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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재앙 속으로의 여정 동굴 속의 거인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와 마녀 키르케 망령들과 괴물들 칼립소의 섬에 갇힌 오디세우스 파이아키아왕의 딸, 나우시카아 거지가 된 오디세우스 페넬로페이아의 남편 그리스 문자 호메로스라는 수수께끼 『오디세이아』를 처음 만나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해설 |
Gillian C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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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과거로부터 인간의 인내심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알 수 없는 위험과 무시무시한 괴물들로 가득한 이 기록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항해하며 거친 바다의 분노에 맞서 10년 동안 싸워온 한 남자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모든 왕 중에서 가장 영리했던 자, 이타케의 오디세우스에 관한 것이다.
---「시작하기 전에」 중에서 “전쟁이 끝나면 아버지는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오실 거다.” 10년째 되는 해, 그리스는 교묘한 속임수를 써서 트로이아 성벽 안으로 들어갔다. 거센 피바람과 불길 속에서 전쟁은 끝이 났고, 황금의 도시 트로이아는 불에 타 폐허가 되었다. 그리스의 왕들은 차례차례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돌아왔다. 오디세우스만은 예외였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 답을 아는 사람은 올림포스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신들뿐이었다.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 지혜의 여신 아테나, 신들의 전령이자 거인을 물리친 자 헤르메스, 바다를 지배하며 대지를 흔드는 어둠의 신 포세이돈이 그 주인공이었다. 오직 그들만이 오디세우스의 기나긴 이야기의 전모를 지켜보고 있었다. ---「전쟁」 중에서 “아버지 포세이돈, 나에게 복수의 기회를 주소서! 오디세우스가 이타케의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막아주소서! 만약 반드시 집에 가야만 한다면 아주 오랜 여정이 지난 후에야 가능하게 하소서. 동료들과 배를 모두 잃고 가엾은 상태로 이타케에 도착하게 하시고, 도착한 후에도 그의 집에 온갖 시련이 가득하게 하소서!” 바닷물이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부풀어오르더니, 오디세우스의 배 주변에서 거칠게 솟구쳤다. 부하들은 동료들과 나머지 열한 척의 배를 두고 온 섬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를 저었다.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배가 난파될까 봐 다들 공포에 떨었다. ---「동굴 속의 거인」 중에서 힘들게 발버둥 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다 포기하고 물에 빠지는 게 어떨까? 유혹은 강렬했다. 하지만 이타케에 돌아가겠다는 그의 갈망은 그것보다 더 강렬했다. 그는 몸을 웅크려 망토를 머리 위에 뒤집어썼다. 오디세우스는 눈을 감은 채 이 폭풍우와 끔찍한 실망감을 다 견뎌내기로 마음먹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바람이 흩어지고 파도가 잠잠해졌다. 오디세우스는 고개를 들어 지금 위치가 어디인지 확인했다. 그들은 바람에 휩쓸려 아이올로스의 떠다니는 섬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랐다. 아이올로스가 한 번 더 그들을 도와주지 않을까?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와 마녀 키르케」 중에서 세이렌은 오디세우스의 배를 발견하자마자 노래를 불렀고, 그 소리가 바다 너머로 울려퍼졌다. (중략) 노래를 듣자 오디세우스는 알 수 없는 갈망에 휩싸였고, 부하들에게 당장 노를 내려놓고 자신을 풀어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부하들은 들을 수가 없기에 대답도 없었고, 오디세우스는 눈을 부라리고 인상을 쓰면서 비명을 지르고 악을 썼다. “밧줄을 풀어라! 아까 내가 한 이야기는 다 헛소리다! 노 젓기를 멈춰라! 나를 저기로 보내다오!” (중략) 몇몇은 노 젓기를 멈추고 귀를 막은 밀랍을 빼버리고 싶은 충동에 빠지기도 했다. 이미 고향을 떠난 지 10년이 넘은 상황인데다 이타케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오디세우스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필사적으로 무언가 갈망하는 듯한 오디세우스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병사들은 일부러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노에 체중을 실은 채 계속해서 노를 젓고…젓고…또 저었다. ---「망령들과 괴물들」 중에서 그를 또 잃게 된다는 생각에 페넬로페이아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한 명의 신이라도 적으로 두고 있으면 결코 평화롭게 살지 못하는 법이지요. 이것이 행복한 노후의 대가라면 그 여정을 떠나야만 해요.” 오디세우스는 그녀를 다시 한 번 껴안았다. 이젠 자신의 여정에 행복한 결말만 있으리라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잠시 후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이아는 위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있었던 그 기나긴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페넬로페이아의 남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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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를 만든 영웅의 모험담이 아니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한 인간이 전쟁터의 오만과 탐욕, 폭력을 내려놓고 다시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 『오디세이아』는 흔히 키클롭스와 세이렌, 키르케가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호메로스가 진정으로 들려주고자 한 이야기는 괴물과 신들의 세계가 아니다. 『오디세이아』는 전쟁의 영웅이었던 오디세우스가 긴 귀향 끝에 한 인간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귀향 서사'다. 전쟁에서 얻은 명예를 넘어 가족과 공동체,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트로이아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는 누구보다 뛰어난 지략과 용맹을 지녔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는 10년 동안 바다를 떠돌며 괴물과 유혹, 폭풍과 절망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그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몸에 밴 오만과 탐욕, 폭력성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이었다. 호메로스는 가장 위대한 영웅조차 평화를 되찾으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디세이아』는 오늘날에도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다. 경쟁과 성취, 성공만을 향해 달리는 우리에게 이 작품은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명성과 권력보다 소중한 것은 함께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 낯선 이를 환대하는 마음, 그리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용기라는 사실을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통해 일깨운다. 그의 모험은 결국 세상을 정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이야기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오디세이아』가 끊임없이 영화와 소설, 연극, 미술의 영감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대가 달라져도 인간은 여전히 길을 잃고, 유혹에 흔들리며, 삶의 방향을 찾아 헤매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특정 시대의 영웅담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인생의 여정을 비추는 거대한 은유다. 그렇기에 『오디세이아』는 고전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생생하게 말을 거는 이야기다. 원작은 그대로, 독자의 이해는 더 깊게! 질리언 크로스와 닐 패커가 완성한 새로운 호메로스 읽기 고전을 읽기 쉽게 만든다는 것은 내용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원작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질리언 크로스와 닐 패커는 호메로스의 서사와 미학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작품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읽기를 제시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어린이·청소년 문학 작가 질리언 크로스는 카네기 메달을 비롯한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녀는 이번 작업에서도 원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호메로스 특유의 문체와 서사의 흐름, 그리고 '장밋빛 손가락을 지닌 새벽', '포도줏빛 바다'처럼 오래도록 전해진 표현들을 최대한 살려, 오늘날 독자들이 원작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쉽지만 가볍지 않고, 친절하지만 원작의 품격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닐 패커의 그림이 더해졌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자인 그는 『신곡』『셰익스피어 전집』『장미의 이름』 등 세계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에 삽화를 그려온 작가로, 철저한 시대 고증과 독창적인 화풍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긴장감을 한 장면 한 장면 생생하게 구현해 글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서사의 결을 시각적으로 완성했다. 질리언 크로스의 글과 닐 패커의 그림이 만난 이번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는 원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호메로스의 세계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고, 이미 읽어본 독자에게는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만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