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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5
서론 · 17 · 지식 일반 · 18 · 인식과 인식론 · 21 · 이해와 해석학 · 30 · 하버마스의 합리적 해석학에 대한 비판 · 42 · 무의식적 지식과 역학易學· 49 제1부 지물의 인식론 제1장 서술적敍述的 경험론 · 61 제1절 격물·치지·성의와 ‘주학이종사主學而從思’ · 63 1.1. 대물對物로서의 격물格物 · 63 · 격물치지 대對 격사치지(코기토) · 64 · 데카르트의 ‘격사치지’에 대한 비판 · 66 1.2. 재천성상在天成象과 심상心象 · 74 · 대물對物로서의 ‘격물’과 입상立象으로서의 ‘치지’ · 74 1.3. 재지성형在地成形과 물형物形 · 81 1.4. 내감의 인식적 기능 · 91 1.5. 지각으로서의 치지致知와 ‘입상(인상)’ · 123 · 서양철학의 인상개념의 문제점 · 124 · 심상·입상·의념(관념)의 구분 · 126 1.6. 기氣일원론과 ‘기’로서의 물자체의 인식 · 129 · ‘기’의 분화, 주체와 객체의 동시발생 · 160 · ‘치지致知’로서의 ‘지지至知’와 입상立象(인상) · 168 1.7. 성의: 명확·충실한 관념(개념)의 산출과 서술 · 170 · ‘성의’의 뜻 · 170 · ‘성의’의 방법 · 176 · ‘경험’으로서의 ‘학學’ · 180 제2절 경험과 사유의 관계 · 188 2.1. 선학이후사先學而後思·주학이종사主學而從思 · 188 2.2. 박학(다문다견)·심문(실험)과 경험의 확충 · 198 2.3. 온고지신과 인과적 지식의 산출 · 201 2.4. 개념화·명제화를 위한 신사·명변과 설명 · 216 제3절 서술적敍述的 이론화 · 220 3.1. 이론화로서의 일이관지와 서술序述 · 220 3.2. 선험적 합리론과 지성주의에 대한 비판 · 226 제4절 회의론적 ‘궐의궐태闕疑闕殆’와 중도적 지식철학 · 233 4.1. 다문다견과 궐의궐태 · 233 4.2. 공자의 겸손한 지식철학과 전지주의 비판 · 237 4.3. 노자와 에피쿠로스의 소박경험론에 대한 비판 · 249 4.4. 최한기의 인식론에 대한 분석과 비판 · 257 제2장 인식주체 · 267 제1절 인성의 이중구조: 인심과 육체 · 269 1.1. 인심(심성=영혼)의 구조 · 269 1.2. 육체의 인식적 역할 · 276 제2절 심성의 복합구조: 양심과 덕성 · 279 2.1. 양심: 양능과 양지 · 279 2.2. 윤리적 덕성과 비윤리적 덕성(인식적 지덕) · 285 제2부 공자의 지식이론 제1장 공자의 ‘무지의 지’ · 291 제1절 공자의 ‘무지의 지’와 ‘호지자好知者’ · 293 1.1. 정치철학적 온고지신의 의미 · 293 1.2. ‘무지의 지’: 무지와 전지 사이 · 297 1.3. 인지적人智的 ‘지인’과 신지적神智的 ‘지천’ · 302 1.4. ‘호지자好知者’와 ‘낙지자樂之者’로서의 철인 · 308 제2절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와 ‘애지자’ · 311 2.1. 소크라테스: ‘너 자신의 무지를 알라!’ · 312 2.2. 중간자로서의 애지자 · 314 2.3. 신 개념에 대한 소고 · 317 2.4. 소크라테스의 인지와 신지 · 326 제3절 지식·교육론에서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차이 · 339 3.1.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지식이론적 대립성 · 339 3.2. 공자·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의 교육론의 차이 · 340 제2장 인지적 지식과 신지적 지식: 지인과 지천 · 349 제1절 인지적人智的 ‘지인’과 ‘지언’ · 351 1.1. 지인知人의 인지적 지식: 만학의 중심 · 351 1.2. 지인의 또 다른 통로: 지언知言 · 360 제2절 지인의 바른 방법: 경귀신이원지敬鬼神而遠之 · 368 2.1. 인지적人智的 지인을 위한 경귀신이원지 · 368 2.2. 경험론적 인지론人智論과 절대적 인지주의의 차이 · 375 제3절 『주역』 연구를 통한 공자의 ‘지천’ · 380 3.1. 신지적神智的 지천을 위한 경귀신이근지 · 380 3.2. 『주역』과 지천 · 382 제4절 ‘지인’과 ‘지천’의 통합 · 390 4.1. 천인분리에서 천인상조로 · 390 4.2. 하학이상달의 통합 · 392 제3부 지천의 역학 제1장 공자의 중도역학과 덕행구복론 · 395 제1절 공자의 시서와 덕행구복 · 397 1.1. 공자 자신의 시서蓍筮에 대한 고증 · 397 1.2. 공자의 중도역학: 점서역학과 의리역학의 중도적 통합 · 405 제2절 대흉·대과와 복서피흉 · 409 2.1. 덕행구복과 복서피흉의 결합 · 409 2.2. 『주역』의 괘·효사에서 요청되는 덕행론 · 413 제3절 ‘지성지도’로서의 시서와 ‘공자부점설’의 허위성 · 417 3.1. 국가의 공식 복서에 대한 공자의 강조 · 417 3.2. 공자의 신운身運 역괘 · 420 3.3. 시서법과 점단법 · 422 · 시서법 · 422 · 점단법 · 428 제4절 지천·순천·낙천의 경지 · 433 4.1. 하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지천자 · 433 4.2. 하늘을 좋아하는 순천자 · 435 4.3. 지천·호천을 즐기며 사는 낙천자 · 436 제5절 불가지적 천과 신에 대한 논변의 절제 · 441 5.1. 신과 천도에 대한 공자의 불가지론 · 442 5.2. 천명과 천성에 대한 논변의 절제 · 446 제2장 주역시서와 델피신탁의 비교 · 449 제1절 아테네 민주주의와 델피신탁의 역할 · 451 1.1. 주역시서와 델피신탁의 비교: 유사성과 차이성 · 451 1.2. 아테네 민주주의의 기반: 델피신탁 · 453 1.3. 델피신탁의 구체적 사례들 · 458 제2절 소크라테스·플라톤 철학에서의 덕행과 신탁의 관계 · 462 2.1. 소크라테스의 ‘공자의 길’: 덕행구복과 신탁피흉의 결합 · 462 2.2. 신들린 예지자 소크라테스의 ‘신명순도神命殉道’ · 469 2.3. 플라톤의 이상국가에서의 공식적 신탁 활용 · 483 2.4. 신에 대한 플라톤의 불가지론 · 490 제3절 아리스토텔레스의 신학과 델피신탁에 대한 무관심 · 494 3.1.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지론적 신학 · 494 3.2. ‘인간적 지성의 신격화’와 신탁의 경시 · 502 3.3. 지성주의적 행복론과 비극적 종말 · 511 제3장 중국의 역학과 서구의 역학 · 531 제1절 의리역설과 주희의 비판 · 535 1.1. 왕필과 정이천의 의리역설 · 535 1.2. 주희의 중도역설 · 537 제2절 근현대 서양 학자들의 역설 · 540 2.1. 라이프니츠의 수비학적 『주역』 연구와 좌초 · 540 2.2. 리하르트 빌헬름과 칼 융의 중도역설 · 546 2.3. 서구 역학계의 최근 동향과 『주역』의 다양한 용도 · 576 2.4. 주역점의 적중성과 예견력: 서양인들의 규명 노력 · 588 2.5. 비술祕術로서의 『주역』과 서양의 ‘뉴에이지’ · 590 제4장 한국의 전통적 주역관과 역대 국가의 시서 관행 · 595 제1절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주역관과 시서관행 · 598 1.1. 삼국시대의 역학과 『삼국유사』의 서례 · 599 1.2. 고려시대의 역학과 『고려사』의 여러 공식 서례들 · 601 제2절 조선시대의 주역관과 시서 기록 · 605 2.1. 태종·세종 시대의 공식 서례와 기타 점례 · 605 2.2. 명종 시대 문과전시의 역학 문제와 율곡의 답안 · 609 2.3. 이순신 장군의 시서와 그 서례들 · 610 제5장 실증역학과 현대국가 · 613 제1절 실증역학과 고증·논증·서증 방법 · 615 1.1. 고증과 논증 · 615 1.2. 서증筮證 · 619 제2절 시서의 적중도 검증 · 627 2.1.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년 운에 대한 시서와 점단 · 628 2.2. 각당 대표의 2016년 총선운세에 대한 시서와 적중도 · 630 2.3. 정유(2017)년 대통령조기선거에 대한 시서 · 641 제3절 과학주의 국가의 몰락과 과학적 예견의 불가능성 · 654 3.1. 현대 과학주의 국가의 문제 · 654 3.2. 사회과학자의 인지적 예견과 오류 위험 · 661 글을 맺으며· 668 참고문헌 · 671 찾아보기 · 706 |
黃台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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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사후 오늘날까지 공자의 지식철학은 본격적으로 탐구된 적이 없다. 특히 사물을 아는 것, 즉 ‘지물知物’과 관련된 그의 ‘인식론’은 전혀 언급된 적도 없다. 이런 까닭에 가령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온고지신溫故知新’, ‘격물치지格物致知’ 등과 같은 공자의 모든 인식론적 명제들은 그간 ‘실천론적’ 명제로 곡해되어 그 심오한 지식철학적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심지어 ‘공자철학에는 인식론이 없다’는 망념과 푸념까지도 나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분명히 탄탄한 지식철학을 수립했고 도처에서 이를 논하고 있다. 공자는 인간의 지식을 ‘지물知物, ‘지인知人’, ‘지천知天’으로 대별하고 이에 합당한 지식방법론을 전개했다. 가령 『대학』의 ‘격물치지’론은 물리화학적·천문적 사물을 인식하는 지물知物의 방법을 말한 인식론의 일단이다. --- p.17 우리는 물질적 기氣(에너지)으로서의 물자체(物氣)를, 칸트가 말한 물자체보다 더 근원적인 물자체를 물리력의 경우에 우리의 근감각으로 직접 인식한다. 또한 다른 형태의 에너지들도 각종 도구와 계기計器를 써서 간접적으로 그 실재를 인식하고 그 크기도 측정한다. 또한 에너지가 물질로 변환된 각개 사물의 물자체의 경우에도 각종 물형의 분자구조를 첨단장비와 수리·논증에 의해 대강 알아냈고, 나아가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의 내부구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칸트가 ‘불가지’라고 말한 ‘물자체’는 전체적으로 여전히 모호하지만, 완전한 불가지는 아닌 것이다. 아인슈타인에 의해 에너지와 물질의 상호전화가 입증됨으로써 사물의 근원적 본질이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라는 것이 밝혀졌다. 사물의 근원적 본질로서의 ‘물자체’는 ‘사물’이 아니라 ‘기氣’인 것이다. 따라서 사물에 구속된 칸트의 ‘물자체’ 개념은 인간의 오감의 구속된 그의 ‘현상’ 개념과 함께 폐기되어야 한다. 또한 물자체와 관련된 그의 불가지론도 개별 사물의 물자체든 그 근원인 물기物氣든 어느 정도 가지적이라는 것이 이미 밝혀진 오늘날은 폐기되어야 하는 것이다. --- p.160 1.1. 정치철학적 온고지신의 의미 공자의 ‘주학이종사主學而從思’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경험론은1) 서구 합리론자들의 선험적(본유적)·전지론적全知論的 지성주의와 정면으로 대립하는 것이다. 계몽주의 시대 서구 합리론자들도 한때 공자에 매료되었지만 대개 공자를 오해하고 왜곡시켰고, 중국예찬에 열을 올리던 디드로 등 일부는 비판으로 돌아서 공자에게 등을 돌렸고, 경험론으로 기울어졌던 루소 등 일부는 다시 합리론으로 되돌아 어쭙잖은 절충주의자가 되었다. 역시 공맹철학의 변함없는 유럽 동맹군은 영국의 경험론자들이었다. 경험론은 ‘다문다견’의 경험으로부터 널리 배우고 때맞춰 이를 거듭 익혀 새로운 지식을 얻는 데서 큰 기쁨을 구한다. 그래서 공자는 “경험하고 또 때맞춰 거듭 익히니(學而時習之) 역시 기쁘지 않은가?”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 ‘학이시습’의 의미와 동일한 ‘온고지신’은 정치적 복고주의 원칙이 아니라, 경험론적 인식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온고지신’이 상고주의尙古主義나 복고주의를 담은 것이라면, 이 해석은 즉각 공자의 혁신주의 명제들과 충돌한다. 왜냐하면 『대학』의 첫 구절은 ‘대학지도大學之道’, 즉 정치철학의 대도가 “명덕明德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고 지선至善에 사는 데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이 ‘친민親民’을 “진실로 날로 새롭게 하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한다(苟日新 日日新又日新)”는 탕왕의 반명盤銘, “백성을 새롭게 만든다(作新民)”는 「강고康誥」의 한 구절, 그리고 “주나라는 비록 오래된 나라라도 그 천명을 새롭게 했네(周雖舊邦 其命維新)”라는 『시경』 「대아·문왕」의 시구로 주석하고 있다.(고대에 ‘친親’자는 ‘신新’자와 통용되었다.) --- pp.293-294 2.4. 소크라테스의 인지와 신지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인지人智’의 관점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라도 신지神智에는 이르지 못하는 중간자다. 중간자는 완전성을 갈망한다. 따라서 지적 중간자는 가지적이되 무한한 인간적 지식과 불가지적 신지를 둘 다 갈망하고 애호하는 자, 즉 필로소포스(애지자=철학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타고라스가 스스로를 ‘소포스(지자)’가 아니라 ‘필로소포스(애지자)’라고 자칭하면서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진 이 ‘철학자’ 개념은, 플라톤에 의하면, 특정한 전문적 지혜를 욕구하는 자가 아니라 ‘모든 지혜’를 갈구하는 자를 가리킨다. 따라서 애지자는 ‘모든 배움’을 기꺼이 맛보려고 하고 배우는 일을 반기며 가까이하고 또 이에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 p.326 · 점단법 ‘점단법占斷法’이란 뽑힌 역괘에 담긴 운세를 풀이하는 방법을 말한다. 역괘와 동효를 얻으면 괘의 기본적인 뜻과 동효의 효사를 읽고 물은 물음과 관련시켜 효사와 괘·효상의 상징적 의미를 해석해 물음에 대한 답을 얻는다. 가령 기제旣濟괘 초구 효의 효사는 “수레바퀴를 (뒤로) 끌도다. 그 후미가 (물에) 적시더라도 무탈하도다(初九 曳其輪 濡其尾 无咎)”이다. 이 효사가 예지하는 의미는 “활동 반경이나 사업 범위를 더 확장해서도, 더 전진해서도 아니 되고 오히려 도의상 조금 뒤로 물러나 기득권을 다스리고 지켜야 마땅하다(초효는 이해득실을 초월해 도의만을 논하는 효다)”이다. 그런데 『주역』은 왕왕 특정한 물음을 묻으면 질문한 물음은 도외시하고 시서자에게 임박한 중요 문제를 먼저 답해주는 수가 있다. “『주역』은 묻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본래적 문제의 핵심 포인트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주역』이 우리로 하여금 임박해 있는 어려운 사태에 미리 대비하도록 하기 위해(um uns auf schwierige bevorstehende Ereignisse vorzubereiten) 시서자의 질문을 무시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 p.428 맥클래치 선교사는 부베 신부처럼 『주역』이 노아의 홍수 후에 노아의 한 아들이 중국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베가 『주역』을 고대의 중국인들이 ‘하나의 참된 신’에 대한 지식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쓴 반면, 맥클래치는 이 경전이 “바벨(바빌론)로부터의 이산(dispersion) 전에 님로드(바비론 제국의 건국자)와 그의 쿠시인들(이집트인)에 의해 완벽화” 일종의 이교적 유물론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었다. 맥클래치는 중국인 비非기독교들을 “이교도들”이라는 폄훼적 술어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주역』에 그릇된 신화학을 적용하고 있다. 이 고대 경전은 우리에게 바벨에서 세워진, 그리고 전全세계적으로 모든 이교적 철학저작 안에서 많든 적든 정밀성에서 발견되는 물질적 체계를 큰 명백성과 함께 우리에게 줄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는 8개의 주요 신성의 부류를 이루는 삼위일체론의 가장 고대적인 형태를 발견한다. --- pp.544-545 2.2. 명종 시대 문과전시의 역학 문제와 율곡의 답안 나아가 1565년(명종 33년) 조선 조정의 『주역』관련 문과전시文科殿試 시험문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정이 시서를 국가 차원의 공식적 지식장치로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율곡 이이李珥의 장원급제 답안인 「역수책易數策」의 역학논리를 뜯어보면, 이이는 덕행의 의리역학적 학구學究와 사무史巫의 길을 통합하는 공자의 치밀한 중도역학을 견지하면서 반드시 국가정책의 길흉을 시서로 미리 살펴야 한다는 확고한 의견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p.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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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서 저자로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수년에 걸쳐 연구하고 사색하여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책이 독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절판되어 서점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이 책은 소설책 같은 대중서도 아니고 유행을 타거나 시중의 화젯거리가 되는 책도 아니다.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소수의 독자들 가운데 그것도 공자철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만이 이 책을 원한다. 이 책은 이 ‘공자킬러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공자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는 진지한 사색가들을 위한 책이다. 공자는 앎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자연사물에 대한 인식론적 앎으로서의 ‘지물知物’, 인간과 인문·사회에 대한 해석학적 앎으로서의 ‘지인知人’, 하늘에 대한 역학적易學的 앎으로서의 ‘지천知天’이 그것이다. ‘지인’을 위한 해석학적 방법은 일찍이 공감(서恕)으로 일관하는 공자의 ‘충서忠恕’, 즉 ”서이충지恕以忠之(서이관지恕以貫之)의 방법을 발전시켜 『감정과 공감의 해석학』(2014·15년 1·2권; 2026년 증보개정판 1·2·3권 분책)으로 수립했다. 이 책의 논의 대상은 자연사물을 아는 지물知物의 방법론으로서 공자의 인식론이고, 하늘의 뜻을 아는 지천知天의 방법론으로서 역학易學이다. ‘역학’은 모든 공자연구자들이 알고 있는 지천의 방법론이다. 이 책은 이 역학을 더 깊이, 서구의 역학자들의 연구를 포함하여 더 널리 연구했다. 그러나 공자는 도처에서 구슬 같은 인식론적 명제들을 언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2400년 동안 아무도 이 구슬 같은 명제들을 꿰어 종합하지 않았다. 아무도 언뜻 보면 쉬어 보이는 그 명제들의 진짜 심오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엉뚱하게 이해한 까닭에 이 경전 저 경전, 또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명제들의 상호연관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인식론적으로 공자가 경험론자인지, 합리론자인지도 모른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 책은 바로 공자의 저 구슬 같은 명제들을 일이관지로 꿰고 종합하여 보석 같은 공자 인식론을 구축했다. 그간 그간 내가 정리한 공자인식론을 접한 사람들은 모두 다 공자의 지식철학을 ‘경이롭게’ 여겼을 뿐만 아니라, 이구동성으로 서양의 모든 인식론을 완전히 능가하는 공자의 철학적 위대성을 느낀다고 되뇌었다. 이 책의 독자들도 ‘공자의 위대성’을 다시 느끼는 독서 체험을 하기를 바란다. 앞서 시사했듯이 공자의 지식철학은 지물知物, 지인知人, 지천知天으로 구성된다. ‘지물’은 격물치지를 통해 사물의 ‘속성’을 인식하는 것이고, ‘인식론’은 사물인식 방법에 관한 철학이론이다. ‘지인’은 인간적 자아들의 존재와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고, 그 이해방법에 관한 이론은 ‘해석학’이다. ‘지천’은 특정한 인간사와 자연사에 관한 하늘의 뜻을 아는 것이고, ‘하늘의 뜻을 아는 방법에 관한 논의는 ‘역학易學’이다. 지인의 방법을 다루는 ‘해석학’은 『감정과 공감의 해석학(1-3): 제1권 공감과 도덕감정, 제2권 공감적 자아의 미추감각과 도덕감각, 제3권 언어적 해석학과 공감적 해석학』(2026)에서 거의 완결적으로 논했다. 지물의 ‘인식론’과 지천의 ‘역학’은 『공자와 세계(1·3)』(2011)에서 시도해서 많은 진척이 있었으나 종결 단계에까지 나아가지 못한 채 미완으로 남아 있었다. 2011년에 시도된 이 미완의 시론은 서양의 불완전한 경험철학에의 일정한 경사, 공자 경문들의 심층이해의 미진함 등으로 말미암아 완결점에 이르지 못했었다. 이번에 이 책을 통해 공자의 인식론과 역학에 관한 논의를 완성하고자 한다. 2500년 동안 극동의 유학자들은 성리학 계열은 말할 것도 없고 양명학·고증학 계열도 공자가 나름의 엄밀하고 정치한 인식론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2500년 동안 공자의 인식론에 대한 논문은 단 한편도 나오지 않았다. 19세기 초반 공자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인식론을 논한 19세기 초 조선의 최한기崔漢綺를 예외로 치면, 극동의 유가전통에서 2500년 동안 인식론에 대한 일반적 논의도 전무했다. 그런데 유학자들은 이 “격물치지”를 정현鄭玄(127-200)처럼 ‘지천知天’의 명제로까지 무한히 확장해 지물知物(사물인식)의 바른 발단만을 뜻하는 ‘대물지각對物知覺’의 경험론적 요청조차도 희석시켜 신비화했다. 또는 주희처럼 사물인식의 ‘추극追極’으로까지 종국화終局化 또는 궁극화함으로써 그 인식론적 ‘발단’의 의미를 망가뜨렸다. 따라서 이 학술적 결손과 결함을 메워 공자의 인식론을 복원하고자 하는 이 책은 기존 유가학설들을 다 제쳐놓고 완전히 새로운 논의를 전개한다. 한편, 하늘의 뜻을 아는 지천知天의 방법을 논하는 ‘역학易學’은 공자의 신학神學에 해당하는 점에서 격물치지를 통해 사물을 아는 ‘지물知物’의 방법인 인식론과 다르다. 그런데 극동에서는 그간 공자의 인식론에 대한 논의와 반대로 역학易學에 대해서는 무수한 논의가 있어왔다. 그러나 그것이 왕필의 역설易說이든, 정이천과 주희의 역설이든, 정약용의 역설이든 역학을 어지럽히고 더욱 오리무중에 빠뜨렸을 따름이다. 그러나 현대의 역학논의에는 극동의 학자들만이 아니라 고트로프 라이프니츠 이래 리하르트 빌헬름, 칼 융 등 많은 걸출한 서양학자들도 참여해 있고, 주역점의 활용에는 1990년 노벨문학자 수상자 옥타비오 파즈 등 세계적 문인들이 앙가주망하고 있다. 연전에 필자는 동서고금의 이런 논의들을 모두 비판적으로 종합해서 『주역』의 이해를 질적으로 높이려는 목적에서 『실증주역(상·하)』(2008·2012)을 출간하고 계속 손질해 증보판(2026)을 내왔다. 이 책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역학 논의를 완결하고자 한다. 이 책의 목표는 공자의 지식철학을 재건하는 것이었다. 공자에게 있어 ‘지식’은 ‘지물知物’의 지식, ‘지인知人의 지식, 그리고 ‘지천知天’의 지식으로 삼분된다. 따라서 공자의 지식철학은 ‘지물의 인식론’과 ‘지인의 해석학’, 그리고 ‘지천의 역학’으로 짜여있다. 지인의 방법론인 공자의 ‘공감적 해석학’을 재건하는 작업은 『감정과 공감의 해석학』(2014·2015)을 통해 완료되었다. 그러나 지물의 방법론인 인식론을 ‘서술적 경험론’으로 재건하고 지천의 방법론인 ‘역학’을 공자의 ‘중도역설’로 재건하는 작업은 그간 미완상태에 처해 있었다. 공자의 인식론과 역학이 그간 ‘미완’ 상태‘에 처해 있었다는 말은 이미 얼마간 시도되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서술적 경험론’으로서의 공자의 인식론을 재건하는 것은 『공자와 세계(1)』(2011)에서 초보적으로 시도되었었고, ‘중도역학’의 재건은 『실증주역』(2008)과 『공자와 세계(3)』(2011)를 통해 상당한 수준으로 시도되었었다. 공자철학 연구의 2500년 역사 속에서 지물·지인·지천의 세 지식에 대한 공자의 논의가 복원되고 이것의 현대적 확충과 재건이 시도된 것은 최초의 일이다. 유학 분야의 거의 모든 글들은 공자 인식론이나 공감적 해석학의 경우에 그 존재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전통유학은 일천한 것이었다고 혹평할 수 있다. 나아가 필자가 지금까지 한국·중국·일본에서 2500년 동안 전개된 모든 부정확한 역학이론을 극복하려는 열망에서 개발한 ‘실증역학’은 공자가 견지하고 발전시킨 중도역학의 ‘현대적’ 재건에 해당한다. 이 ‘실증주역’ 단계에서야 비로소 주역시서는 다시 공자 수준의 적중도(70%)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로써 ‘실증역학’은 서양 기독교단에서 발전시켜온 그 어떤 ‘근현대 신학’도 옆으로 제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합리주의 신학은 신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까마득한 태고대에 살았던 소수의 신지적 선지자들의 권리로 특권화한 반면, 공자의 ‘중도역학’은 역괘易卦로 신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모든 역학도易學徒에게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