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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말
Ⅰ. 천 년을 살아남은 대종의 기적 Ⅱ. 감각으로 빚어낸 신라종의 비밀 Ⅲ. 도성을 채우는 종소리와 절대 권력 Ⅳ. 신라 중대의 빛과 그림자 Ⅴ. 에밀레, 전설이 된 울림 · 나가는 말 · 부록 | 성덕대왕신종명(聖德大王神鍾之銘)의 번역문 · 용어 해설 ·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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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신령스럽게도, 이 종은 처음 만들어진 771년부터 13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티며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려시대 경주를 휩쓸었던 난폭한 몽골의 침략을 비롯해 수많은 전란의 한가운데에서도 굳세게 살아남았습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당시 조선은 동전(銅錢)을 주조하기 위해 구리를 광범위하게 거둬들였는데, 팔도의 파손된 사찰에서 구리로 만든 물건들을 전부 회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봉덕사 대종을 훼손하지 말라는 세종의 명령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종은 왜 이 대종들을 보호하려 했을까요?” “종을 걸기 전에 안전을 위해 침봉을 새로 제작해 신종의 무게를 견디는지 하중 실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새로 만든 침봉이 휘어져 버렸습니다. 신종을 거는 용뉴의 크기로 인해 침봉의 직경은 8센티미터보다 작아야 했는데, 실험용으로 제작한 침봉이 신종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겁니다.” --- 「천 년을 살아남은 대종의 기적」 중에서 “신종을 치면 처음에는 엄청난 고음이 ‘꽝~앙’ 하며 뇌리에 강한 충격을 주지만, 이후 웅장한 저음이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며 독특한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이 울림이 공간 전체에 퍼지며, 듣는 이의 몸속까지 스며들어 떨리게 합니다. 그런데 이 정교한 울림은 우연이 아니라 신라 기술자의 뛰어난 감각과 치밀한 설계의 결과물입니다.” --- 「감각으로 빚어낸 신라종의 비밀」 중에서 “김옹과 김양상이 나란히 새겨져 있는 성덕대왕신종은 앞으로 전개될 급격한 정치적 소용돌이를 고요히 품고 있는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었습니다.” --- 「신라 중대의 빛과 그림자」 중에서 “왜 종소리에 부처님의 진리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종소리만큼은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으며,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종소리의 특징은 ‘사성평등(四姓平等)’을 주장하고 ‘누구나 해탈할 수 있다’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진짜 그대로 쏙 빼닮았습니다.” --- 「도성을 채우는 종소리와 절대 권력」 중에서 “성덕대왕신종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에밀레종’입니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 중 상당수는 ‘성덕대왕신종’이라는 이름보다 ‘에밀레 전설’을 먼저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 「에밀레, 전설이 된 울림」 중에서 “진정한 유산은 마음이 담긴 유산입니다. 성덕대왕신종이 13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이유는, 그 속에 깃든 마음이 시대를 넘어 전달됐기 때문입니다.” --- 「나가는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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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권력의 기획으로 본 성덕대왕신종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 온 기적의 생존자 성덕대왕신종은 771년 완성된 이후 수많은 위기를 넘겼다. 봉덕사 종루가 수해로 무너진 뒤 풀밭에 방치되기도 했고, 조선의 불교 탄압 속에서 구리 공출의 대상이 될 뻔도 했다. 세종의 특별 왕지로 보호되고, 영묘사 화재 직전 기적처럼 자리를 옮겨 살아남기도 했다. 저자는 이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땅에 떨어진 종 위로 아이들이 올라타고 소가 뿔을 갈아댄다며 시인 김시습이 탄식했던 그 종이, 어떤 인연의 끈들을 붙잡으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는지를 생생하게 추적한다. -신라 장인의 손과 귀가 빚어낸 ‘감각 과학’의 결정체 높이 3.75미터, 무게 18.9톤의 거대한 성덕대왕신종은 여러 실패를 딛고 긴 세월에 걸쳐 완성해 낸 공동체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완성된 신종은 종소리가 백여 리까지 퍼진다는 기록이 남을 정도로 장중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 종을 치는 자리인 당좌의 위치, 위로 갈수록 얇아지는 종 몸체의 두께,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범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라만의 독창적 장치 음통. 맥놀이 현상과 저주파 공명의 원리를 컴퓨터도 설계도도 없던 시대에 신라 장인들이 경험과 직관만으로 구현해 냈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세계 학계가 ‘신라종’이라는 독자적 학명으로 부를 만큼 고유한 이 종의 구조적 비밀을 들여다본다. -종소리에 담긴 권력과 신앙의 정치학 성덕대왕신종은 단순한 불교 의식의 도구가 아니었다. 왕경 사방의 경계를 지키던 성전사원 체제, 부처의 가르침과 왕의 권위를 동일시하려 했던 경덕왕의 야망, 그리고 자연재해와 전염병으로 피폐해진 신라 중대 후반기의 위기가 이 종 안에 압축돼 있다. 신분의 귀천도,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전달되는 울림을 통해 신라 왕권은 불교적 이상과 국가 권력의 안녕을 동시에 각인시키려 했다. 명문에 나란히 새겨진 두 권력자 김옹과 김양상이 훗날 적이 되어 일으키는 급격한 정치적 소용돌이의 배경을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