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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 배창호
감독 : 배창호 촬영 : 송행기 제작 : 배창호 프로덕션 제작년도 : 1999년 나오는 사람들 순이 덕순 복녀 한씨 귀동 영란 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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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시어머니와 눈이 마주친다.
한씨, 순이를 바라보더니 말을 건넨다. 한씨 왜 그려? 어디 아프냐? 순이 …… 가시가…… 박혔어라……. 한씨 이리 와 보거라. 순이, 한씨 앞에 마주 앉자 한씨가 가시를 빼준다. 그러고는 넌지시 한마디 건넨다. 한씨 아무 걱정할 것 없다…… 누가 뭐래도 우리 집 며누리는 너 하나뿐이여.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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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특징은 한마디로 ‘향수와 느림의 미학’이다. 일제의 식민지 치하였던 1910년대에서 막 산업화가 시작되던 1960년대 정도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영화는 제목의 ‘정’보다는 ‘한’이라는 말로 더 적절하게 표현될 수 있는 한 여인의 고단하고 서럽고 곡절 많은 삶을 고즈넉하면서도 여유롭게 펼쳐 보이기 때문이다.
사계절을 두루 담은 풍광들은 그녀의 삶의 두께와 갈피들을 두루 담아내는 지리적이자 정서적인 배경이 된다면, 전통 혼례, 옹기 구이, 시골 장터 등을 비롯하여 꼼꼼하게 묘사되는 그 시대의 문화적 정경들은 우리를 마치 빛바랜 사진과 같은 시간성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리고 〈황진이〉를 연상시키는 롱테이크 화면들은 이 모든 것을 넉넉하면서도 아치 있게 아우르면서 이 영화가 담고자 하는 ‘정’이라는 주제를 존재론적인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나 〈정〉이 보여 주는 미덕과 한계는 영화의 이러한 미학적 성취와 여성의 이야기 간에 존재하는 긴장 관계 속에서 읽혀진다. 고된 시집살이나 남편에게 소박맞기와 같은 전통적 구습에 얽매인 여성의 삶도 보이지만, 노름빚에 팔려가거나 스스로의 몸을 팔게 되는 것처럼 전통과 현대가 혼란스럽게 얽혀들면서 여성들이 경험하게 되는 일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를 채우는 헌신적인 모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근현대사와 나란히 가는 여성의 문제들은 한편으로는 전형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위적이고 상투적이라는 느낌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 주유신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