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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걸 에이미
도전, 유튜브 스타 시작이 반 최악의 날 희망과 절망 사이 #머저리들에게_질렸다 머저리맨에게 보내는 경고 유튜버 전쟁 잊혀지고 싶지 않은 새로운 타깃 익명의 살인마들 이제 그만, 안녕 육교 아래에서 전쟁의 끝에는 |
Arthur Te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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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봐, 예쁘지? 매니큐어를 열 개나 샀냐고? 아니! 놀라지 마. 이 열 가지 색이 하나의 키트에 다 들어 있어. 바로바로, 보레알 뷰티의 신상품 패키지, 파티 핑거 키트!”
에이미는 금색 별 모양으로 장식된 투명 플라스틱 상자를 꺼내 카메라 앞에 흔들어 보였다. 상자 안에는 다양한 색깔의 뚜껑이 덮인 작은 병 열 개가 들어 있었다. 이어서 ‘완전 대박 유행’인 이 매니큐어 세트 상품을 받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줄줄이 나열했다. “자, 이제 오늘의 유혹 팁을 알려 줄게. 네가 길을 걷다가 인생의 남자를 마주쳤다고 상상해 보자. 정신을 잃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너의 이상형을! 그때 첫 번째 목표는, 절대로 그 애를 겁주지 말 것! 겸손한 모습을 보여 줘. 그렇다고 너무 소심하게 굴면 안 돼. 바보 같은 애로 보일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네가 무용 경연 대회에서 언제 처음으로 상을 탔는지, 또 수영 시합에서 메달을 몇 개나 땄는지 같은 이상한 자랑은 절대로 해선 안 돼. 그 애가 자기 얘기를 하도록 만들어야 하거든. 그러려면 질문을 엄청 많이 해야겠지? 그 애의 모든 게 궁금한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 에이미는 유혹 팁에 대해 한참 더 떠든 다음, 다시 한번 파티 핑거 키트를 카메라 앞으로 내밀며 “꼭이야, 꼭! 거기 너, 이거 안 사면 엄청 지질한 아이가 될걸.” 하고 구매를 부추겼다. --- p.10 빨간 바탕 위에 초록색 글씨로 ‘#머저리들에게_질렸다’라는 자막이 떠올랐다. 그리고 시끄러운 서커스 음악과 함께 돼지 가면으로 얼굴 전체를 가린 누군가가 나타났다. “안녕! 난 ‘머저리들에게질렸다맨’이야. 줄여서 ‘머저리맨’이라고 불러! 너희들, 자기가 스타인 줄 아는 거만한 애들, 별것도 아닌 걸 자랑인 양 찍어 대는 애들, 인터넷을 오염시키는 애들한테 질렸지?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이 채널에서 그런 멍청이 유튜버들을 저격해 볼까 해! 너희도 말해, 망설이지 말고. 누구한테나 짜증 나는 사람이 한 명씩은 있잖아. 자, 오늘 소개할 유며 인사는 바로…… ‘힙걸 에이미’야!” 자칭 ‘머저리맨’은 마치 돼지 울음소리처럼 음성을 변조하고선 시끄럽게 떠들었다. 티투앙은 인상을 확 찡그렸다. 굳이 보지 않아도 거북한 내용일 게 뻔했다. 유튜브 영상의 한 장면을 캡쳐한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반쯤 감은 눈, 우스꽝스럽게 뒤틀린 입술, 그리고 보정 프로그램으로 살짝 부은 듯이 만든 얼굴…….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립스틱 케이스가 끼워져 있었다. 머저리맨이 말을 이었다. “너희들, 이 여자애가 진짜로 ‘힙’하다고 생각해? 얘가 하는 조언을 그대로 믿고 따르고 싶다고? 아, 물론 못생긴 지질이들은 그러고 싶겠지. 얘랑 똑같이 닮았으니까! 에이미가 상대하는 게 바로 그런 애들이잖아. 진짜로 ‘힙한’ 애들이 그 영상을 본다면 아마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구를걸? 근데 뭐, 이것도 괜찮아.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니까. 우리가 보기엔 우습지만 말이야. 문제는, 이 여자애가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화학 덩어리인 제품을 좋은 물건인 양 홍보한다는 거야. 정말이야, 돈을 엄청 많이 받는대! 걔가 하는 조언이 진심인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한다면 진짜 바보인 거다. 걔가 목표로 삼는 게 바보들인 거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지? 걔가 하는 말은 전부 다 거짓말이야. 그 여자애가 구독자를 호구로 보는 거라고! 너희는 호구 취급당하는 게 좋아?” --- pp.53-54 “어쨌든, 그 유튜버 살인마가 크리스텡인 건 맞는 거예요?” “유튜버 살인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 공개적인 곳에 영상을 올려 누군가를 명예 훼손 하는 건 꽤 심각한 일이니까. 그리고 네 질문에 답하자면, 유튜브에서 제공한 IP 주소와 네가 알려 준 정보들이 일치했어. 그렇지만 이 정보에 대해서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돼! 에이미를 데리고 나를 한번 찾아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그 애랑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크리스텡이라는 아이도 부를게. 법적 책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고, 양측 부모 입회하에 대면 조사 정도만 진행하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할 거야.” [중략] “여, 여보세요?” 에이미 목소리는 잔뜩 주눅 들어 있었다. “안녕, 에이미? 너한테 해 줄 얘기가 있어서…….” “뭐? 또 무슨 얘기? 빨리 말해 줄래? 난 지금, 그러니까, 좀 바빠서.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거든. 그래서 네 얘기를 해석해서 알아들을 시간이 없어.” “널 공격하는 유튜버에 대한 얘기야.” “아, 그거.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사실 우리 삼촌이 경찰이거든. 그래서 이 일에 대해 좀 물어봤어. 삼촌이 너한테 몇 가지 조언을 해 주라고 해서.” “티투앙,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했어. 아빠가 경찰에 고소를 했고, 변호사도 선임하셨어. 난 총체적 난국이야. 다시는 사람들 앞에 설 수 없을 것 같아…….” “그런 말 하지 마, 에이미.” “매일 악몽을 꿔. 내가 불에 달궈져서 까맣게 타 버리는 꿈을……. 티투앙, 이제 나한테서 유튜브는 영원히 끝이야. 삼촌께 고맙다고 말씀드려 줘. 그리고 난 괜찮아. 이미 죽은 목숨이거든.” “그만! 그만하라니깐? 에이미, 왜 그래!” “미안. 안녕, 티투앙.” 에이미는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티투앙은 왜인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 pp.102-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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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하고 가혹한 유튜브 정글에 무방비로 서 있는 십 대 아이들
요즘 십 대 아이들의 희망 직업 상위권에는 늘 ‘유튜버’ 혹은 ‘인플루언서’가 랭크되어 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 숨은 사이버 폭력과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선택을 받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과 뒷광고 논란, 서로를 향한 자극적인 공개 저격과 비방, 그리고 쏟아지는 악성 댓글까지. 손가락 하나로 수십만 명의 관심을 얻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비난의 화살을 맞고 매장당하기도 하는 곳이 바로 지금의 미디어 세상이다. 『유튜버 전쟁』은 이처럼 광활하고 적나라한 유튜브 세상에 아무런 방어막 없이 노출된 청소년들의 삶을 치밀하고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다. 30만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유튜버 ‘에이미’와 이제 막 환경 이슈를 다루는 채널을 시작한 ‘티투앙’을 중심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협찬과 광고의 경계를 넘나드는 뒷광고 문제뿐 아니라 익명 뒤에 숨은 허위 사실 유포, 유튜버 간의 사적 제재까지-현재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민감하고 살벌한 이슈들을 십 대의 눈높이에서 실감 나게 포착해 낸다. 특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과 충격적인 반전 결말은 독자들에게 짜릿한 서사적 재미를 선사하는 동시에, “우리가 소비하는 미디어 콘텐츠의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해 사뭇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단순히 유튜버라는 직업이나 미디어 문화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상 세계에서의 인기와 익명성이 주는 자극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십 대 아이들의 심리를 아주 치밀하게 추적해 나간다. 5년 만에 새 옷을 갖춰 입은 이번 개정판은 미디어 세상을 안전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모두가 함께 읽어야 할 안내서 역할을 충실하게 담당해 낼 것이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은 잔인한 악플러의 실체를 추적하다 뷰티 유튜브 채널 〈힙걸 에이미〉를 운영하는 에이미는 학교에서도 인기 스타다. 대기업에선 거액의 광고비를 제시하며 제품 광고를 문의하고, 학교에선 친구들이 틈만 나면 달려와 유행하는 화장법을 묻는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은 에이미는 점점 도도하고 거만해진다. 그런 에이미를 짝사랑하는 티투앙은 에이미와 대등해지고 싶은 마음에 평소 관심 있는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지구는 나의 집〉을 개설한다. 구독자 수는 미미하지만 언젠가 유튜브 스타가 되는 날을 꿈꾸며 열심히 영상을 찍어 업로드한다. 그런데 어느 날, 〈#머저리들에게_질렸다〉라는 익명의 유튜브 채널이 등장한다. 돼지 얼굴 모양의 가면을 쓴 유튜버, 자칭 ‘머저리맨’은 다짜고짜 에이미를 저격하기 시작한다. 에이미가 대기업에게 돈을 받고 유해 제품을 광고했고, 남자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는 것처럼 말하지만 모두 거짓말인 데다, 그 애의 아빠는 사기꾼이라며 마구 모함을 하는 것이다! 머저리맨의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이 그 이야기들을 그대로 믿고 에이미를 헐뜯기 시작하자 에이미는 크게 상처를 받는다. 티투앙은 하루하루 우울해지는 에이미를 보며 힘이 되고픈 마음에 ‘머저리맨’이 누군지 찾아 나선다. 에이미를 도와 〈힙걸 에이미〉를 함께 운영하다가 얼마 전에 크게 다툰 크리스텡? 에이미에게 들이대다가 거절당한 뤼카? 그러는 사이, 에이미는 유튜브 채널은 물론 자신의 모든 SNS 계정이 악성 댓글로 더럽혀지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티투앙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는데……! 자극적인 썸네일과 구독자 수에 갇힌 십 대들, 그 폭력의 민낯을 들추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바라보고 느끼는 유튜브 세상을 매우 직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스타가 되어 부와 명예를 얻거나 자신이 꿈꾸는 세상으로 바꾸고 싶은 청소년들의 욕망이 여과 없이 그려진다. 그중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익명의 존재에게 정체성을 흔들리고 마는 에이미, 구독자들에게 더더욱 주목받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마다하지 않는 티투앙의 모습은 지금도 우리가 유튜브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얼굴을 가리고 나타나 에이미를 공개 저격하는 ‘머저리맨’은 익명성을 활용해 사람들을 선동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악성 댓글을 달도록 유도하는 등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다. 이는 실제로 유튜브에서 벌어지는 이런 사건들이 얼마나 자주, 빠르게, 그리고 쉽게 일어나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머저리맨은 오로지 카메라 앞에서 말로써 에이미를 공격한다. 무차별적인 공격에 시달리다 못한 에이미는 결국 존재의 의미를 잃고 죽음의 위기로 내몰린다. 이는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폭력 못지않게 정신적 폭력 또한 매우 위험한 가해라는 사실을 또렷이 상기시킨다. 이것이 바로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을 때,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신중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 이유이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머저리맨의 실체 역시 주목할 만하다. 가해자는 내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악성 댓글을 수없이 써 온 전력이 있는 사람일 수도, 난생처음 누군가를 비방해 보는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머저리맨은 에이미를 꼬집어 저격하려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티투앙에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다. 누군가를 향한 비난이 비단 당사자에게만 충격을 주는 게 아니라 주변인까지 위험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 셈이다.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의 소용돌이 끝에 맞이하는 충격적인 결말은 독자들에게 사이버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서늘하고도 진하게 불러일으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