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의 글 | 문재인 전 대통령
프롤로그 1. 무명 독립군 묘소를 찾아서 2. 대숙청에 휩쓸린 독립지사들 3. 조선의 나폴레옹을 찾아서 4. “그러니 그들을 생각하지도 기다리지도 말아요” 5. 낯선 이름들 사이에서 6. 탁탁 막히는 삼복더위 속에서 7. 황구령을 넘어서 8. “아바이, 산으로 가십시다!” 9. 미국 속의 작은 한국 국립묘지 10. 당신께서 지나오신 여정을 어느새 함께 따라가고 있습니다 11. 조국, 고향 산천으로 모십니다 12. 홍범도 장군을 찾아서 13. 이제야 모시러 왔습니다 에필로그 |
|
이 업무를 담당한 14년 동안 나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심지어 키르기스스탄 같은 낯선 나라에서 수많은 독립 유공자의 묘소를 마주했다. 유해 봉환을 위한 파묘 과정에서 엄혹한 시기를 헤쳐 온 독립 유공자의 유골을 직접 본 적도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수많은 독립 유공자의 묘소를 접하고, 그들의 유골을 직접 마주한 일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프롤로그』 내가 하는 일은 독립운동가들이 생애 마지막에 머문 장소를 찾아내고, 그분들의 삶과 흔적을 다시 대한민국의 역사 속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다. --- 『1. 무명 독립군 묘소를 찾아서』 출장 계획서를 작성해 K과장님께 보고하면서 속으로는 ‘성과가 없는 출장을 보내 주실 리 없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K과장님은 “한번 제대로 조사해서 적어도 어느 지역에서 처형되셨는지라도 파악할 수 있다면 그것도 성과지”라며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덕분에 하바롭스크 지역에서 무명 독립군 조사와 함께 스탈린 시기에 처형된 독립 유공자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수 있게 됐다. --- 『2. 대숙청에 휩쓸린 독립지사들』 식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 그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80여 년 전에 죽은 독립운동가의 유해를 찾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외교적 수사나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3. 조선의 나폴레옹을 찾아서』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현실적인 문제가 생겼다. 묘소를 찾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독립 유공자들의 삶이 멈춘 장소는 확인했지만, 정작 그들이 영원한 안식을 취하고 있는 정확한 지점은 끝내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 『4. “그러니 그들을 생각하지도 기다리지도 말아요”』 삐딱하게 기울어진 묘비에는 가족묘임을 보여 주듯 11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생전 그녀가 겪어야 했던 잔혹한 운명을 증명하듯, 주세죽의 이름은 낯선 러시아인들의 이름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지금까지 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독립 유공자들의 묘소를 찾아다녔지만, 이토록 깊은 쓸쓸함이 남아 있는 묘소는 처음이었다. 나는 묘소를 뒤로한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겨우 차에 올라탔다. --- 『5. 낯선 이름들 사이에서』 꽤나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올라 정상 부근에 도착한 뒤 뒤돌아본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드넓은 벌판 위로 끝없이 펼쳐진 묘비의 바다. 그 사이사이에는 묘비 대신 세워진 수많은 정교회 십자가들이 솟아 있었고, 묘역마다 둘러쳐진 쇠창살들까지 겹쳐 보이니 마치 거대한 고슴도치 대군이 행군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 『6. 탁탁 막히는 삼복더위 속에서』 “한국의 국립묘지로 모시는 건 어떨까요? 어르신도 많이 가 보셨겠지만 관리도 잘돼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여기에서 자라셨고, 여기에서 활동하셨소. 또 양옆에 가족들 묘가 있는데, 낯선 곳으로 가는 것도 그렇지. 그래서 내가 죽어서라도 이 묘소를 지키려고.” --- 『7. 황구령을 넘어서』 “그런데 말이오. 학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이 벌어진 장소를 알기를 원하는데,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곳까지 알고 싶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소. 나한테 와서 묫자리를 알려 달라고 하는 사람은 선생이 처음이오.” --- 『8. 아바이, 산으로 가십시다!』 모두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다. 나 역시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얼마나 푹 잤는지 비행기가 착륙한 뒤에도 눈이 잘 안 떠졌다. 잠시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통화 버튼을 눌렀는데,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이번 한카 정상 회담 시 대통령께서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 협조해 달라고 정식 요청드렸습니다. 이와 관련한 추진 계획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작성해 주시고 바로 보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11. 조국, 고향 산천으로 모십니다』 차에서 내려 곧바로 관을 옮길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공항 활주로에 주기돼 있는 회색빛의 거대한 우리 공군 특별 수송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낯선 나라, 낯선 땅에 서 있는 비행기 동체에 적힌 “REPUBLIC OF KOREA AIR FORCE 대한민국 공군”이라는 글자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타국에서 보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대한민국’ 국호가 세워지기까지 흘려야 했던 수많은 선열과 영령들의 피와 눈물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국호를 지켜낸 사람들 가운데 한 분인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국방부 의장대의 운구에 맞춰 서서히 대한민국 공군 특별 수송기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13. 이제야 모시러 왔습니다』 |
|
·국립묘지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국립묘지에 들어서면 우리는 가지런히 놓인 묘비와 그곳에 새겨진 이름을 본다. 그러나 한 사람이 그 자리에 모셔지기까지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해외에 묻힌 독립 유공자라면 그 과정은 더 길고 복잡하다. 묘소를 찾고 후손을 확인하고, 현지 정부와 협의해 파묘와 운구를 진행한 끝에야 비로소 고국으로 모실 수 있다. 국립묘지는 단순히 국가가 관리하는 묘지가 아니다. 국가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자, 국민이 그들의 삶을 공동체의 기억으로 이어 가겠다는 다짐이다. 국외 독립 유공자의 유해를 봉환하는 일 역시 이국에서 생을 마치고 역사에서조차 잊힐 위기에 놓인 사람을 대한민국의 역사 안으로 다시 모시는 일이다. 『무덤 찾는 남자』는 정돈된 묘비 뒤에 가려진 이 약속의 이행 과정을 보여 준다. ·이름 없는 공무원의 집요함이 보여 주는 국격 그 약속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사람은 대개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실무자다. 저자가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막막할 때가 많다. 남아 있는 것은 오래된 기록 한 줄이나 사진 한 장뿐이고, 묘소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도 없다. 현지 묘지에 도착해도 명부의 이름과 기록이 일치하지 않거나 수많은 비석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행정기관의 협조가 늦어지고 어렵게 찾은 후손과 연락이 닿지 않을 때도 있다. 해외 출장에는 정해진 일정이 있지만 그 안에 조사를 끝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저자가 이토록 집요하게 일을 하는 데에는 먼저 국민의 세금으로 떠난 출장인 만큼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공직자의 책임감이 있다. 조사 목적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다음 사람이 이어 갈 기록 하나는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도 그를 재촉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묘소에 관한 기록과 증언은 희미해지고, 오늘 놓친 단서를 다시 확인할 기회가 영영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자신이 포기한다는 것은 한 공무원의 조사가 중단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가가 그 사람을 찾는 일을 멈추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독립 유공자를 합당하게 예우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해진다. 그래서 애초의 단서가 끊기면 다른 기록을 확인하고, 계획했던 조사가 막히면 남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는다. 묘비 하나를 더 살펴보고 현지인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다음 조사로 이어질 흔적을 남긴다. 이름 없는 한 공무원의 이러한 집요함이 국가의 약속을 현실로 만든다. ·성과와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 사이 하지만 저자의 집요함이 봉환이라는 결과를 무조건 밀어붙이는 태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에게 유해 봉환은 성과를 내야 하는 공무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이다. 고인은 국가에는 독립유공자이지만 유족에게는 부모이자 조상이고, 현지 공동체에는 오랜 세월 함께 모시며 한국인임을 기억하게 해 준 위인이다. 저자는 유족에게 봉환 의사를 묻고 그들의 망설임을 충분히 듣는다. 현지에서 묘소를 지켜 온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고, 파묘와 운구 과정에서도 고인의 유해를 정중히 대한다. 사람을 모시는 일에는 성과만큼이나 지켜야 할 절차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국격은 봉환 행사의 규모나 화려한 의전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고인의 유해를 어떻게 대하는지, 유족의 결정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오랫동안 묘소를 돌본 사람들의 노력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 주는 것도 남겨진 사람들을 대하는 정중한 태도다. ·기억하고 예우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모든 묘소 조사가 유해 봉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록이 사라져 끝내 묘소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유족이 고인을 현지에 그대로 모시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유족에게 그 묘소는 오랫동안 부모와 조상을 추모해 온 가족의 자리다. 중앙아시아 고려인이나 미주 한인 사회에서 독립지사의 묘소는 가족을 넘어 공동체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봉환은 고국으로의 귀환이지만, 유족과 현지 공동체에는 또 한 번의 이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유해를 고국으로 모시는 것만이 예우는 아니다. 묘소의 위치를 확인해 기록으로 남기고, 현지에서 훼손되지 않도록 살피며, 후손과 공동체가 간직해 온 기억을 존중하는 일 역시 예우다. 봉환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해서 조사와 기록의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성사된 봉환만 기록하지 않는다. 끝내 찾지 못한 묘소와 현지에 남은 독립지사, 그 곁을 지켜 온 사람들의 사연까지 담는다. 국가가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를 오랫동안 추모해 온 유족과 공동체의 역사를 존중하면서, 그의 삶을 대한민국의 역사 안에 함께 새기는 일이다. 『무덤 찾는 남자』의 가치는 특이한 공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흥미에만 있지 않다. 이 책은 국가의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는 한 공무원의 태도를 통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
|
“나랏일을 하는 이들 중 중요하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국가의 뿌리를 찾고,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로 길어 올리는 이의 노고는 실로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온갖 현실적 어려움과 외로움 앞에서도 역사적 책무와 사명감 하나로 버텨낸 저자의 걸음걸음은, 감동을 넘어 숭고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지사의 유해 한 구를 모셔오는 일은, 비로소 대한민국이 완전한 해방을 맞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 문재인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