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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가을호를 펴내며
[특집] 나가시마 슌이치로|갈라파고스에서 전언은 어떻게 변모했는가 박광규|조용하면서도 치열했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신인상] 류지원 〈썩은 사과〉 김지훈 〈마치 현실의 특수설정과도 같은〉 심사평 수상자 인터뷰 [단편] 홍선주 〈현수라는 이름과만 자는 여자〉 정명섭 〈육각정의 밤〉 서동훈 〈귀신 들린 원룸의 비밀〉 [연재] 박인성|서브컬처와 밈으로 문화 읽기: ③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심연 - 해병문학의 남성성, 파시즘, 마조히즘 [작품 톺아보기] 무경|추리소설은 기억한다 - 추리소설 속의 기억과 현실의 기억 [인터뷰] 김소망|다시 볼 때마다 짜릿한 미스터리 소설 - 《반차 쓰고 복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 홍선주 작가 [말풍선] 박소해|청춘과 욕망의 오디세이 - 송아람의 《오렌지족의 최후》 [미스터리 영상 리뷰] 쥬한량|상반된 캐릭터로 매력이 배가된 고장극 미스터리 - 중국 드라마 〈군자맹〉 [사건의 재구성] 황세연 〈용의자 X의 헌신〉 [신간 리뷰] 《계간 미스터리》 편집위원들의 한줄평 2026 여름호 독자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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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와 2000년대의 경계, 그것이 바로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여기서 모든 것이 뒤집힌다.
_나가시마 슌이치로|갈라파고스에서 전언은 어떻게 변모했는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을 둘러싼 ‘인간의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주면서 감정선을 차분하게 건드려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또한 촉법 소년 범죄, 사형제도, 원자력 발전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승화시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_박광규|조용하면서도 치열했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먼저 말하게 하고 나중에 필요한 말만 남기는 방식을 회사에서 배웠다. 회의록에는 결론만 남고, 작업허가서에는 승인 시각만 남고, 메신저에는 필요한 문장만 남는다. 그것들을 밀어낸 사람들의 숨소리는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_류지원 [썩은 사과] 마르코는 숨겨진 내막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근거가 있어서는 아니다. 자신의 직관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 밤이 깊었는데도 사냥개처럼 숲의 가장자리를 떠돌며, 있는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집념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_김지훈 [마치 현실의 특수설정과도 같은] “너 아직도 현수들이랑만 자고 다녀” 현수들이랑만⋯ 의미를 명확히 가늠할 수 없는 표현에 귀가 쫑긋 섰다. _홍선주 [현수라는 이름과만 자는 여자] 신분 차별에 대한 반발심으로 혼인을 거부해왔고, 무예를 수련하면서 여자를 멀리했던 이담은 자신이 이렇게 단번에 사랑에 빠지게 될 줄은 몰랐다. 문제는 그녀가 임금을 모시는 궁녀라는 점이었다. _정명섭 [육각정의 밤] “저, 무당 인플루언서 돼보려고요.” 무당? 인플루언서? 여태 민희가 했던 말도 적당히 특이했지만, 무당 인플루언서라니. 두 단어가 서로 붙을 수 있는 말인지 선경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_서동훈 [귀신 들린 원룸의 비밀]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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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류지원, 김지훈 공동 수상 “현실을 밀도 있게 그린 사회파 미스터리. 노무 전문가가 쓴 글인지 의심할 정도로 자료 조사와 인터뷰에 공을 들인 성실함이 높게 평가됐다.” _류지원 [썩은 사과] 심사평 “클리셰처럼 느껴질 수 있는 요소를 상큼하게 풀어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트릭을 짜고 복선을 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_김지훈 [마치 현실의 특수설정과도 같은] 심사평 류지원의 〈썩은 사과〉는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건을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다. 기술 연구소의 설계 변경이 늦은 걸 공장 전체가 밤으로 메워야 했던 날, 공장 뒤편에서 유해가스 사고가 터진다. 피해자는 협력업체 설비기사. 이전 회사에서도 노무 분쟁과 내부 조사를 오래 맡은 인사팀장 가정설은 대표의 지시를 받고 공장으로 향한다. 진실이 아닌 책임의 자리를 찾기 위해. “가정설은 보고서 제목을 생각했다. 작업자 선개방에 따른 사고 가능성. 한동주가 인정했고 문서로 확인했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과 부합하는 안전한 문장이었다. 안전한데, 한 곳이 자꾸 배겼다.” _류지원 [썩은 사과] 중 김지훈의 [마치 현실의 특수설정과도 같은]은 본격 미스터리로, 추리소설 동아리 ‘추러스’의 추리 퀴즈 대결을 다룬다. 보물찾기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외딴 섬에서 불가능한 방식으로 살해당한 누군가. 그 전반에는 악령이라는 키워드가 깔려있다. 멤버들은 특수설정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을 빌린 이 문제를 읽고 토론을 통해 범인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그때 멤버 중 누군가는 이 문제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해안을 에워싼 절벽이 끝나는 지점을 돌아 내려가자, 절벽에 가려져 있던 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르코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음을 알리는, 무참한 광경을 전시하며.” _김지훈 [마치 현실의 특수설정과도 같은] 중 ● 신작 미스터리 단편 소설 홍선주, [현수라는 이름과만 자는 여자] 정명섭, [육각정의 밤] 서동훈, [귀신 들린 원룸의 비밀] 홍선주의 〈현수라는 이름과만 자는 여자〉는 카페에서 우연히 들은 대화를 계기로 연인이 됐던 인물이 사소한 한마디로 과거의 어둠에 잠식당하는 이야기다. 이번 단편과 《반차 쓰고 복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에 얽힌 재밌는 배경 이야기는 〈다시 볼 때마다 짜릿한 미스터리 소설〉이란 제목으로 실린 인터뷰를 참조하길 바란다. 주로 SF 미스터리를 발표해오던 서동훈은 〈귀신 들린 원룸의 비밀〉에서 방송작가로 일한 경험을 살려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보이는 원룸의 미스터리를 유쾌하게 밝혀낸다. 그러면서도 요즘 세대의 모습을 예리하게 포착해 인상적이다. 정명섭의 〈육각정의 밤〉은 추위를 막기 위해 문을 설치한 육각정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을 다룬 역사 미스터리다. 구중궁궐의 깊은 곳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을 하던 남녀는,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죽임을 당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2026년 제27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인성은 현실이 풍자를 초과할 때, 조롱해야 할 부조리가 조롱의 형식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분석한다. 무경은 〈추리소설은 기억한다 - 추리소설 속의 기억과 현실의 기억〉에서 현실의 기억과 추리소설에서 그리는 기억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장르적 관습과 독자와의 약속으로 굳어진 틀을 전복할 방법은 없는지 묻고 있다. 박소해의 〈말풍선〉에서는 송아람의 《오렌지족의 최후》를 텍스트로 삼아 한때 한국을 풍미했던 ‘-족’의 변천사를 톺아보고, 쥬한량은 중국 드라마 〈군자맹〉을 통해서 고장극의 미스터리 장르 가능성을 꼽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