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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 p.20~21 이렇게 포근한 사랑을 몰랐을 거야. --- p.2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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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면〉이라는 제목에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이라는 말이 숨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을 제대로 펼쳐서 다시 보여 준다면,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이 되는 것이지요. 이 제목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입니다. 이 제목은 아주 무겁고 어두운 내용을 예상하게 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점점 더 우리가 태어나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이루어지는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또 삶이란 때로는 힘든 일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사랑과 따뜻함으로 채워졌다는 것도 떠올리게 해 줍니다.
책을 펼치면 오른쪽에 치우쳐져서 배치된 화면으로 시작합니다. 장면을 넘길 때마다 장면은 점점 왼쪽으로 이동해서, 책의 중간까지 가면 화면의 가장 왼쪽에 도달합니다. 여기가 바로 생명이 시작된 시점이지요. 시간이 거꾸로 흘러 생명이 끝나는 시점에서 생명이 움트는 시점까지 도달한 것입니다. 그림책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화면을 이동시켜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독자가 느낄 수 있도록 장면을 배치했습니다.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외롭지도 슬프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았을 거라고 마치 태어난 것을 후회하는 듯 시작합니다. 하지만 장면이 화면 전체를 꽉 채운 중간부터는, 태어났기 때문에 부모에게서 받은 포근한 사랑과 만족한 일상, 웃음, 반려와의 만남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까지, 태어났기에 알게 되었던 아름다운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로 가득 채워집니다. 도화지에 과슈와 먹으로 표현한 차분한 색감과 대담한 선, 독특한 화면 구성이 특징입니다. 개성이 강한 그림과 단순하게 반복되는 문장으로 강렬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그림책입니다. 작가의 말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일을 겪습니다. 그중에는 기쁜 일도 힘든 일도 있습니다. 유독 힘들었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이 고통도 없었을 텐데. 하지만 크고 작은 슬픔과 마찬가지로 숱한 기쁨도 애초에 내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겠지요. 무릇 생명의 삶에는 슬픔과 기쁨이 함께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삶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강아지의 슬픈 순간과 기뻐하는 모습을 빌려 표현했습니다. 반려와의 만남 그리고 이어지는 무수한 삶의 가능성까지, 모두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이 그림책이 나와, 다른 모든 생명을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