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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문고

책소개

목차

마음의 안녕을 위하여
01 사단에서 칠정으로
02 욕(欲): 알고리즘이 기르는 욕망
03 노(怒): 분노를 파는 기계
04 구·우(懼憂): 불안의 증폭
05 애·독(哀獨): 외로움과 AI의 위로
06 락(樂)의 왜곡: 쾌락과 권태 사이
07 중화(中和): 마음의 평형을 기르는 기술
08 인심도심(人心道心): 마음의 주인 되기
09 마음의 병과 돌봄: AI 시대의 정신건강과 수양
10 마음의 완성: 수신에서 평천하로

저자 소개 1

교육철학 연구자다. 동아대학교에서 교육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대학교 교육혁신원 교육성과관리센터 조교수(2022∼2024), 가야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초빙조교수(2020∼2021)를 역임했다. AI 시대 교육의 철학적 기초와 유교 사상의 현대적 재해석을 연구한다. “역량기반 AI 리터러시 성취기준의 철학적 한계”(2026), “AI 시대 교육에서 ‘We co-emerge’ 개념화”(2025), “학습자 데이터 주체성의 조건”(2025) 등의 논문을 KCI 등재학술지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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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28*188*7mm
ISBN13
9791143031570

책 속으로

그러나 사람이 하루하루 겪는 감정의 대부분은 사단이 아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고, 화를 내고, 두려워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한다. 이 실제의 감정 생활을 유가는 칠정이라 불렀다. (…) 이 책의 범위도 분명히 해 둔다. 칠정 일곱을 다 다루지는 않고,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첨예하게 어지러워지는 감정만 골라 다룬다. 알고리즘이 부추기는 욕심(欲, 2장), 기계가 증폭하는 노여움(怒, 3장), 알림과 비교가 키우는 두려움, 그리고 거기 잇닿은 근심(懼憂, 4장), 인공지능의 위로가 파고드는 슬픔과 외로움(哀獨, 5장), 도파민이 왜곡하는 즐거움(樂, 6장)이다. 기쁨(喜)과 사랑(愛)은 즐거움과 슬픔의 장에 녹여 다루고, 미움(惡)은 노여움의 장에서 함께 살핀다. 자의적 취사가 아니라 의도된 선별이다. 칠정을 백과사전처럼 나열하는 대신 인공지능이 실제로 흔드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 「01 사단에서 칠정으로」 중에서


기계가 분노를 부추긴다면, 그 분노는 왜 그토록 빠르게 퍼지는가. 심리학자 윌리엄 브래디(William J. Brady)와 동료들이 이를 실증으로 밝혔다. 이들은 총기 규제, 동성혼, 기후변화라는 세 가지 첨예한 쟁점을 두고 오간 50만 건이 넘는 소셜 미디어 메시지(n=563,312)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도덕과 감정이 결합된 언어가 한 단어 더 들어갈 때마다 메시지의 확산이 약 20퍼센트씩 늘어났다. 이들은 이 현상을 도덕적 전염(moral contagion)이라 이름 붙였다. 여기서 두 가지를 짚어 두어야 한다. 첫째, 도덕적 전염은 단순한 감정의 전염과 다르다. 도덕적 색채 없이 감정만 담긴 언어나 감정 없이 도덕만 담긴 언어보다, 도덕과 감정이 뒤섞인 언어가 유독 멀리 퍼졌다. 곧 사람을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그저 격한 감정이 아니라 정의감으로 무장한 감정이다. 둘째, 이 전염은 무리의 경계 안에서 더 세게 작동했다. 도덕적 감정 언어는 같은 진영 안에서 더 빠르게 번지고 진영을 가로질러서는 덜 번졌다. 나의 분노는 나와 같은 편에게 가장 잘 옮는다.
--- 「03 노(怒): 분노를 파는 기계」 중에서


즐거움의 원천을 옮긴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다. 그것은 작은 데서 시작한다. 화면을 끄고 남은 그 지루한 십 분을 서둘러 메우지 않고 가만히 견뎌 보는 것, 밋밋하게 느껴지던 산책이나 책 한 권에 다시 마음을 두어 보는 것. 처음에는 그 십 분이 견디기 힘들고 그 산책이 시시하다. 도파민 결핍에 길든 마음이 더 센 자극을 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울이 평형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어느 순간 시시하던 것이 다시 맛을 내기 시작한다. 무뎌졌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안빈낙도란 결국 이 되살아남이다. 큰 자극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감각, 그 감각을 되찾는 일이다. 한 그릇 밥으로도 즐거울 수 있었던 안회의 비결은 특별한 밥이 아니라 그 밥의 맛을 느낄 줄 아는 되살아난 감각이었다.
--- 「06 락(樂)의 왜곡: 쾌락과 권태 사이」 중에서


이로써 수양이 무엇인지가 뚜렷해진다. 수양은 윤리와 떨어질 수 없고, 관계와 떨어질 수 없으며, 세상과 떨어질 수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마음의 돌봄에 관해 무언가를 일러 준다. 참된 돌봄도 수양과 마찬가지로 윤리와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다. 병든 마음을 돌보는 일은 증상을 눌러 주는 처치를 넘어, 한 사람을 그의 관계와 삶의 자리 속에서 온전히 대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참된 돌봄은, 참된 수양이 그러하듯, 온전히 기계에 맡길 수 없다. 그렇다고 기계의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돌봄이 닿지 않는 곳은 넓고 사람의 손길은 늘 모자란다. 앞서 보았듯 챗봇이 잠시나마 증상을 덜어 주기도 하고, 전문가를 만나기 어려운 이에게 첫 문턱을 낮춰 주기도 한다. 기계는 사람의 돌봄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 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로 이어 주는 것이다.

--- 「09마음의 병과 돌봄: AI 시대의 정신건강과 수양」 중에서

출판사 리뷰

기계가 흔드는 마음, 수양이 지키는 중심

기계는 이제 표정과 목소리를 읽고, 클릭과 체류 시간을 모아 다음 감정을 예측한다. 추천 알고리즘은 욕망과 분노를 키우고, 알림과 비교는 불안을 부추기며, AI 컴패니언은 외로운 마음 곁에 앉는다. 이런 시대에 “AI가 감정을 가질 수 있는가”보다 “인간은 어떻게 감정의 주인으로 남을 것인가”를 묻는다. 이 책은 《AI와 군자론》, 《AI와 인의예지》에 이은 삼부작의 마지막 권으로, 도덕 감정인 사단에서 삶의 감정인 칠정으로 시선을 옮긴다. 욕망, 분노, 불안, 외로움, 즐거움이 알고리즘과 만나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살피고, 퇴계 이황과 주자, 다산 정약용의 성리학을 통해 감정을 없애지 않고 절도에 맞게 다스리는 중화의 길을 모색한다. 미발과 이발, 인심과 도심, 존양과 성찰 같은 오래된 언어는 스마트폰 시대의 마음을 해석하는 렌즈가 된다. 저자는 기술을 악으로 몰지도, 위로의 기계로 미화하지도 않는다. 챗봇의 위로와 감정 조절 앱의 도움은 실제일 수 있지만, 그 도움에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잃는지는 따져야 한다. 마음수양은 기계를 끊는 일이 아니라 기계에 넘겨서는 안 될 감정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다. 법이 바깥의 행동을 규율한다면 수양은 안쪽의 마음을 기른다. AI가 감정을 읽고 빚으려는 시대, 마음의 안녕은 보호받는 상태가 아니라 스스로 길러야 할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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