배회
조물주의 오발탄,철호


크레디트

저자 소개 1

Chung, Chonghwa

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장으로 근무하며,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영화사를 가르친다. 한국영화사와 한일 비교영화사가 주 연구 분야로, 2014~2016년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에서 JSPS외국인특별연구원으로 공부했다. 주요 저서로 『韓?映?100年史―その誕生からグロ?バル展開まで』(明石書店, 2017), 『1990년대 한국영화』(공저, 앨피, 2022), 『1980년대 한국영화』(공저, 앨피, 2023)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Mode of Cinematic Plagiarism and Adaptation: How Ishizaka Yojiro’s Novels Laun
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장으로 근무하며,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영화사를 가르친다. 한국영화사와 한일 비교영화사가 주 연구 분야로, 2014~2016년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에서 JSPS외국인특별연구원으로 공부했다. 주요 저서로 『韓?映?100年史―その誕生からグロ?バル展開まで』(明石書店, 2017), 『1990년대 한국영화』(공저, 앨피, 2022), 『1980년대 한국영화』(공저, 앨피, 2023)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Mode of Cinematic Plagiarism and Adaptation: How Ishizaka Yojiro’s Novels Launched Korean Youth Film」, 『Korea Journal』(vol. 57, no.3, 2017)와 「The Identity of “Joseon Film”: Between Colonial Cinema and National Cinema」, 『Korea Journal』(vol.59, no.4, 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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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96g | 135*200*13mm
ISBN13
9791192647807

책 속으로

1950년대 중반 자신의 작품을 연출하기 시작한 유현목에게 영화라는 예술이자 매체는 무엇이었을까.유약한 유년 시절을 견디게 했던 공상의 끝이었을 수도, 여러 예술 장르를 탐문한 결과로서의 종합예술이었을 수도 있다. 프랑스영화 〈죄와 벌〉을 원점으로 삼은 이미지의 탐색, 문자의 세계를 초월한 시네마의 감각, 혹은 이 모든 요소들이 합일된 어떤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영화를 구성하는 결정적인 인자는 ‘생존’이라는 실존적 체험이었다
--- p.12

하지만 자유당 정권에서라면 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할 내용이었기 때문에, 영화를 대하는 제작진의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바로 4·19와 5·16 사이, 정치적 혼란기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문화적으로 자유로웠던 시기였다. 개봉 전 시사실에서부터 여러 사람의 입에서 “우리 영화사상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 p.48-49

〈오발탄〉이 재발굴된 것은 1986년 이후 대학가 상영회를 통해서였다. 11월 한국외국어대 영화동아리 ‘울림’이 개최한 유현목영화제 상영을 시작으로, 〈오발탄〉은 전국 20여 개 대학을 순회하며 문화운동의 텍스트가 되었다. 관에서 공식적인 복권이 이루어져 대중 상영이 가능해진 것은 1989년부터다. 아마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월북작가 해금 조치가 시행된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p.75

한 편의 영화를 이해하는 길은 다양하다. 영화 텍스트 자체에 집중해 주제와 미학적 스타일을 분석할 수도 있고, 작품이 반영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살펴 시야를 확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영화가 1960년대 한국영화라면, 또 다른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5·16군사쿠데타 이후 본격적으로 작동한 검열 체제를 감안하면, 영화 본편만으로는 감독을 비롯한 창작자들이 구축한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p.103

그동안 소설과 영화 〈오발탄〉의 주제 의식을 대표하는 인물로 형 철호가 주로 논의되었다면, 나는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동생 영호의 행보에 주목하고자 한다. 비평적으로 밀고 나간 지점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영호는 철호의 또 다른 자아로 읽힐 수 있다.… 둘째, 〈오발탄〉은 영화 만들기 자체를 이야기 속에 끌어들인 ‘자기반영적 영화’이지만, 그 개념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더 복합적인 층위를 지닌다.…셋째,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삶과 죽음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존재들이다
--- p.104-105

유현목의 영화에서 제목이 등장하는 ‘타이틀 시퀀스’는 단순한 오프닝이 아니다. 그는 이 짧은 도입부를 통해 작품의 주제와 정서를 압축적으로 시각화하며, 영화의 전체 서사를 예비하는 미학적 장치로 활용한다. 따라서 타이틀 시퀀스는 함께 만든 사람들의 정보를 전달하는 실용적 기능을 넘어, 감독의 연출 세계에서 서사적·상징적 의미가 가장 응축된 공간이 된다. 〈오발탄〉 역시 바로 이 지점에서 원작 소설을 넘어서는 영화 매체 고유의 표현력이 극대화된다.
--- p.106

영화 속 영호의 대사는 앞서 인용한 소설의 문장들을 조심스럽게 조율한 것이지만 영화적 생동을 획득한다. 그는 인생이 돈 값만치 구멍으로 들여다보고 마는 ‘요지경’이 아니라며, ‘좀 더 넓은 테두리’까지 못 나가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한다. 전자는 ‘영화?환상’, 후자는 영호가 실천하는 ‘영화?현실’로 치환해 이해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호가 제시하는 돌파구는 단 하나, 참새가 아닌 까마귀만큼의 용기다.
--- p.160

첫 번째 숏에서는 ‘좁은 양심의 울타리’를 벗어나려는 영호가 전경의 나무 프레임에 가로막혀 있고, 민호와 철호의 아내는 후경으로 물러나 있다. 두 번째 숏에서는 철호의 가장 큰 근심인 노모가 전경에 자리하며, 가장 후경에는 영호가 위치한다. 그가 앞으로 할 행동은 노모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어느 쪽 구도에서도 장남 철호는 전경과 후경 사이, 즉 중간에 끼어 있는 인물로 배치된다.
--- p.163-164

소설과 영화의 결말부에서 철호가 유령처럼 걷고 택시를 타고 배회하는 장면이 텍스트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제시하며 작품의 정서를 고양시키는 순간으로 읽혀 왔다면, 나는 유현목(을 비롯한 공동 창작자들)이 영호의 범행과 도주 장면을 통해 영화의 핵심 정서를 구축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영호의 탈주는 이후 철호의 방황을 다시 겹쳐 내며 작품의 내적 구조를 한층 응축한다.
--- p.172-173

박정희 군사정권이 막 시작된 시점의 〈오발탄〉, 그리고 군사정권의 한복판에서 검열 강도가 가장 심했기에 개봉조차 이루지 못한 〈휴일〉―이 두 영화를 나란히 놓고 읽는 일은 1960년대 한국에 도착한 모던 시네마modern cinema의 계보를 그리는 중요한 인식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 p.176

출판사 리뷰

치통과 권총의 극단적 콜라보레이션

영화 〈오발탄〉을 이끌어 가는 두 인물은 장남과 차남, 철호와 영호이다. 장남 철호의 어깨를 짓누르는 가족과 가난, 그리고 잊을 만하면 밀려오는 치통은 당시 한국사회의 암울한 현실과 무기력을 은유한다. 의사의 만류에도, 철호가 하루 사이에 연이어 앓던 어금니 두 개를 뽑아내고 입가에 피를 흘리며 택시 안에서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빈사 상태에 빠져드는 엔딩 신이야말로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했다고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철호만큼이나 영호에 집중한다. 석고상처럼 앉아 고뇌하는 사람(철호)보다는 결심하고 행동하며 실천하는 사람(영호)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화를 ‘실제로’ 보면, 철호파와 영호파로 갈리게 된다. 과연, 저자의 주장대로 비명횡사한 연인의 권총을 손에 쥐고 은행을 침탈한 영호는 철호의 또 다른 자아일까? 영화제작 스토리를 이야기 속에 끌어들인 유현목 감독의 이 ‘자기반영적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을 사유하고 실험한 것일까? 영호와 철호, 설희, 철호 아내 등 영화 속 인물들은 살아 있으되 생과 사/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이미 죽은 자가 아니었을까? 저자는 비평적으로 끝까지 밀고 나간다.

추신: 오마주, 오발탄의 현재적 생명력

저자는 이 책의 원고를 다 쓸 무렵, 한 편의 한국영화를 보고 새삼 〈오발탄〉의 현재적 생명력을 실감했다고 밝힌다.

“때마침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개봉했다. 그가 밝힌 것 이상으로, 영화 곳곳에서 〈오발탄〉에 대한 오마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인 만수의 치통, 그의 아내 미리의 이름, 만수의 또 다른 자아처럼 보이는 제지업계의 중년 남성, 그리고 엔딩의 위압적인 공장 내부의 이미지까지?그가 모든 것을 의도했기보다는, 역시 영화란 무의식적 감수성의 총합체임을 새삼 느꼈다.”

그럼에도 아직도 다루지 못한 디테일, 맞추지 못한 퍼즐 조각이 있는 남았다는 영화.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이 다 알지만 다는 모르는 한국영화의 무의식 〈오발탄〉을 새롭게 읽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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