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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의예지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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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왜 인의예지인가

01 사단의 발견: 맹자에서 AI 시대까지

02 인: AI 시대의 측은지심

03 인(仁)의 현장: 돌봄 AI와 공감 착각

04 의: 알고리즘과 수오지심

05 의(義)의 현장: 데이터 정의와 공정성

06 예: 인간-AI 상호작용의 새로운 의례

07 지: 기심을 넘어서는 시비지심

08 경: 사덕을 잇는 메타-덕목

09 교육: 사단의 확충과 AI 리터러시

10 격물치지로서의 AI 비판

저자 소개 1

교육철학 연구자다. 동아대학교에서 교육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대학교 교육혁신원 교육성과관리센터 조교수(2022∼2024), 가야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초빙조교수(2020∼2021)를 역임했다. AI 시대 교육의 철학적 기초와 유교 사상의 현대적 재해석을 연구한다. “역량기반 AI 리터러시 성취기준의 철학적 한계”(2026), “AI 시대 교육에서 ‘We co-emerge’ 개념화”(2025), “학습자 데이터 주체성의 조건”(2025) 등의 논문을 KCI 등재학술지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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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62쪽 | 210*290*8mm
ISBN13
9791143028907

책 속으로

이쯤에서 이 책의 자리를 분명히 해 두자. 서문에서 짚었듯 오늘날 AI 윤리는 대체로 ‘원칙’의 언어로 말해져 왔고 세계의 윤리 지침들은 투명성·책임 같은 몇 가지 원칙으로 수렴해 왔다. 문제는 그 원칙이 왜 종종 선언에 그치는가다. 미텔슈타트는 원칙만으로는 윤리적 AI를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는데 그 핵심은 의료 윤리와의 대비에 있다. 의료에서 원칙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환자의 안녕이라는 공통 목표, 히포크라테스 이래의 직업 윤리, 원칙을 사례에 적용해 온 임상 훈련이 받쳐 주기 때문이다. AI 개발에는 아직 그런 토대가 없다. 그래서 똑같이 ‘투명성’을 내걸어도 의료에서는 구체적 의무가 되지만 AI에서는 구호에 머물기 쉽다. 바로 이 빈자리에 사단이 들어선다. 사단은 지켜야 할 규칙의 목록이 아니라 그 규칙을 살아 있게 하는 도덕적 마음의 싹이다. 원칙이 형식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것을 떠받치는 마음이 함께 자라야 하며 사단론은 그 마음을 묻는 언어다. 그렇다면 그 마음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곧 확충의 과제가 남는다.
---「01_“사단의 발견: 맹자에서 AI 시대까지”」중에서

돌봄의 위기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시도가 보충이 아니라 대체로 흐를 때 4궁인은 기술의 돌봄을 받되 인간의 직접적 돌봄을 잃는다. 로봇에게 이름을 불러 인사하는 독거노인의 모습은 따뜻해 보이지만 그 따뜻함 뒤에 “이 노인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인간이 있는가”라는 물음이 숨어 있다.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의 도덕적 선택이다. 다산이 행사론으로 말했듯 인은 행위를 통해 형성되므로 돌봄의 행위를 기계가 전부 대리하면 인은 위축된다. 로봇은 돌봄의 조건을 마련할 수 있지만 돌봄 자체(고통에 감응하고 관계를 맺는 행위)는 인간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 이때 인을 서양의 돌봄 윤리나 공감 개념과 동일시하는 환원은 경계해야 한다. 인은 관계적 맥락 안에서 사단 전체와 연결되는 덕이며 돌봄의 한 측면으로 포괄되지 않는다.
---「03_“인(仁)의 현장: 돌봄 AI와 공감 착각”」중에서

예의 문법은 세 규칙으로 정리된다. 첫째 고지의 예다. AI 개입 사실을 이용자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챗봇이 “저는 AI입니다”라고 말해도 대화 중 그 사실을 잊고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고지는 형식에 머문다. 둘째 거부의 예다. 거부 경로가 동의 경로만큼 쉬워야 한다. 구독 해지가 가입만큼, 데이터 수집 거부가 동의만큼 손쉬워야 한다. 셋째 해명의 예다. 결정의 이유를 이용자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5장에서 설명이 전문가의 언어가 아니라 이용자의 언어로 전환돼야 한다고 한 것이 그 조건이다. 예는 일방적이지 않다. 이용자도 AI 결과물을 자기 것처럼 제출하거나 맹목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인간-AI의 예는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의 쌍방 문법이다. 다만 사양지심을 소비자 보호나 프라이버시와 일대일로 등치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교육적 진입 경로이지 개념적 등치가 아니며 유교의 예는 그보다 넓고 깊다.
---「06_“예: 인간-AI 상호작용의 새로운 의례”」중에서

이 프레임워크가 제시하는 AI 리터러시는 주로 자격화의 영역이다.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AI 도구를 활용하며 AI의 사회적 영향을 인식하는 역량이다. 자격화는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사단의 확충이라는 관점에서 네 차원을 다시 읽으면 주체화의 가능성이 열린다. 인간 중심 사고는 AI 앞에서 자기 주체성(agency)을 지키라는 요구이며 이는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 모두의 토대가 되는 태도다. AI 윤리 차원은 공정성·투명성·프라이버시·인권을 다루는데 이는 수오지심 곧 부당함을 감지하는 마음과 시비지심 곧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의 현대적 발현에 해당한다. AI 시스템 설계 차원은 기술을 인간의 필요에 맞게 설계하라는 요구이며 이는 사양지심 곧 상호작용의 형식을 헤아리는 마음의 실천 영역이다. UNESCO 프레임워크는 자격화의 틀로 설계됐으나 사단의 렌즈로 다시 읽으면 주체화의 자원이 될 수 있다.

---「09_“교육: 사단의 확충과 AI 리터러시”」중에서

출판사 리뷰

인의예지, AI 윤리를 인간의 마음에서 다시 세우다

AI를 법과 원칙만으로 다룰 수 있는가를 묻는 책이다. 한국의 AI 기본법과 유럽연합 AI Act가 시행되며 인공지능을 제도적으로 규율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법은 바깥의 행위를 제한할 뿐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도덕 감각을 길러 주지는 못한다. 공정성 지표를 통과한 알고리즘이 왜 여전히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지, 투명성 원칙을 내건 기술이 왜 책임의 공백을 남기는지 맹자의 사단에서 다시 묻는다.

저자는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을 AI 윤리의 네 단서로 읽는다. 인은 공감하는 듯 말하는 기계와 돌봄 로봇의 역설을 비추고, 의는 알고리즘 편향과 데이터 정의의 문제를 추적한다. 예는 인간과 기계가 함께 살아갈 새로운 관계의 문법을 묻고, 지는 최적화와 계산의 마음에 포획되지 않는 분별력을 탐색한다. 여기에 퇴계 이황의 경을 네 덕을 잇는 메타-덕목으로 세워, 마음의 확충과 제도의 설계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살핀다.

이 책은 서양 AI 윤리 담론을 거부하지 않지만, 원칙을 선언하고 시스템에 내장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AI 윤리는 위에서 내려오는 규범이면서 동시에 아래에서 자라는 마음이어야 한다. 한국 유교의 사단칠정 논변을 오늘의 기술 현장으로 불러와, AI 시대의 윤리를 인간의 마음, 제도, 실천이 만나는 자리에서 다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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