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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 송민호, 장현수
감독 : 장현수 제작 : (주)신화필름 제작년도 : 2001년 나오는 사람들 김해곤 최학락 조준형 최 상무 이승진(정비공) 홍소영(경리) 임미령(연변 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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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대는 셋, 한동안 웃다가
준형 우린 왜 이렇게 사냐. 우린 왜 이럴까? 학락 다 털어 버리고 그냥 어디로 날라 버렸으면 좋겠어. 해곤 학락아, 니 썬그라스 밤엔 더 안 어울리는 거 아냐? 학락 너 내가 왜 썬그라스에 집착하는 줄 아니? 그라스를 끼면 맘이 편안해져. 꼭 숨어 있는 느낌이 들거든. 준형 솔직히 니가 세상살이에 겁먹고 있다는 걸 들키기 싫은 거지. 해곤 학락인 아까 너한테 겁먹은 거 같애. 준형 베트남…… 말인데……. 학락 스톱, 스톱 나 그 얘기 안 해. 술 다 깼어.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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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곤과 학락, 준형은 영업용 택시를 모는 운짱들이다. 무더운 여름, 아침부터 핸들 잡기가 짜증나는데 뒷좌석에 앉은 손님은 운전석 머리받이에 껌을 붙여 놓질 않나, 에어컨은 가다 서다 하질 않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매일 사납금도 넣기 빠듯한 이들은 인생에 있어 ‘쨍’ 하고 해뜰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계산이 서자, 그들은 알부자 할머니의 집을 털기로 결심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기회는 세 번 온다던데 초년을 지나 중년까지 이 기회가 안 온 사람들은 불안하다. 〈라이방〉의 주인공 해곤과 학락, 준형도 이 기회를 기다리며 노심초사한다. 그러다 문득,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기회가 지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대범해진다. 평생 버스 뒤에서 매연이나 마시며 핸들을 꺾고, 호프집 선풍기 바람이나 쐬며 맥주잔이나 꺾기에는 사나이 남은 인생이 너무 불쌍했던 것이다. 〈라이방〉은 보통 사람들이 느낄만한 인생에 대한 배신감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남들은 저렇게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는 왜 요 모양 요 꼴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돈 걱정에 잠을 설치며 “나에게 ○○만 원이 생겼으면……” 하는 요행수를 바라다 복권이라도 사봤던 사람이라면 더 잘 알 것이다. 〈라이방〉의 카메라는 애써 거리를 두며 주인공들의 일상을 담아내지만 무명 배우들의 살아 있은 표정과 방금 입 속에서 굴러 나온 듯한 대사, 무엇보다도 팍팍한 현실에 대한 공감대로 관객들을 영화에 바짝 몰입시킨다. 하지만 〈라이방〉이 인생에 대한 패배 의식을 공모하는 데 그쳤다면 그냥 영리한 영화에 그쳤을 것이다. 관객의 약점을 드라마의 동인으로 삼는 연출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진실한 것은 못 된다.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을 연출했던 장현수 감독은 밑바닥 인생을 장르영화의 법칙에 팔아넘기는 대신 그들을 구해낸다. “인간은 행복이나 불행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행복이나 불행은 인간을 선택할 수 있다”던 준형의 내레이션이 “우리는 늘 그늘을 찾아 헤맸지만 그늘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고 바뀔 때까지 장현수 감독은 진심을 농담에 섞어 희망을 얘기한다. - 이상용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