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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대의 종말
양장
엘리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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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사랑의 신화에 종말을 고하다
비비언 고닉의 비평 에세이. 20세기 문학 속 사랑과 결혼, 이별의 장면들을 따라가며 삶을 완성한다고 믿어온 낭만적 사랑이 여전히 유효한지 묻는다. 사랑을 둘러싼 시대정신의 변화를 짚어낸 책. 1997년에 쓰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2026.07.14. 에세이 PD 이주은

상세 이미지

책소개

목차

크로스웨이스의 다이애나
클로버 애덤스
케이트 쇼팽
진 리스
무자비한 친밀함
윌라 캐더
한나 아렌트와 마르틴 하이데거
크리스티나 스테드
그레이스 페일리
마음이 여린 남자들
연애소설의 종말

이 책에 나오는 소설

저자 소개 2

비비언 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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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an Gornick

미국의 비평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회고록 저자. 우크라이나 출신 노동자 계급 부모의 딸로 1935년 뉴욕에서 태어나 좌파 공동체 안에서 성장했다. 뉴욕시립대학교에서 문학 학사 학위를, 뉴욕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부터 1977년까지 미국 최초의 대안 주간지 〈빌리지 보이스〉 기자로 활동하면서 미국 페미니즘 운동에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그 외에도 〈뉴욕 타임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타임〉 〈애틀랜틱 먼슬리〉 〈네이션〉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나갔다. 주요 저서로 『성차별적 사회의 여성』 『미국 공산주의라는
미국의 비평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회고록 저자. 우크라이나 출신 노동자 계급 부모의 딸로 1935년 뉴욕에서 태어나 좌파 공동체 안에서 성장했다. 뉴욕시립대학교에서 문학 학사 학위를, 뉴욕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부터 1977년까지 미국 최초의 대안 주간지 〈빌리지 보이스〉 기자로 활동하면서 미국 페미니즘 운동에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그 외에도 〈뉴욕 타임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타임〉 〈애틀랜틱 먼슬리〉 〈네이션〉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나갔다. 주요 저서로 『성차별적 사회의 여성』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사나운 애착』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연애 시대의 종말』 『상황과 이야기』 『내 인생의 남자들』 『오래된 꿈』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 『멀리 오래 보기』 등이 있다. 구겐하임 펠로십, 윈덤캠벨상 논픽션 부문, 로버트 B. 실버스 문학비평상 등을 받았으며, 다수의 작품으로 전미도서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더뉴스쿨, 하버드대학교, 아이오와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쳤고,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연애 시대의 종말』에서 고닉은 사랑의 신화가 종말을 맞은 오늘날의 시대를 자신만의 날카롭고 생생하며 지적인 문장으로 포착해 보여준다. 그는 버지니아 울프, 이디스 워턴, 케이트 쇼팽, 진 리스 등이 쓴 20세기 탁월한 문학작품을 들여다보며 사랑과 결혼, 이별과 배신의 장면들을 탐구해, “그렇게 그들은 결혼해서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 〈뉴요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스턴 리뷰〉 〈커커스 리뷰〉 등 수많은 매체에서 비평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으며, 그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비비언 고닉의 다른 상품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도시를 걷는 여자들』, 『하틀랜드』, 『우먼 월드』, 『먹보 여왕』, 『밀크맨』, 『온 컬러』, 『권력과 테러』, 『자라지 않는 아이』, 『위대한 생존』, 『오카방고 숲속의 학교』,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나무소녀』, 『네모난 못』, 『자유 방목 아이들』, 『밴버드의 어리석음』, 『식스펜스 하우스,』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사악한 책, 모비 딕』, 『이 문장은, 내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도시를 걷는 여자들』, 『하틀랜드』, 『우먼 월드』, 『먹보 여왕』, 『밀크맨』, 『온 컬러』, 『권력과 테러』, 『자라지 않는 아이』, 『위대한 생존』, 『오카방고 숲속의 학교』,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나무소녀』, 『네모난 못』, 『자유 방목 아이들』, 『밴버드의 어리석음』, 『식스펜스 하우스,』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사악한 책, 모비 딕』, 『이 문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아웃런』, 『바다 사이 등대』, 『달빛 마신 소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페이퍼 엘레지』, 『몬스터 콜스』, 『가든 파티』 등이 있다.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과 『미스테리아』 등에 글을 실었다. 『밀크맨』으로 제14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한때 번역으로 생활비를 벌면서 학위 과정을 밟는다는 무리한 설계를 하기도 했으나 첫째를 가지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그래도 세 살 터울로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번역 일은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둘 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반일반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일을 하려면 아이들을 종일반에 맡겨야 하는데, 엄마들이 와서 반일반 아이들을 데리고 간 다음에 남아 있는 아이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안에는 양육자들이 운영을 나눠 맡아야 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때 같이 아이를 키운 사람들이 친구로 남은 것만은 분명한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서 하루에 여덟 시간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일할 수 있다고 해서 꼭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 시간에는 주로 번역을 하고, 가끔 글을 쓰고, 대학원에서 학생 들에게 번역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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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09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94g | 124*188*17mm
ISBN13
9791191247763

책 속으로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안다. 여자가 자기 앞날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멀리 내다본 것이다. 거기에서 보이는 것에 여자는 거부감을 느낀다. 자기 앞에 펼쳐진 삶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상상할 수 없으므로 자기는 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는 나아갈 수가 없다. 결혼은 연극 같은 거짓 놀음이 될 것이다. 눈이 맑아지는 그 순간에 감상적 사랑은 이미 지나간 일이 된다.
---pp.9-10

말할 것도 없이 틀린 생각이다. 자유는 정신의 작동이나 감각의 만족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 자유는 자기 이해를 끈질기게 실천함으로써 얻어진다.
---p.24

탁월한 은유에는 자기 이해를 약속하는 공통의 경험이 담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게 되리란 약속, 혹은 알 수 없거나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리라는 약속이, 문학에서 한때는 자연을 통해, 다음에는 신을 통해, 다음에는 사랑이라는 은유를 통해 주어졌다. 지금으로서는 사랑이 자연과 신이 갔던 길을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문학에서나 삶에서나 완전히 ‘홀로’ 던져져 표류한 채 새로운 힘을 얻게 해줄 은유적 요소를 찾으려고 우리가 쓰는 책 속을 더듬는다.
---p.27

일단 결혼하고 나면 날마다 밀착해 서로 평가하며 살아가게 된다. 몇 주, 몇 달, 그리고 평생.
---p.37

클로버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우리는 알 수 없다.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클로버처럼 ‘덜 중요한 삶’은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이들과 가까운 중요한 인물은 풍부한 기록을 남겨 역사가들이 그럴듯한 추론을 할 수 있지만, 덜 중요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저 ‘누이는 신경쇠약이었고, 신부는 도망쳤고, 아내는 자살했다’는 이야기 정도만 남는다. 충격적이고 극적인 결말만이 주어진다. 그러니 우리는 추측할 뿐이다.
---p.51

사실 작가의 삶은 온통 수정, 오직 수정이 아닌가? 고치지 않고 어떻게 생각이 또렷해지고 작품이 깊어지나? 어떻게 통찰에서 지혜로 나아가나? 어떻게 사물을 둘러가며 보고 핵심으로 들어가나? 열린 창으로 흘깃 내다보는 게 아니라 세계 전체를 창조하나?
---p.67

영국에는 ‘불안정한’ 여성 작가의 전통이 있다. 앤토니아 화이트, 애나 캐번, 진 리스, 버지니아 울프가 이 계보에 속하는데, 하나같이 남녀 관계의 저변에 깔린 야만성에 영영 마비되어버린 듯 보이며 저마다 무척이나 내면적인 산문을 썼다. 모두 재능이 뛰어났고, 한 명은 천재였다. 작가가 글을 쓰려면 내적 숙고를 통해 거리를 확보하고 그 위에 구조를 부여해야 함을 다들 알았다. 이 필수 과제에 작가들이 응하는 저마다 다양한 방식은 창작에 필요한 의지와 자기 절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교과서나 다름없다.
---pp.80-81

친밀함이 부모(특히 동성의 부모)를 대상으로 할 때 정념적 요소는 당연히 위장되지만, 여기에서 비롯되는 충격적인 분노와 우울은 두렵고 깊숙한 감정의 크기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이 친밀함이 우리를 평생 묶어놓고, 모든 애정 관계에 내포된 과제에 영원히 매달리게 한다. 어떻게 연결하되 융합되지 않을 것인가, 어떻게 반응하되 흡수되지 않을 것인가, 어떻게 거리를 두되 완전히 물러서지는 않을 것인가 하는 과제에.
---p.101

결국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평생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감정을 이해하더라도 삶에 통합하지 못하면 오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감정을 부인하고 감정의 힘을 무시하면, 완전히 망한다. 토머스 하디와 입센 작품의 위대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게 바로 이것이다. 감정의 손아귀에 붙들린 남녀. 하디 소설에서는 투쟁하지만 실패하고 슬픔에 잠긴다. 입센 작품에서는 억누르고 부인하다가 파
멸한다.
---p.129

엄밀하게 말해서 페일리 소설의 남녀는 서로와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열망과 사랑에 빠진다. 이들은 서로에게 투사(投射)이자 자극이다. 언젠가는 (대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결합에서 인간적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그럴 때가 많다) 사랑이라는 느낌은 증발해버린다. 이 증발에 대한 반응에 페일리는 관심을 갖는다. 사람들은 사랑을 잃고 우울해하거나 혹은 동요한다. 동요하면 떠나버리고, 우울해지면 마비된 듯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로 동요하는 쪽은 남자이고 우울해지는 쪽은 여자다. 줄여 말하자면 두 사람 다 저항할 수 없고 결국 후회하게 될 행동에 붙들려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이지만, 다른 점은 남자는 닭장을 떠나 날아가고 여자는 부엌 바닥에 못 박힌 듯 서 있는다는 것이다.
---pp.155-156

우리는 사랑했고, 잘못 사랑했다. 우리는 다시 사랑했고, 다시 잘못 사랑했다. 세 번째로 사랑했고, 이제는 경험으로부터 차단된 세상에 사는 게 아니었다. 사랑이 우리를 다정하고 현명하고 너그럽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사랑에 푹 빠져 있을 때조차 두려움도 분노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내면의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전개는 경악스러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방에 깨달음이 가득했고 그 분위기가 하나의 문화로서 우리를 영영 바꾸어놓았다.

---p.197

출판사 리뷰

“그러니 사랑을 말하기 전에 비비언 고닉을 만나시길.
사랑을 다시 한번 믿어보려 할 때에 『연애 시대의 종말』을 경유하시길.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라면 더더욱 고닉 곁에 잠시라도 머물러보시길.”
김소연(시인)

* 읽고 쓰는 이들의 이정표 비비언 고닉의 대표 비평 에세이
*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근대적 신화에 마침표를 찍은 현대의 고전
* 김소연 시인 시인 강력 추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 부문 최종 후보
* 〈뉴욕 타임스〉 〈뉴요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스턴 글로브〉 등 유력 매체 극찬 도서

“낭만적 사랑은 더 이상 물을 포도주로 바꿀 수 없다.
사랑의 열정은 더 이상 영혼의 용광로가 아니다.”

우리 시대 가장 날카로운 에세이스트 비비언 고닉,
한 시대를 불살랐던 사랑의 신화에 종말을 고하다

비비언 고닉의 대표 비평 에세이 『연애 시대의 종말』이 영어권 출간 30여 년 만에 홍한별 번역가의 유려하고 명료한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세기에 나온 탁월한 문학작품 속에서 사랑의 문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탐구하는 열한 편의 비평 에세이를 묶은 모음집이다. 1997년 영어권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 〈뉴요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스턴 리뷰〉 〈커커스 리뷰〉 등 수많은 매체에서 “비평 에세이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그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 부문 최종 후보(Finalist)에 올랐다.

고닉은 책 전반에 걸쳐 문학작품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사랑의 신화가 종말을 맞은 오늘날의 시대를 자신만의 날카롭고 지적인 문장으로 생생하게 포착한다. 특히 버지니아 울프, 이디스 워턴, 케이트 쇼팽, 진 리스, 래드클리프 홀 등이 쓴 20세기 탁월한 문학작품과 한나 아렌트, 클로버 애덤스 등의 삶을 들여다보며 사랑과 결혼, 이별과 배신의 장면들을 탐구해, “그렇게 그들은 결혼해서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음을 보여준다. 간결하면서도 밀도 높은 문장으로 정확하면서도 독창적으로 시대 변화를 진단한 이 책은 지금까지도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 재발견되면서 빛나고 있다.

지금 우리 삶에서 낭만적 사랑은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삶의 방식을 좌우하는 것이 과연 사랑이어야 하는가? 사랑으로 충분한가?
비비언 고닉이 던지는 낭만적 사랑과 문학, 그리고 자아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

오래 잊고 있던 질문이 갑자기 선명하게 떠오르고, 알쏭달쏭 답답했던 무언가에 정확한 이름이 붙는 경험-우리가 비비언 고닉을 읽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연애 시대의 종말』은 바로 그런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이 책에서 비비언 고닉은 20세기 문학의 거장들을 다루면서 가장 근본적인 우리 시대의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 삶에서 낭만적 사랑은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삶의 방식을 좌우하는 것이 과연 사랑이어야만 하는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랑만으로 충분한가?

이 책의 진정한 힘은 이런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보다 그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고닉은 버지니아 울프, 이디스 워턴, 진 리스, 그레이스 페일리, 레이먼드 카버 같은 거장들의 작품과 한나 아렌트, 클로버 애덤스 등의 삶을 아울러 살피며, 우리 삶을 전통적 사랑과 결혼의 서사로 구축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절대적 금기를 사랑의 이름으로 깨뜨렸던 시대가 지나간 지금 사랑의 서사는 더 이상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지 못하며, 지친 세계관을 되풀이할 뿐이다. 이는 지나간 경향을 치워버리는 행위가 아니다. 고닉의 글은 우리가 문학과 삶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사랑 말고도 중요한 게 많아진 시대,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닉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이 무심코 주고받는 짧은 대화와 탄식을 놓치지 않고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시대정신의 변화를 감지한다. 그리고 문학 속 현실과 우리 삶 속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자를 탁월하게 설득한다. 길고 논리적인 논증을 하기보다는 거리 두기의 통찰과 내밀한 경험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그리하여 비비언 고닉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밀도가 높고, 독창적이면서도 정확하다. 신중하게 고른 짧은 문장이 인간 경험의 핵심을 명징하게 찌른다. 이런 문장들은 고닉이 그레이스 페일리를 설명할 때 사용했던 표현처럼 “내면 깊숙한 곳에서 비롯된 놀라운 집중력의 산물”이다.

날카로움, 유려함, 집중력과 더불어 문단과 독자들이 주목한 것은 고닉의 비판 정신이다. 고닉은 낭만적 사랑의 신화뿐 아니라 문학적 상투성 또한 두려움 없이 해체한다. 일례로 「마음이 여린 남자들」에서 레이먼드 카버, 리처드 포드, 안드레이 더뷰스가 반세기 동안 답습해온 헤밍웨이식 남성성의 신화를, 그들의 작품이 인물들을 “존재한 적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이상적이고 다정한 연결에 대한 아련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는 존재로만 그리는 것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고닉의 비판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독립적인 주체의 새로운 발견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진정한 지성의 작동 방식이다.

『연애 시대의 종말』을 읽다보면, 결국 우리-작가와 독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낭만적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 앞에서 녹아내리고 분노하고 두려워하는 우리 자신의 내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게 (지난 세기의 사랑이 가리켰던 것, 그리고 더 이상 사랑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우리의 마음이 사랑 안과 밖에서 어떻게 변하든, ‘나’와 ‘너’ 대한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낭만적 사랑의 독점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에도 삶과 문학의 대화는 서로를 지탱하는 동시에 서로를 끊임없이 성찰시키는 관계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이 모든 예리한 통찰을 섬세한 감각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노정한 작지만 큰 걸작이다.

추천평

“사랑은 여성이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지막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비비언 고닉은 정교히 증명한다. 욕망하고 두려워하며 모순되기 짝이 없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견디는 능력을 사랑이 어떻게 방해하는지를. 그러니 사랑을 말하기 전에 비비언 고닉을 만나시길.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사랑을 다시 한번 믿어보려 할 때에 『연애 시대의 종말』을 경유하시길.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라면 더더욱 고닉 곁에 잠시라도 머물러보시길. 인간을 덜 낙관하는 방식으로, 우리 안에 깃든 힘을 더 사유하게 하는 이 이야기에 부디 귀 기울여보시길.” - 김소연 (시인)
“사랑-파국-문학의 3자적 연결 고리를 탐구한 눈부신 성취. 고닉의 글은 명료하면서도 현상을 예리하고 매섭게 파고든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고닉의 목소리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관찰과 감정, 통찰이 촘촘히 엮인 이야기는 목소리와 탁월한 합일을 이룬다.” - 더 뉴요커
“비비언 고닉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삶과 문학 사이의 대화가 서로를 지탱할 뿐만 아니라 서로를 바로잡아줄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을 갖게 된다. 그는 두려움이 없는 작가다.” - 뉴욕 타임스
“비비언 고닉은 고르고 고른 단어를 응축해 인간 보편 경험의 핵심을 찌르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 커커스 리뷰
“틀어진 관계에 대해 쓰든 울프의 작품을 다루든 간에, 고닉은 자신의 글감에 대해 보기 드문 정직함과 정당한 분노, 놀라운 정밀함, 그리고 깊은 다정함을 발휘한다.” - 뉴 스테이츠먼
“분량은 적지만, 책에 담긴 함의는 말할 수 없이 거대하다. 이 책은 설득력 있고 정교하며, 지성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다.” - 보스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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