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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 Aci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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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웨이터가 술을 더 가지고 왔다. 마티니에서 풍기는 향기가 작은 방을 가득 채웠다.
“이 좋은 냄새 뭐죠.” 배질이 물었다. “아말피 해안에서 자라는 레몬이에요.” 라울이 말했다. “세상에 이런 레몬은 없죠. 이걸 맛보기 전까지는 진짜 레몬이 어떤 건지 모르는 겁니다. ---p.41 클레어가 말했다. “오늘 밤은 마치 한여름 밤의 꿈 같아. 공간이 열리고, 실수를 만회하고, 얽힌 운명이 풀리고, 모든 것이 바로잡히는.” ---p.60~61 라울은 무심하게 반쯤 어깨를 으쓱하며 반쯤 고개를 끄덕였다. “삶에서 운이 좋은 편이죠. 맞아요. 그렇지만 사실로 봤을 때, 물질적으로 봤을 때 그런 거고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에 있어서는 아니었어요.” 마고는 술을 마시려다가 작은 그라파 잔을 공중에 든 채로 물었다. “사랑 말씀이에요?” “맞아요.” “사랑에 있어서 운이 좋은 사람이 있긴 한가요?” ---p.69 늦은 오후라 햇빛이 이글거리지 않고 부드럽게 퍼졌다. 두 사람은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데까지 헤엄쳐 나와 선헤엄을 치며 만족감과 더없는 행복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뒤를 봐요.” 라울이 바닷가 쪽을 가리켰다. 마고가 돌아보자 만은 너무도 아득했고, 상상보다 훨씬 더 한적했으며, 마치 천국처럼 보였다. ---p.84 저녁식사 내내 두 사람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저녁식사 후, 계단으로 올라가는 남자를 여자가 가까스로 붙잡았다. “네 방으로 갈 거야.” “언제?” 남자가 물었다. “몰라.” 그날 밤 남자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집에서 무언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 같았다. ---p.120 “네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지.” 자기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남자는 얼른 말을 덧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네 생각밖에 안 해. 네 생각 하면서 잠들고, 네가 나오는 꿈을 꾸고, 이런 꼴로 깨.” ---p.122~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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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쬐는 햇살, 발갛게 그을린 너의 어깨, 투명한 바다, 레몬 향 마티니…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단 한 번의 여름 포말이 하얗게 부서지는 남부 이탈리아 해안가. 함께 크루즈 여행을 떠난 친구들은 보트 고장으로 해안가의 한 고급 호텔에 예상치 못하게 머물게 된다. 보트가 수리되는 동안 그들은 낙원 같은 이탈리아의 여름을 만끽하며 즐거움으로 가득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 남자가 나타난다. 호텔 식당에 언제나 같은 시각 홀로 모습을 드러내는 수수께끼의 신사 ‘라울’. 어느 날 라울과 우연히 말을 섞은 그들은 신비로운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가 손길만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오래전부터 그들을 알던 사람처럼 모두의 삶을 꿰뚫어 본다는 것. 그의 기묘한 매력에 이끌린 친구들이 저마다 질문을 쏟아내자, 라울은 오래전 이 마법 같은 이탈리아 해안에서 시작된 한 연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짧지만 강렬했던 그들의 사랑, 그리고 생과 생을 넘어 이어지는 믿을 수 없는 운명에 관한 이야기는 친구들의 삶과 겹쳐지며 뜻밖의 결과를 불러온다. 운명적 사랑에 대한 오랜 동경을 일깨우는 작가 안드레 애치먼이 완성한 또 하나의 황홀한 사랑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미묘한 떨림과 쉬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의 결을 포착해온 작가 안드레 애치먼. 『페루에서 온 신사』에서도 그는 서로 반목하다가 끝내 사랑에 빠지고 마는 젊은 연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인물들이 서로 이끌리고 밀어내며 변화해가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그들과 함께 아파하고 마음 졸이다가 끝내 환희를 느끼게 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생을 넘어 반복되는 인연이라는 오래된 모티프를 현대로 가져와 변주한다. 현실과 환상이 맞물리는 이야기는 운명적 사랑에 대한 인간의 오랜 동경을 되살리며 잊고 있던 낭만의 감각을 일깨운다. 무수한 생을 거쳐 이어지면서도 좀처럼 완성되지 못하는 관계의 역설은, 사랑의 영원성과 불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애틋한 울림을 선사한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애치먼 특유의 풍부한 문학적 레퍼런스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셰익스피어, 빅토르 위고, 마르셀 프루스트 등의 작품과 그리스·로마 신화 등 고전과 신화로 겹을 쌓아 올린 작품은 사랑과 운명, 기억과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전달하며 고전적 정취와 서정성을 고양시킨다. 눈부신 아말피 해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름 풍경 묘사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한다.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파도, 커다란 레몬 껍질을 벗길 때 퍼지는 싱그러운 시트러스 향, 소금기 머금은 바닷물 덕분에 더욱 달큼해진 포도의 맛까지. 오감을 일깨우는 생생한 문장은 독자를 단숨에 이탈리아의 여름으로 데려간다. 『페루에서 온 신사』는 생과 생을 넘어 이어지는 낭만적 사랑을 다시금 믿게 만드는 가장 황홀한 여름의 이야기로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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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수십, 수백 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믿기엔 어쩌면 우리는 너무 닳고 지쳤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오직 글자로만 이루어진 책을 읽으며 레몬 향기, 짭짤한 바닷물, 뜨거운 햇볕, 바닷바람, 풀 냄새, 까슬한 모래, 푸르타 델리라의 신비한 맛을 마치 직접 경험하듯 생생하고 관능적으로 느끼는 마법이 가능하다면, 자신의 영혼만큼 사랑한 사람을 다시 만나리란 것도, 믿을 수밖에 없다.” - 홍한별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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