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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교학, 그 근대화의 식민성
식민지적 기원의 문제 설정 일제하의 근대 불교학 반세기도 되지 않은 근대화 2. 문헌학적 헤게모니 종이 위의 불교 문헌 수집과 편집의 선점권 번역 속의 편견들 3. 근대 불교학의 내적 일관성 제국의 도구:문헌학 문헌학의 과학적 이념 4. 근대 불교학의 식민화 여정:일본에서 조선으로 일본의 근대 불교학 실패한 근대 불교학의 이식 해방 후 식민화된 목소리 5. 왜 지금 다시 식민주의인가 계속되는 식민지 근대화 지식인과 시대의 악순환 민족이냐 제국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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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화된 불교는 가장 열정적인 민족적 개혁주의자의 목소리에도 숨어 있다. 그들의 민족주의적 불교 이해는 식민 종주국에 대항하면서 그 대항의 근거로 제시된다. 근대화를 빌미로 종속이 강요될 때, 이에 대항하기 위한 근거로 그들이 끌어온 기준이 제시되는데 이 역시 그들이 말하는 근대화를 보여주려는 노력의 일환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식민주의 논리가 피식민지의 저항체에게 남겨놓은 함정이다. 그 함정에 빠지는 순간, 전통의 고유성은 피식민주의 개혁가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근대화의 괴변에 가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된 모습은 근대 불교 개혁가들이 불교를 '근대적'인 모습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각색했던 노력 속에 나타난다. 이는 회통불교를 상기시키는 '원융사관(圓融史觀)'이 당대 지식인이 인용하기 좋아하던 사회진화론과 혼합되어 주조된 것이다. 불교계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이덕진과 최영환을 들 수 있는데, 최영환은 불교의 무상(無常)사상을 진화론적으로 해석한다. 예를들면 "진화론적 무상은 곧 만유의 이법이 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인간으로 가장 이상에 합한 사회를 개조하고자 종시 노력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지금 보면 가가대소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당대의 지식인들 사이에선 중요한 어법이었다. 불교의 근대화를 위해 또는 불교가 그렇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들은 '과학적'이라고 생각했던 서양의 이념들(즉 진화론, 사회주의, 자유주의 등)에 의지해 불교를 설명한다. 불교 지식들의 이러한 근대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인해 오히려 불교는 고유의 몫을 찾기보다 변질되어 간다. --- pp. 8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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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적ㆍ정치적 사건들 또는 그에 따른 심리적 변화의 일면
전 세계의 85%에 이르는 인구가 식민지 치하에서 과거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아본 경험을 갖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전을 기점으로 식민 제국들이 공식적으로 해체되고 이전 식민지 국가들에 대한 독립이 승인되었다. 식민 통치의 종식은 새로운 독립 국가들의 탄생과 탈식민지 시대에 대한 희망을 가능하게 했지만, 그러한 전망은 과거에 식민지를 경영했던 서구 열강들이 여전히 통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보임에 따라 곧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식민 상황은 독립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일제치하 전후 일본을 통해 들어온 근대 불교학의 학문적 방법이 국내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근대적 불교학의 방법적 특성을 체득한 최근의 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잊어버렸다는 데 있다. 대체로 서구의 연구 방법에 심취한 그들은 서구의 연구가 보여준 엄청난 위용과 결과를 예로 들고, 재빨리 그것을 받아들여야 함을 역설한다. 그러나 실제로 수입되는 것은 그들의 후광일 뿐, 근대적 방법의 토착화를 위한 어떤 노력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의 학자들은 주체도, 타자도, 전통도, 근대도 아닌 이상한 자세로 엉거주춤 서 있다. 제1장에서는 유럽의 불교학을 설명하기 전에, 약간의 혼동을 방지할 목적으로 전통적 불교학과 근대 불교학이 전혀 다른 성격의 학문임을 밝혔다. 그리고 한국에서 근대 불교학이 실질적으로 유입된 시기, 즉 불교학의 근대화를 종래의 의견과 달리 60년대 초반으로 후퇴시켰다. 제2장과 3장에서는 문헌의 수집과 편집에서 선점권을 누릴 수 밖에 없었던 유럽의 불교학이 어떻게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인 영도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아울러 불교학의 규준이 되는 문헌학의 성격을 규명해 보았다. 제4장에서는 근대 불교학의 탄생과 연구 원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럽의 불교학이 식민지 근대화를 통해 일본과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그려보았다.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게 불교학의 문헌학적 방법을 모방한 일본과는 달리, 피상적인 근대화에 머물렀던 한국 불교학의 근대화 문제를 짚어보았다. 제5장에서는 근대 불교학의 특성과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식민지적 성격과 문제를 현재 한국을 중심으로 노출시켰다. 이것은 식민주의는 식민통치 기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탈식민시대 우리의 불교학』은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 불교학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우리 불교학이 앓고 있는 문제점을 이제는 자각하지는 것이다. 스스로가 식민지 상황에 놓여 있다는 자각으로 더 많은 학인들이 자구책을 강구하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거 속의 전통이 스스로 제모습을 드러내는 여유를 찾기를 저자는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