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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데뷔 30주년 기념 연작소설
한겨울에 읽는, 온다 리쿠표 서정적 호러소설. 네 명의 친구들이 모여 여러 카페를 순례하며 각자 알고 있는 괴담을 들려주는 모임을 가진다. 마치 작가와 독자가 커피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한 매력이 있는 소설.
2025.12.26.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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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커피 괴담 Ⅰ 커피 괴담 Ⅱ 커피 괴담 Ⅲ 커피 괴담 Ⅳ 커피 괴담 Ⅴ 커피 괴담 Ⅵ 덧붙이는 말 |
Riku Onda,おんだ りく,恩田 陸,熊谷 奈苗(くまがい なな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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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일상생활에도 그런 일이 있는데 그냥 지나쳐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저곳에 괴이한 무언가가 있어도, 그것이 일상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그런 일이 얼마나 될까. 뜻밖에 많을 것 같다. 다몬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멍해 있어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인지도 몰라.
--- p.55 “나는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좀 과장일지 모르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살아 있다고? 왜?”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이따금 소름이 돋거나 항문이 스멀거리거나, 그런 구체적인 생리 반응을 체감할 수 있잖아? 아아, 내가 무서워하고 있구나, 내 몸이 반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 p.59 오노에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다몬은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태어난 지 반세기나 지나면 대부분의 감정은 너무 익숙해져서 이골이 나 있고, 대개는 상상이 간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공포는 만날 때마다 신선한 감정이다. 언제 먹어도 설레게 되는 카레처럼. 다몬은 빈 접시를 보았다. “그리고 괴담을 하고 있을 때의 독특한 친밀감이 좋아. ‘무섭다’는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일체감이 있잖아. 비즈니스를 뺀 일체감. 괴담만큼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화제는 없어. 이렇게 백주대낮에 오래된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 남몰래 소름이 돋는다는 게 너무 즐거워.” --- p.60 다몬은 오싹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적자색 카펫. 벽에 걸린 풍경화. 카운터에 붙박이로 제작한 둥근 의자. 놋쇠 난간. 그 모든 게 어쩐지 섬뜩해 보이기 시작한다. 오오, 이거야말로 괴담의 효과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게 되지. --- p.87 스테인드글라스라는 것도 왠지 모르게 무서운걸. 색을 넣은 유리이기 때문일까. 교회에서 쓰이고 있다는 연상 때문일까. 애당초 유리 너머로 본다는 행위가 어딘지 모르게 무서운지도 모른다. --- p.100 얼굴. 왜 얼굴은 무서울까. 다몬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인간은 어떤 패턴을 처음 보았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찾게 되어 있다고 한다. 세 개의 점이 역삼각형으로 늘어서 있으면 사람의 얼굴로 인식하도록 박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먼 옛날 대자연 속에서 살고 있을 때, 적이나 포식자를 가장 먼저 찾을 수 있게 한 흔적이라는 설이 있다. --- p.167 “다몬, 역시 너는 이따금 무서운 말을 해. 잠깐 다른 세계에 한 발을 들여놓는달까.” 다몬은 심드렁하게 혼잣말처럼 말을 잇는다. “초빙한다…… 확실히 괴담에는 그런 점이 있어. 혼자서는 할 수 없고, 괴담을 주고받는 장소에 는 무언가가 끌려오게 되지. ‘햐쿠모노가타리’는 바로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거고.” “그럼, 지금 우리도 무언가를 초빙하고 있는 건가?” --- p.182 “우산은 불연성 쓰레기잖아? 그래서 아파트의 불연성 쓰레기 버리는 곳에 내놓았는데, 어찌 된셈인지 내 우산만 가져가지 않아서 혼자 쓸쓸히 남아 있는 거야. 그게 왠지 불쌍해 보이더라고. 그래서 도로 가져와서 신발장에 넣어 두었어.” “그 우산, 혹시 네 눈에만 보이는 거 아냐?” --- p.304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는 나는 누군가가 보고 있는 데자뷔인지도 모른다. 미즈시마가 전에 비탈길에서 보았던 과거 데자뷔의 일부인지도. --- p.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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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한 잔의 커피 향처럼 은근히 스며드는 서정적 공포! 온다 리쿠의 데뷔 30주년 기념 연작소설집 『커피 괴담』 1991년 데뷔한 이래로 일본 문단에서 언제나 독보적인 자리를 지켜 온 온다 리쿠. 그는 데뷔작 『여섯 번째 사요코』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느껴 본 공포와 그 뒤에 따라오는 섬세한 여운을 포착했으며,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서정적 공포’라는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 왔다. 그리고 그 결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그의 작품 속에서 고요히 이어지고 있다. ‘노스탤지어의 마술사’인 그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연작소설집 『커피 괴담』을 내놓았다. 오래된 카페의 고요한 시간, 낯선 기운이 깃든 순간들, 작가가 직접 겪고 들은 이야기들이 잔잔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독자를 서늘한 세계로 이끈다. “커피 괴담에 잘 오셨습니다!” 이렇게 선언하고 시작하는 네 남자의 기묘하고 별난 세계. 레코드 회사의 프로듀서 ‘쓰카자키 다몬’은 어느 날 교토에 있는 친구 오노에로부터 초대를 받게 된다. 푹푹 찌는 더위를 뚫고 교토의 한 오래된 카페로 향한 다몬은 그곳에서 오노에와 또 다른 친구 미즈시마와 조우한다. 오노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카페를 순례하며 각자 알고 있는 괴담을 들려주는 모임, 일명 ‘커피 괴담’을 제안하고, 다몬은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이는데……. 일상에 스민 공포의 온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괴담들은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작가가 직접 겪은 이야기는 물론, 일상 속에서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한데 묶었다. 지어낸 괴담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마저도 실제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각색한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도 ‘혹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닐까?’ 하는 묘한 잔상이 오래 남는다. 온다 리쿠는 “정기적으로 무서운 작품을 쓰고 싶어진다는 것을 지금까지 자각하지 못했으며, 데뷔 30주년을 맞이하여 비로소 내가 호러 체질의 작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 담담한 고백은 이번 작품을 어떤 마음으로 집필했는지를 보여 주며, ‘커피 괴담’이라는 제목 너머에 놓인 서늘한 세계를 더욱 또렷하게 비춘다. 『커피 괴담』은 그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인간 근원에 놓인 ‘공포’라는 감각과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시금 보여 주는 작품이다. 마치 오랫동안 품어 온 커피 향이 은근히 퍼져 나오는 듯, 이번 작품 역시 독자들에게 은밀하고 특별한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카페, 괴담을 부르는 공간 온다 리쿠는 오래전부터 ‘맛있는 커피는 밖에서 마신다’는 신조에 따라, 여러 카페를 찾아다니는 습관을 이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는 자연스레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페에서 경험해 온 감각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되살아났고, 자신에게 맞는 원두를 찾아다니는 ‘카페 순례’가 그의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간다, 교토, 고베, 오사카에는 그가 사랑한 카페들이 있다. 어둑한 조명과 오래된 나무 냄새, 바리스타의 손길, 낮과 밤이 서서히 섞이는 창가 자리…….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현실과 아주 살짝 어긋나 있으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하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느끼는 미묘한 기운이 카페 안을 감돌고 있다. 『커피 괴담』에는 작가가 실제 방문했던 공간들이 조용히 스며 있다. 다몬과 친구들이 커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괴담을 나누는 장면은 그런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났을 것이다. 책을 펼친 독자 역시 그들과 함께 앉아, 커피 향 너머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기묘한 그림자를 바라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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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다 리쿠의 전집을 사 모을 만큼 이 작가의 세계에 매혹된 독자다. 스크린으로 공포를 그려 온 나조차, 이 책 앞에서는 한 명의 팬으로서 숨을 고르게 된다. 카페라는 일상의 무대 위에
서 피어오른 이야기는 독자를 관객이자 배우로 소환하고, 한낮의 웃음과 커피 향을 서서히 섬뜩한 전율로 물들인다. 『커피 괴담』은 활자로 빚은 두 번째 스크린의 체험이다. 읽다 보면 문득, 당신이 앉아 있는 카페의 창가에도 그들이 서 있는 것만 같다. - 민규동 (영화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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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괴담에 깔린 묘한 노스텔지어를 사랑한다. 오금을 저릿하게 하는 강렬한 괴담이 있는가 하면 슴슴한 섬찟함으로 뜻밖의 그리움을 자극하는 괴담도 있는 법이다. 학창 시절 온다 리쿠가 만든 서정적이면서 괴이한 세계에 푹 빠져 지냈던 나로서는 이 소소한 괴담집이 무척 반갑다. 괴담을 즐기는 이들, 즐기지 않는 이들, 그리고 친구들과 새로운 콘셉트의 여행을 도모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조예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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