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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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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세계문학 단편선 42 『솔 벨로 1』
그린 씨를 찾아서 · 7
노란 집 물려주기 · 42
옛날 방식 · 97
모즈비의 회고록 · 154
제틀랜드: 성격증거에 따라 · 195
은접시 · 228
해선 안 될 말을 한 남자 · 275
오늘 하루 어땠나요? · 365
솔 벨로 연보 · 521

저자 소개 2

Saul Bellow,본명 : 솔로몬 벨로스 (Solomon Bellows)

미국의 소설가.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 문단의 중심이 된 유대계 미국 작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본명은 솔로몬 벨로스(Solomon Bellows)로, 1915년 6월 10일 캐나다 퀘벡 주 몬트리올에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4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9살 때 가족이 미국 시카고로 이주하였으며, 그곳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다. 시카고대학교를 다녔고, 1937년에 노스웨스턴대학교를 졸업했다. 1962년부터 30년간 시카고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이외에도 미네소타·프린스턴·뉴욕 대학교, 하버드대학, 시카고대학교 등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하면서 작품을 썼다. 몇몇 유명 대학교에
미국의 소설가.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 문단의 중심이 된 유대계 미국 작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본명은 솔로몬 벨로스(Solomon Bellows)로, 1915년 6월 10일 캐나다 퀘벡 주 몬트리올에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4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9살 때 가족이 미국 시카고로 이주하였으며, 그곳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다. 시카고대학교를 다녔고, 1937년에 노스웨스턴대학교를 졸업했다. 1962년부터 30년간 시카고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이외에도 미네소타·프린스턴·뉴욕 대학교, 하버드대학, 시카고대학교 등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하면서 작품을 썼다. 몇몇 유명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벨로는 당시의 작가들이 몰두한 완벽한 형식에 대한 고의적인 반항으로서 느슨하고 자유분방한 문체를 처음현대사회에서의 개인의 모습과 인간 소외에 관한 소설들을 주로 썼고, 작품에는 유대적 특질이 많이 나타나 있다. 1953년에 '오기 마치의 모험'을 선보이면서 폭넓은 격찬을 받았고, 『오기 마치의 모험』(1954), 『허조그』(1956), 『새믈러씨의 행성』(1971)으로 전미도서상을 3차례 수상한 첫 번째 작가가 되었으며, 197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저서로는 『허공에 매달린 사나이』(1944), 『피해자』(1947), 『오기 마치의 모험』(1953), 『오늘을 잡아라』(1956), 『허조그』(1964), 『샘러 씨의 혹성』(1970), 『험볼트의 선물』(1975), 『학생처장의 12월』(1982), 『실연으로 인한 죽음』(1987), 『어떤 도둑질』(1989), 『나를 기억하게 하는 것』(1991), 『실체』(1997), 『래벌스타인』(2000) 등이 있다. 말년에 보스턴으로 이주하여 2005년 89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솔 벨로의 다른 상품

金玄佑

1974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비교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역서로 『스티븐 킹 단편집』 『행운아』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G』 『로라, 시티』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A가 X에게』 『벤투의 스케치북』 『그레이트 하우스』 『킹』 『멀고도 가까운』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초상들』, 삼부작 ‘그들의 노동에’ 『끈질긴 땅』 『한때 유로파에서』 『라일락과 깃발』, 『저수지 13』 『4 3 2 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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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532쪽 | 594g | 145*207*35mm
ISBN13
9791167903709

책 속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똑같이 활기차고 다부지지만 조금은 멍한 상태로, 그녀는 짧은 치마와 옷깃에 양털이 달린 지저분한 항공점퍼를 벗어던지고, 대신 거들과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었다. 하이힐을 신고 서면 살찌고 나이 든 몸이 출렁였다. 그녀는 렘브란트가 쓴 것 같은 갈색 스코틀랜드 모자를 쓰고 싸구려 잡화점에서 산 눈알처럼 생긴 브로치를 가운데 달았다. 립스틱을 직선으로 한 번 긋고 입술 윗부분은 흐릿하게 내버려두었다. 포탑처럼 생긴 자신의 차 운전석에 앉아 능숙해 보이지만 위험하게 과속하며, 산이 많은 65킬로미터의 사막 지대를 가로질러 냉동 고기파이와 위스키를 사러 갔다. 빨래방과 미용실에 들른 뒤, 알링턴에서 두 잔의 마티니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종종 빈민가 근처 밀러 가에 있는 메리언 내벗의 실버마인 호텔에 가서 옛 친구들, 그녀와 마찬가지로 이혼 후 서부에 정착한 할머니들과 수다를 떨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이제 도박은 하지 않았고, 영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5시가 되면 같은 속도로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는데, 차분하게 운전했지만, 담배 연기 때문에 가끔 앞이 보이지 않았다. 줄곧 물고 있는 담배의 연기 때문에 눈물이 고였다.
---「노란 집 물려주기」중에서

“형 병문안 허락해야 해.” 머트가 말했다.
“내가 죽어가고 있으니까?”
머트는 무덤덤하고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대답을 생각하는 그의 눈에 잠시 공허한 빛이 스쳤다. “낫는 사람들도 있어.”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무심하게 말했다. “이번엔 아니야.” 그녀의 얼굴과 배 윗부분은 이미 수척했다. 발목은 부었다. 다른 환자들에게서 그런 증상들을 보았고, 그게 무슨 신호인지도 알고 있었다.
“형이 매일 전화한단 말이야.” 머트가 말했다.
그녀의 손톱에는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었다. 짙은 빨강, 거의 갈색에 가까웠다. 결핍과 욕망이 만들어낸 뒤틀린 취향 중 하나였다. 어머니 손에서 빼낸 반지는 이제 손가락에 헐거웠다. 그리고 잠시 몸이 편해진 듯 티나는 침대 등받이를 세운 다음, 팔짱을 끼고 손가락으로 병실용 외투의 레이스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럼 아이작 오빠한테 이렇게 전해줘, 머트 오빠. 만나기는 할 거야, 그래, 대신 돈을 줘야 해.”
“돈?”
“나한테 이만 달러 주면 만날게.”
“티나, 그건 옳지 않아.”
“왜! 내 딸 줄 거야. 걔한테 필요한 돈이야.”
“아니, 애한테 그 정도 돈은 필요 없어.” 그는 로즈 숙모가 남겨준 유산을 알고 있었다. “돈은 충분해. 너도 알잖아.”
“아이작 오빠가 정말 병원에 오고 싶다면, 그게 입장료야.” 그녀가 말했다. “오빠가 우리한테서 뺏어간 돈에 비하면 푼돈이야.”
---「옛날 방식」중에서

그는 먼저 이름을 하나 떠올렸다. 러스트가르텐. 그래, 그게 그가 원하는 사람이었다. 하이멘 러스트가르텐, 뉴저지 출신의 마르크스주의자 혹은 전 마르크스주의자. 뉴어크 출신일 거라고 생각했다. 신발 상인이었는데, 이단적이고 광적인 모임이나 볼셰비키 모임에 닥치는 대로 속해 있었다. 그는 레닌주의자였다가, 트로츠키주의자였다가, 휴고 욀러 추종자였다가, 최종적으로는 정치를 포기하고 화가, 추상화가가 된 이탈리아인 살레메의 추종자가 되었다. 러스트가르텐 본인도 정치를 포기했다. 이제 그는 사업에서 성공해서 부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자본론』이나 레닌의 『국가와 혁명』을 파고들며 보냈던 밤들이 사업에서 자신에게 득이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호텔에 묵었다. 처음엔 그와 그의 아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금세 알게 되었다. 암시장이었다. 그 당시에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었다. 전후의 유럽은 그랬다. 난민들, 모험가들, 미군 병사들. 심지어 폐광 백작까지. 유럽은 여전히 전쟁에서 받은 타격으로 위축되어 있었다. 새로운 정부는 불확실하고 허약했다.

정부의 권위를 존중할 이유가 없었다. 미국 병사들이 앞장섰다. 대담한 사업계획들. 기계들, 공장 전체, 훔친 물건이나 보물을 배에 실어 고국으로 보냈다. 목재업에 뛰어든 미군 대령은 독일의 슈바르츠발트를 벌목해 위스콘신으로 보냈다. 그리고 당연히 나치는 집단수용소에서 약탈한 물건을 숨기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호수에 보석을 가라앉혀두었다. 예술품을 숨겼다. 처형장에서 뽑은 금니들은 녹여서 금괴로 만든 다음 벽돌처럼 집의 벽에 쌓아 올렸다.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부가 쏟아질 예정이었고, 러스트가르텐도 한몫 잡으려 했다. 불행하게도, 그는 능력이 없었다.
---「모즈비의 회고록」중에서

백 퍼센트 산업화된 현대의 시카고에서, 사랑스러움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곳, 바람 빠진 바퀴 같은 땅이 바람 빠진 바퀴 같은 물을 만나는 그곳에서, 제트처럼 지적인 소년은, 비록 세상에 호의를 지니고 있었지만, 표면적인 현상에는 그리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가 낚시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는 숲에 가지도 않았다. 사냥을 배우지도 않았고, 카뷰레터 청소하는 법을 배우지도 않았고, 심지어 당구나 춤도 배우지 않았다. 제트는 자신의 책에만, 천문학이나 지질학 같은 것에만 집중했다. 처음엔 불타는 물질들밖에 없다가, 그다음엔 생명 없는 바다, 그다음엔 걸쭉한 생명체들이 해안가를 기어다녔고,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 좀 더 복잡한 형태의 생명체, 그런 식으로 이어졌다. 그다음엔 그리스, 다음엔 로마, 그리고 아라비아의 대수학이 있었고, 그다음엔 역사와 시와 철학과 회화가 있었다. 여전히 반바지 차림이었지만, 그는 근처의 공부 모임에서 ‘생의 약동’이나, 칸트와 헤겔의 차이에 대해서 발표했다. 그는 학자 같았고, 게르만족 같았고, 신동이자 맥스 제틀랜드의 비밀병기였다. 아버지 제트는 가족의 중심이 되고, 어린 제트는 천재가 될 것이었다.
---「제틀랜드: 성격증거에 따라」중에서

그 추수감사절 이후로, 아버지는 천천히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서서히 쇠약해졌다. 그렇게 몇 년이 이어졌다. 병원에 드나들었고, 살이 빠졌고, 정신이 오락가락했고, 일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우디가 찾아갈 때를 제외하면 제대로 불평도 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졌다. 프로 당구선수 윌리 호페에게 역시 프로 선수가 되어보라는 진지한 제안을 받기도 했던 모리스였지만, 이제 간단한 공도 칠 수 없었다. 어떻게 쳐야 할지, 불가능해 보이는 스리쿠션을 어떻게 해결할지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을 뿐이었다. 모리스와 사십 년 넘게 함께 살았던 폴란드 출신의 할리나는, 본인이 너무 나이가 많아 병원에 찾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디가 해야 했다. 우디의 어머니도-기독교로 개종했다-돌봄이 필요했다. 그녀는 여든이 넘었고 자주 입원했다. 모두 당뇨와 늑막염, 관절염, 백내장을 앓고 있었고, 심박조율기를 차고 있었다. 모두 몸을 써서 살아왔지만, 그 몸이 바닥나고 있었다.

우디에게는 두 여동생도 있었다. 미혼이었고, 오십 대였고, 철저한 기독교도였고, 성실했고, 완전히 기독교적인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들 모두를 책임지고 있던 우디는, 가끔 여동생 중 누군가를 (둘 다 병약한 여자애였다) 정신병원에 데려다줘야 했다. 심각하지는 않았다. 여동생들은 훌륭한 여성이었고, 둘 다 한때는 매혹적이었지만, 가련하게도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다. 기독교로 개종한 어머니, 근본주의자 여동생들, 활자를 읽을 수 있는 한 언제까지나 이디시어 신문만 보는 아버지, 훌륭한 가톨릭 신자인 할리나까지 우디는 그렇게 모든 종파를 별도로 존중해야 했다. 신학교를 졸업한 지 사십 년이 지난 우디는 스스로를 불가지론자로 여기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디시어 신문을 읽는 것을 제외하면 더 이상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죽으면 유대인 묘지에 묻어달라고 우디에게 약속을 받아냈고, 지금 거기에 누워 있다.
---「은접시」중에서

당신이 나를 기억이나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라는 것 이외에-키가 크고, 전체적으로 피부가 어둡고, 콧수염을 길렀고(두껍지는 않습니다), 체형이 눈에 띄는데, 어딘가 낙타랑 비슷하고, 비율이 재미있습니다. 당시 쇼머트가 어땠는지 기억하신다면, 쉽게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고야는 바지를 발목까지 내린 채 침실용 변기에서 일어나려고 기를 쓰는 노인을 묘사한 동판화에 ‘노년의 불명예’라는 제목을 붙였죠. “가장 약한 넓적다리를 가진”이라고, 햄릿은 폴로니우스에게 노년에 대해 무자비하게 말합니다. 앞에서 말한 질환들 외에, 나는 치아뿌리에 금이 갔고, 치주염 때문에 항생제를 먹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항생제 때문에 설사가 나서 호두알만 한 치질이 생겼고, 손마디가 저릿한 관절염이 있다는 것도 덧붙여야겠습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겨울은 우울하고 습한데, 이 도피의 땅에서, 범죄인 본국송환을 앞둔 나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깼을 때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손마디가 말을 안 들으면서 손가락이 달팽이처럼 굽어버렸죠-또 하나의 새로운 고통입니다. 나한테는 농담 같은 것이죠. 그리고 본국송환은 현실입니다. 서류들이 왔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적어도 사후의 고통을 하나라도 줄여보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내가 삼십오 년이나 지나서 불운했던 이야기들을 파고드는 것처럼 보이시겠지요. 차차 아시겠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해선 안 될 말을 한 남자」중에서

뭐 그러니까,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그리고 한겨울에-그녀는 대륙의 냉기를 바닥까지 느낄 수 있는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 살고 있었다-카트리나의 전화가 울리고, 빅터가 이렇게 부탁하는 것이다-사실상 통보였다-“내일 아침에 자네가 여기 좀 와줘야겠는데.” “여기”란 빅토르가 강의를 하는 뉴욕주 버펄로다. 그러면 카트리나는 상식이나 자존심에 대한 고려는 모두 내팽개친 채, 이렇게 말한다. “새벽 비행기 타고 갈게요.” 좀 더 젊은 남자와 연애를 했다면 카트리나는 웃으면서 그런 요청을 물리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 기발한 생각이네.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 그렇지? 이런 영하의 날씨에 딱 어울리는 일이고 말이야. 하지만 애들이 있어서 그렇게 금방 움직일 수는 없어.” 그뿐 아니라 그녀는 전남편이 양육권 문제로 소송을 걸었고, 다음 날 법원에서 지정한, 그녀가 양육자로 적합한지를 판단할 정신과 의사를 만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했을 것이다. 가벼운 농담과 함께 그런 이유들을 늘어놓은 다음, 상대를 자극하는 한마디를 덧붙였을 것이다. “목요일에 봐. 내가 보상할게.” 빅터와의 관계에서는 거절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요즘 들어서는 특히 그에게 ‘안 돼요’라고 말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건강이 나쁘다는 완곡한 표현이었다. 지난해에 그는 죽을 뻔했다.

---「오늘 하루 어땠나요?」중에서

줄거리

「그린 씨를 찾아서」(1951)
구호소에 일자리를 얻어 처음 출근한 날, 그리브는 익숙하지 않은 시카고의 흑인 구역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의 임무는 구호용 수표를 전달하는 것인데, 명단에 적힌 주소지를 찾아가보니 그런 사람은 없다고?

「노란 집 물려주기」(1957)
나이 든 해티는 호숫가의 근사한 집에서 혼자서도 명랑하게 살아왔지만, 자초한 사고로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누구와 함께 살아야 할까? 오랫동안 왕래 없던 피붙이? 인근 마을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혼자 지내는 늙은이? 어쩌면 이웃의 마음씨 좋은 부부가 그녀를 구원해주지 않을까?

「옛날 방식」(1967)
브라운 박사는 미묘한 관계가 된 사촌들을 떠올린다. 독실하고 부유한 맏이 아이작은 막냇동생인 티나와 사이가 틀어져 몇 년째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지내는데, 티나의 암 투병 소식이 전해진다.

「모즈비의 회고록」(1968)
국제 정치사의 굵직한 장면들에 관여한 화려한 이력의 모즈비 박사는 딱딱한 회고록에 유머를 가미하기 위해 러스트가르텐이라는 인물을 기억에서 불러낸다. 한때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되었던 그는 냉전 시기에 접어들면서 큰돈을 벌기 위해 애쓰지만 좀처럼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제틀랜드: 성격증거에 따라」(1974)
일찍이 세상을 책으로 배운 천재 소년 제틀랜드. 원대한 통찰을 품고 있는 지식인-보헤미안으로서 그는 고지식한 아버지의 기대와는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은접시」(1978)
건실한 사업가이자 온 가족을 돌보는 착한 사람이지만 운을 시험하며 대마초를 밀반입하기도 하는 우디가 최근 작고한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고한다. 우디가 열네 살 때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던 아버지는 신학생이 된 우디를 오랜만에 찾아와 급하게 돈을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선 안 될 말을 한 남자」(1982)
빚을 지고 캐나다로 도피했다가 본국송환을 앞둔 유명인사 쇼머트는 자신이 수십 년 전에 한 말실수로 한 여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어 사과하는 편지를 쓴다. 하지만 그의 실언은 그때만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고질적이었는데….

「오늘 하루 어땠나요?」(1984)
늙고 오만한 세계적 학자 빅터 울피, 그리고 지적 세계로의 신분 상승을 꿈꾸는 그의 젊은 내연녀 카트리나. 폭설로 모든 발이 묶어버린 공항에서, 세속적이고 생생한 삶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카트리나는 빅터를 향한 변함없는 존경의 시선을 보내지만, 늙고 쇠약해진 빅터에게 카트리나는 스러져가는 육체의 한계를 잊게 하는 관능의 거울이 된다.

출판사 리뷰

지성과 속물성의 기묘한 공존:
고결한 정신 이면에 숨겨진 현대인의 결핍과 고독에 관하여

솔 벨로는 1915년 캐나다 퀘벡주의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시카고로 이주했으며, 인류학과 사회학, 영문학을 전공한 후 여러 대학에서 오랫동안 인류학과 문학을 강의했다. 유대인이라는 민족성과 다양한 언어 환경, 급격하게 변화해가던 20세기 미국 사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예술가 공동체는 벨로의 작품세계 전반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민 경험과 정체성, 도시성, 지적 자기의식, 가족 갈등 등을 미국 현대 문학의 핵심 주제로 끌어올린 데는 개인적 경험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에서 자주 눈에 띄는 것도 화자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특징이다. 그들은 대개 유대인이자 미국인이며, 부유하거나 유명한 지식인 남성이다. 일상적으로 철학·예술·정치·역사적 주제를 떠올리고 다양한 외국어와 속어를 섞어 농담을 즐기지만,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가족 내에 문제가 있거나 과거에 사로잡혀 지내거나 고독에 빠져 있고, 진지하게 고민하는데도 상황은 종종 희극으로 치닫는다. 벨로는 이들을 통해 지성을 찬양하면서도 동시에 가차 없이 조롱하는데, 우아한 문체로 생생하게 빚어진 이 인물들은 기이하면서도 절묘하게 현실적이다.

가령 「해선 안 될 말을 한 남자」는 이러한 거장의 인간 탐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화자인 해리는 현란한 독설과 통제되지 않는 ‘말의 과잉’으로 주변의 모든 관계를 파괴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킨 음악학자다.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오만함에 사로잡혀 거침없이 독설을 쏟아내지만, 그 수다스러운 참회록의 이면에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연결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지독한 고독과 결핍이 숨어 있다. 벨로는 지식인의 화려한 달변을 찬양하는 듯하다가도, 그것이 파멸을 부르는 순간을 신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폭로하며 독자에게 지적 쾌감과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지성의 허위의식과 실존적 불안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다채롭게 변주된다. 「오늘 하루 어땠나요?」에서는 세계적 석학인 빅터 울피와 그의 내연녀인 카트리나의 관계를 통해 학문적 고결함 뒤에 감춰진 인간의 속물성과 허영을 들춰낸다. 고매한 정신적 가치를 논하는 빅터 울피는 연인과의 관계에서조차 지적 권위와 자기중심성을 내려놓지 못하고, 지적 세계로의 신분 상승을 꿈꾸는 카트리나 역시 세속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폭설로 고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심리전은 고상한 학문적 성취 뒤에 숨은 인간의 가식적인 초상을 뼈아픈 코미디로 승화시킨다.

“삶의 가치는 성공이 아니라 품위에 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현대 문화에 대한 섬세한 분석

20세기 후반의 수십 년을 다룬 이 단편집에는 전후의 혼란 속에서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떠오른 역동적인 국가이자 인종과 문화의 혼성 공간으로서 미국 사회가 묘사되어 있다. 이민자들의 나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종교, 범죄와 갈등으로 얼룩진 도시, 물질주의와 소비문화의 확산 속에서 피상적 존재가 되어가는 인간, 확고해진 냉전 체제, 기존의 가치가 해체되는 이 시기가 작품 곳곳에서 다양한 각도로 조명된다.

이런 양상은 작품 속에서 대표적으로 가족이나 친척 간 갈등으로 나타난다. 가부장적이었던 유대인 대가족은 미국 사회에 동화되는 정도에 따라 극심한 세대 갈등을 겪고, 끈끈한 유대를 잃고 흩어져서 서로를 속이고 이용하는가 하면, 그럼에도 여전히 서로를 아끼고 돌보는 모순이 공존한다.

「사촌들」은 전통적 유대가 해체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도 지독하리만치 강한 결속을 요구하는 유대인 공동체의 초상을 그린다. 폭력조직의 일을 봐주다 수감된 사촌을 위해 탄원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은 주인공의 딜레마는 세속화된 미국 사회에서도 결코 끊어낼 수 없는 혈연의 사슬을 질문한다. 이러한 혈연의 애증은 「은접시」에서 정점을 찍는다. 우디에게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 자신을 아껴준 은인의 집에서 은접시를 훔치던 아버지를 막아서며 처절한 육탄전을 벌인 기억이 있다. 이 강렬한 기억은 세월이 흘러 예순이 넘은 우디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병실로 이어지는데, 죽음이라는 절대적 단절 앞에서도 아버지를 필사적으로 붙잡으려는 아들의 먹먹한 연민은 가족이라는 운명의 복잡성을 깊이 있게 드러낸다.

또한 벨로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현대 사회에서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이념의 문제를 논하기도 하고, 전위적인 탐색을 시도하는 당대 문학과 예술에 대한 의견도 피력한다. 작품 곳곳에는 20세기 후반을 뒤흔든 정치가와 문화예술계의 거장이 실명으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이는 소설적 허구를 넘어 당대 지식인 사회의 지형도를 생생하게 복원해내는 효과를 낳는다. 이처럼 천연덕스럽게 시대의 명암을 가차 없이 파헤치면서도 특유의 냉소와 위트로 사회를 간파하는 솔 벨로의 통찰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현대 문화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보여주었다는 노벨문학상 수상 사유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삶은 곧 기억이다”
: 죽음을 앞두고도 냉소와 허무에 지지 않는 정신

솔 벨로는 61세인 197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에도 지치지 않는 창작열을 보여주는데, 왕성한 노년은 그의 작품 전반에서 중요한 문학적 자양분이 되었다. 여러 단편에서 주요 인물은 노인이고, 친밀한 이들의 죽음을 여러 차례 목도했거나 본인이 죽을 위기를 간신히 넘긴 처지다. 은퇴 이후 관계가 축소되고 고립된 처지에 놓인 이들은 육체는 비록 쇠약해졌음에도 정신은 여전히 건재하다. 죽음 이후에 무엇이 남을지를 고뇌하며 삶의 의미를 집요하게 찾으려 하고,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욕망을 드러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를 끊임없이 갈구한다.

이러한 노년의 실존적 고투는 작가가 시간을 다루는 미학적 장치와 맞물릴 때 한층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솔 벨로는 기억의 서사를 통해 시간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압축하고 확장하는데, 일례로 노년의 화자가 성인이 된 외아들에게 들려주는 회고담 형식의 「나를 기억하게 해줄 것들」에서는 대공황 시절 어머니의 임종을 둘러싼 ‘단 하루’가 고스란히 담기는 반면, 홀로코스트의 상흔과 망각을 다룬 「벨라로사 커넥션」에서는 ‘수십 년의 생애’가 몇 개의 굵직한 에피소드와 장면들로 요약된다. 이처럼 현재의 서사 속으로 불쑥 틈입하는 회상들은 비록 이미 결말이 정해진 과거의 편린이라 하더라도, 노년의 주인공들이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되돌아볼 때 비로소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솔 벨로가 노년에 이르러 치열하게 복원해낸 이 기억의 서사들은 단순한 과거의 회고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의 소음과 죽음이라는 절대적 허무에 맞서 인간이 지닌 고유의 정신적 빛과 존엄성을 끝끝내 증명해내려는 거장의 필사적인 분투이다. 늙어감과 소멸의 과정을 이토록 품위 있고 생동감 넘치게 그려낸 그의 후기작들은 사라져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끝내 기억하고 붙잡아야 할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엄숙하게 묻고 있다.

추천평

벨로의 단편들 속 인물과 장소와 사물은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명징함 속으로 번쩍이며 타오른다. 포크너가 천둥이라면, 벨로는 번개다! - 뉴옥 타임스
미국의 가장 위대한 소설가로서 사실상 대적할 적수가 없다. 책장에 영원히 보관해야 할 명작이다. - 커커스 리뷰
문체의 거장이자 최고의 이야기꾼이 빚어낸 리얼리즘 문학의 최고 성취! - 시애틀 타임스
벨로의 단편들을 읽어라. 그럴 만한 가치가 차고도 넘친다. - 시카고 선타임스
깊이 성숙하고도 지혜로우며, 한 거장의 평생에 걸친 업적이 담긴 소중한 기록이다. - 타임아웃 뉴욕
경이로운 작품집. 몇 번이고 거듭해서 빠져들게 되는 풍요로운 문학적 성찬이다. - L.A. 위클리
요컨대, 벨로는 여전히 우뚝 솟아 있다. - 뉴스데이
솔 벨로는 ‘미국의 국보’다! 󰠏 - 하퍼스 바자
솔 벨로는 우리 인간 본성의 본질적인 진실을 일깨워주는 강력하고도 우아한 목소리다. -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벨로의 글은 우리를 더 깊은 인간의 세계로 거침없이 끌어당기며 ‘당신이 스스로 짐작했던 것보다 당신 안에는 훨씬 더 많은 것이 있다’고 말해준다. - 내슈빌 테네시언
압축된 글쓰기의 생생함과 그 사색적 깊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경이로운 작품집이다.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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