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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 Aci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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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든 걸 다 모아놔. 아이가 바닷가에서 보낸 특별히 행복한 날을 언젠가 다시 누리길 바라면서 조개껍데기를 모아두듯이.
---p.14 나는 언제나 네 생각을 해. 내가 하는 걸 과연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림자가 되어버렸어. ---p.24 잘 지내? 잘 지내. 넌? 아주 잘 지내. 가볍고 어색한 웃음. 에밀리, 마리아나야. 마리아나, 이쪽은 에밀리. 나는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이 짧은 만남을, 저녁 해가 진 뒤의 가느다란 빛을 택하겠어. ---p.26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나는 아냐, 절대, 사랑하지 않아, 하지만 사람은 사랑이라고는 한 톨도 없어도 가장 격렬한 질투를 경험할 수 있으니까. 너랑 같이 살고 싶지도 않고, 너를 내가 아는 사람에게, 특히 가족에게는 소개하고 싶지 않고, 네가 날 사랑하길 바라지 않고, 네 아이를 갖는다는 건 최악일 거야. 그때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는 마침내 내 감정이 실은 질투보다 더 나쁜 것임을 알았어. 버림받은 느낌. ---p.42 파리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저 창 너머로. 여기 체류 기간이 끝난 다음에 근처에 아파트를 빌리는 계획도, 안녕. 그때까지 우리가 함께라면 같이 여름을 보내는 것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바닷가? 아말피에서? 통나무집? 하! ---p.43 우린 이 정도로 남남이 되어버린 걸까, 내가 네 앞에서 얼굴을 붉힐 정도로? 나는 내 몫의 반쪽 쿠키를 너에게 주고 방으로 올라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너를 돌아봤어. 아픈 말을 해줄 생각이었지만, 무슨 말을 하게 될지는 몰랐어. ---p.82 네가 떠난 이후 삶이 어떨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널 맞닥뜨리길 기대할 수 없는 일요일들이 어떨까? 울적한 일요일에 어둠이 내리기 전 마지막 카드처럼 막바지에 장을 보러 나가던 절박한 날 대신에 뭐가 있을까? ---p.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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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슬픔, 분노, 후회, 질투, 체념, 집착…
그 모두를 뛰어넘는 사랑, 오직 사랑에 대하여 그저 로마에 가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한 예술가 아카데미. 마리아나는 그곳에 도착한 첫날 저녁, 한 남자를 만나고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긴다. 세상에 오직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를 갈망하던 시간도 잠시, 남자는 이내 마음이 식어 마리아나를 떠난다. 마리아나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연인을 향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미련과 슬픔, 분노와 후회, 체념과 집착 사이를 오가며 끝없이 되묻는다. 우리가 나눈 사랑은 무엇이었는지, 당신이 정말 나를 사랑한 적 있었는지, 다시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당신을 알기 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편지를 써 내려가며 마리아나는 깨닫는다.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시작된다는 사실을. 생생한 목소리로 담아낸 사랑의 시종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이 새롭게 그려낸 사랑의 본질 『마리아나』는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찬란하고도 지독한 사랑의 민낯을 똑바로 응시한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 욕망, 후회, 집착의 감정을 한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꾸밈없이 담아낸다. 밀도 높은 일인칭 목소리는 사랑의 달콤함뿐 아니라 그 이면의 잔인함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상대에게 느끼는 모순적인 끌림, 외면받을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갈망, 버려졌다는 감각 속에서 피어오르는 묘한 쾌감, 부끄러움을 잊고 끝없이 구질구질해지는 마음……. 『마리아나』는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복잡한 궤적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그간 남성 화자를 중심으로 사랑의 감정을 탐구해온 애치먼은 이번 작품에서 여성 화자를 전면에 내세워 사랑을 새롭게 이야기한다. 생동감 넘치는 여성의 목소리는 17세기 서간체 고전 『포르투갈 수녀의 편지』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젊은 포르투갈 수녀가 고국으로 돌아간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사랑의 비극성을 응축한 서간체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애치먼은 작품에 담긴 “솔직한 슬픔”과 “속절없음을 알면서도 사랑을 향해 손을 뻗는 마음”에 매료되었다고 밝히며, 오래된 목소리를 현대로 옮겨와 사랑으로 인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새롭게 그려낸다. 『마리아나』는 사랑이 떠나간 뒤에도 여전히 그리워하는 마음, 이미 끝났음을 알면서도 끝내 놓지 못하는 마음, 상처 입은 뒤에도 사랑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흔히 멋없고 비루하다고 치부되어 외면받는 감정까지 세세히 보듬으며, 사랑이 남긴 가장 솔직한 흔적을 끝까지 좇는다. 결국 『마리아나』가 그려내는 것은 사랑이라는 하나의 사건이다. 한 번 발생하면 그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고, ‘나’라는 감각과 동일성마저 흔드는 경험. 『마리아나』는 사랑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변화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좇아가며 사랑의 본질을 가장 문학적인 방식으로 길어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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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을 때는 ‘너’를 향한 집요한 이인칭 서술로 이루어진 소설의 제목이 왜 ‘너’의 이름이 아니라 서술자의 이름일까 궁금했다. 작가의 말을 읽고 마리아나라는 이 인물이 바로 사랑의 정의라는 걸 알았다. 사랑은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체이며, 그걸 잔인할 정도로 들여다볼 때 내면에서 끄집어내게 되는 것은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우면서 동시에 무엇보다 농밀하고 숭고한 무엇이란 것을.” - 홍한별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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