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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마르크스와 『자본론』을 읽어야 하는가?
분단 이데올로기에 의해 대한민국에서 오랜 세월 ‘붉은 악마’로 자리매김했던 카를 마르크스. 새삼 그를 21세기에 다시 끌어올리려 합니다. 이미 세계인들은 그를 지난 1천 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사상가로 선정하였습니다. 그가 집필한 ?자본론?은 성경 다음가는 베스트셀러로 꼽고 있습니다. 그의 저작 ?자본론?은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그 모순을 해결?극복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읽어야 할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반세기에 걸쳐 ‘금서’ 제1호로 묶여 있었던 ?자본론?. 그리고 ‘붉은 악마’ 카를 마르크스. 그러나 지금 서울대학교에서는 꼭 읽어야 할 100권의 책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은 아직도 막강합니다. 왜 새삼스럽게 ?자본론?과 마르크스일까요? 그동안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자본주의 신경제’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는 극단적인 사회적 불평등과 인간성의 파괴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그 고유의 모순에 의해 이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불황의 늪에 전세계가 신음에 겨워합니다. 하여 현실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되었고, 자본주의에 대해 가장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 이론서인 ?자본론?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는 것이겠죠. 그리고 ?자본론?을 평생의 목표로 삼아 집필했던 카를 마르크스의 평전이 봇물을 이루며 출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섣불리 마르크스에 대해 논하는 식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의 차이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합니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위해 이 소설은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30여 년에 걸친 치열한 고증과 집필, 마르크스의 생애를 재현한 소설! 이 책은 혁명가이자 사상가인 카를 마르크스에 관한 대하소설입니다. 러시아의 여성작가 갈리나 I. 세레브랴코바가 30년에 걸쳐 완성한 이 대작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전기적 사실과 19세기 유럽의 격동적인 사회상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작품의 규모나 등장인물의 수에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필적할 정도로 방대한 이 소설은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모스크바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연구소’의 자료 제공과 조언, 그리고 엄격한 검토와 고증을 거쳐 발표된 이 작품은 마르크스주의의 성과와 내용을 소설적 장치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누구라도 흥미진진하게, 알기 쉽도록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파격적인 ‘마르크스주의 입문서’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옮긴이의 글을 빌어 이 책의 작가인 세레브랴코바가 어떻게 30여 년이란 세월에 걸쳐 이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 갈리나 요시포브나 세레브랴코바(Galina Iosifovna Serebryakova)는 1905년에 러시아의 키예프(현재는 우크라이나의 수도)에서 태어났다. 양친은 모두 직업혁명가였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그녀는 1919년 14세 때 나이를 속이고 적군赤軍에 들어가고 동시에 입당하여 정치공작원으로 내전에 참가, 게르스케에서 페레코프까지 전전했다. 1920년에 노동자를 위한 예비학교를 거쳐 모스크바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16세 때 처음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었다고 하는데, 처음 몇 페이지를 못 넘기고 잠들어버렸다고 한다. 이 무렵 그녀는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모로조프(1854~1946)와 알게 되었다. 모로조프는 테러리즘을 가장 중요한 투쟁수단으로 삼았던 ‘인민의 의지’파에서 살아남은 투사로서, 21년간 옥중에 있으면서도 화학?물리학?천문학?수학?역사학 등 각 분야에 정통했던 보기 드문 학자였다. 모로조프로부터 그녀는 카를 마르크스를 런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던 추억담을 들었다. 이 일이 그녀의 공상을 자극했다. 또 17세 때 그녀는 “최대 다수의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자가 가장 행복한 인간이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1925년부터 그녀는 저널리스트로서 문필활동에 종사했으며, 1931년에 ?이스베스차? 신문의 특파원으로 영국 맨체스터에 파견되었을 때 교외 선술집에서 마르크스의 막내딸 엘레노어를 알고 있다는 노동자를 만나 엘레노어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엘레노어는 말솜씨가 좋고 총명하고 온화하고 붙임성이 있어서 런던 교외의 노동자들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데다 원래 역사소설을 좋아했던 세레브랴코바는 마르크스의 생애를 소설로 쓰기로 마음먹는다.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막심 고리키(1868~1936)에게 상담하러 갔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제창자로서 당시 소련 문단의 최고 어른이었던 고리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놀라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의심쩍은 듯 머리를 흔들며 생각하다가 이윽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대단히 훌륭한 일이다. 그런 대작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그 일은 중요한 일이며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기억해둘 것은, 마르크스를 대리석 기념비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눈부시게 빛나는, 진정 살아 있는 인간으로 그려내는 일이다.” 1932년에 그녀는 런던으로 가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을 빠짐없이 찾아다녔다. 마르크스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틀어박혔던 대영박물관 도서관에도 자주 드나들고 하이게이트의 마르크스 묘지도 몇 번이나 찾아갔다. 1935년에 제1부가 완성되어 출판되었다. 그러나 불행이 닥쳐왔다. 세레브랴코바는 두 명의 중요한 볼셰비키―레오니드 세레브랴코프와 그리고리 소콜니코프―와 차례로 결혼했는데, 이들 두 남자는 1930년대 중엽에 여론 조작을 위해 열린 세 차례의 공개재판 가운데 두 번째 재판(1937년 1월에 열린 이른바 ‘반反소비에트 트로츠키 센터’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총살당했다. 세레브랴코바도 그들의 ‘동지’로서 인민의 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동료 작가인 보리스 필냐크(1894~1938)와 함께 ‘작가동맹’에서 제명된 뒤 강제노동수용소에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놀랍게도 살아남았다. 1956년에 명예를 회복한 뒤에는 ?프로메테우스?의 제2부(1958~60)와 제3부(1962)를 완성하여 자신이 이름을 문학사에도 올려놓았다. 19세기 유럽의 혁명운동사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역사 대하소설 이 소설은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중심축으로 삼아 전개되고 있지만, 작가가 이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는 것은 19세기 유럽의 혁명운동사입니다. 이를 재현하기 위해 작가는 방대한 역사적 자료와 증언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뛰어난 상상력으로 역사 속의 사건들을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습니다. 이 사건들은 서로 맞물리면서 또 다른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거기서 창출된 다양한 사상과 이념의 고리들 속에서 ‘자신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수많은 혁명가들과도 만나게 됩니다. 그들 중에는 바이틀링, 바뵈프, 블랑키, 라살, 바쿠닌, 게르첸…… 등등. 하지만 마르크스와 더불어 고뇌하고 협력했고, 서로 경쟁하고 결별했던 실존인물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작가는 문학적 상상력을 통하여 몇몇 가공인물을 창조해냄으로써 이 소설을 보다 흥미진진하고 생동감 넘치는 작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가령, 리옹 봉기에 참가한 뒤 투옥과 탈옥을 거치면서 혁명 전사로 거듭난 독일인 재봉공 요한 슈토크와 그의 헌신적인 프랑스인 아내 주느비에브,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을 거쳐 차티스트 운동에 참가했다가 장렬한 최후를 맞는 존 스미스 노인, 슈토크의 아들로 태어나 나중에 파리 코뮌의 전사로 성장하는 장 슈토크, 러시아 출신의 진보적 여성인 리자 모솔로바……. 그러나 이들은 작가의 편의에 의해 무작정 창조된 인물들이 아니라, 그 시대를 가장 전형적으로 살았던 각국 노동자계급의 ‘대표단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통하여, 즉 이들이 제공해주는 시점을 통하여 마르크스주의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유럽의 시대적 상황을 보다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런 이해를 거친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마르크스주의의 진정한 세계로 들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참되고 열린 입장을 세워야 할 시점, 마르크스를 만나다 모두 7권으로 번역된 ?소설 마르크스-프로메테우스?는 작가가 30년 세월에 걸쳐 완성한 삼부작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부 ?푸른 꿈?은 예리한 지성과 풍부한 감성을 지닌 마르크스가 사랑과 진리를 추구하고 세상을 통찰하며 성장하는 20대 초반까지를 묘사했고, 제2부 ?불을 훔치다?는 마르크스가 엥겔스와 더불어 과학적 사회주의, 즉 공산주의의 이론과 전술을 완성시켜 변증법적 유물론의 세계관을 확립하고 만국의 노동자들에게 인간 해방의 길을 제시하는 과정과 그 시대적 배경을 묘사하고 있으며, 제3부 ?세상을 위하여?는 유럽의 혁명운동이 파리 코뮌의 성립과 좌절로 이어지는 환경 속에서 마르크스가 국제노동자협회(제1인터내셔널)를 창립하여 노동운동을 지도하는 한편, 궁핍과 박해가 끊이지 않는 역경 속에서 ?자본론? 집필에 매달리다 결국은 다 끝내지 못하고 사망하기까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소설 마르크스-프로메테우스?는 지난 1980년대 말에 처음 출간되어 당시 민주화운동의 열풍과 함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후 16년 만에 이렇게 다시 출간하게 된 것은 번역자인 김석희 님이 이 작품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든 아니면 이념적으로 접근하든, 지금은 무지나 편견에서 벗어나 참되고 열린 입장을 세워야 할 시점인 것이라고 판단하여, 우리가 오늘날 겪고 있는 이념적 갈등 또는 혼란도 갈피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입니다. 하여, 이 작품을 다시 완성도 있게 가다듬었을 뿐만 아니라, 초판본에서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여 마침내 21세기에 새로운 모습으로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