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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나리오 : 이상우 · 여균동
감독 : 여균동
촬영 : 김성복
제작 : 한맥 엔터테인먼트
제작년도 : 1997년
나오는 사람들
구이도
춘자
말희
하비
종업원
아치

저자 소개 2

1958년 11월생이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극단 연우무대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영화 <세상밖으로>를 만들면서 감독에 데뷔했다. 극단 차이무 멤버이며, 2004년 2월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연출작으로 <맨>, <미인>, <여섯 개의 시선>이 있다. 제33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우상을 받았으며, 제33회(1995)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우상(<세상 밖으로>), 제15회(1994)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너에게 나를 보낸다>)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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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10*290*10mm
ISBN13
9791143022639

책 속으로

춘자 오랜만에 누워 보는군. (역을 바꾸어) 행복해요. 꼭 껴안아 주세요. 여자란 참 이상해요. 남자에 의해 잘잘못이 가려져요. (역을 바꾸어) 지나간 것은 모두 꿈에 불과해. (역을 바꾸어) 아름다운 꿈이에요. 내 몸을 스치고 간 모든 사람들이 차라리 사랑스러워요. 그들이 한때는 사랑하고 한때는 슬퍼하던 그림자가 내 살 어딘가에 박혀 있어요.


그때 아치가 샤워를 마치고 머리채를 흔들며 화면 안으로 들어온다.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여균동 감독의 〈죽이는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영화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른 그 자신에 대한 성토이며, 동시에 성찰이다. 의도적으로 그 자신의 영화작업 과정에 대한 고백적인 반성인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 1/2〉(1963년)을 끌고 들어와서 거기에 1997년 한해 내내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 여관방 몰래 카메라와 고등학생들이 만든 하드 코어 포르노 〈빨간 마후라〉를 서로 리믹스 버전처럼 뒤섞어서 하나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영화에 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영화를 둘러싼 미디어들에 대한 우화이며 풍자이다.

풀리지 않는 영화감독 구이도(펠리니 영화의 감독 이름은 ‘귀도’이다)는 영화사로부터 사장과 내연의 관계인 에로 배우 박말희 주연 영화를 만들라고 압력을 받는다. 게다가 사장의 오른팔이자 삼류 액션배우 하비는 자기를 중심으로 한 액션 영화로 바꾸라고 협박을 한다. 구이도는 박말희의 에로 대역을 하는 착한 가수 지망생 춘자와 얽혀들고, 그가 머무는 여관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여관방에서 몰래 카메라를 녹화하여 구이도에게 넘긴다. 이 모든 것이 뒤엉키고, 결국 구이도는 모든 누명을 쓴 채 몰래 카메라 제작범으로 경찰에 잡혀간다.

여균동 감독의 영화가 언제나 그러한 것처럼 〈죽이는 이야기〉는 아이디어와 시대의 사건과 유행에 관한 발 빠른 대응으로 단숨에 동세대의 공기를 마시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유감스럽게도 여기에는 너무 서둘러서 시간에 대응하기 위해서 충분히 기다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시대의 공기를 끌어안고 그것을 자기의 영화적 자아에 대한 염려에로 옮겨가는 과정은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물론 이것을 피하기 위하여 이 영화에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끼어든다. 의도적으로 영화와 영화 안의 영화를 서로 경계 없이 섞어가고 있으며, 마치 몰래 카메라 비디오처럼 촬영된 화면은 멈춰 서 있으며, 거의 아무런 장식도 없는 여관방에서 보이는 장면들은 그들의 황폐한 내면의 세계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영화에 대한 혐오가 담겨 있다. 영화배우들은 천박하기 짝이 없으며, 영화사 사장들은 탐욕스럽고, 영화감독은 나약하고 치사하다. 그러나 정말 이 영화가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은 영화 자체가 그저 관음증의 훔쳐보기에 매달린 정신병적이며 부도덕한 기계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순간 자기의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드러내 보일 때이다. 정말로 이 순간은 여균동 감독의 그 어느 영화들보다도 자기 연민에 차 있으면서 동시에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있다. 그것은 마치 알레고리의 난마전과도 같았던 〈맨〉으로부터 여균동 감독이 자기가 발 딛고 서 있는 영화의 대지 아래로 내려와서 자기를 스스로 돌아보려는 노력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조차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 이 싸움에서 여균동 감독은 자기의 패배를 본다. 영화감독은 변명 한마디 하지 못하고 잡혀가고 영화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은 그를 속여서 돈을 번다. 그것은 조롱이지만, 이 영화의 무대가 동시에 그 자신이 서 있는 영화 현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것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그 자신을 겨냥한다. 그것은 복수이자 그 자체로 보복이라는 이상한 형태의 사도-마조히즘이다.
- 정성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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