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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입담으로 쓰여진 고대 이집트 서사시
이민정(ladyinred@yes24.com)
기원전 18세기 이집트 역사를 복원해낸 팩션. 뻔뻔하지만 매력적인 노예 타이타를 만나다.
문명의 시작했던 곳, 뜨거운 열기의 사막, 어머니와 같은 나일강의 범람으로 풍족해지는 대지, 그림과 같은 기묘한 문자, 사후세계에 대한 지대한 관심, 파라오를 비롯한 수많은 신들, 피라미드와 미이라의 수수께끼. 막연하고 두서 없는 키워드들이 모여 형성된 기대와 동경 때문인지, 이집트와 나일강이란 소재는 금새라도 나를 고대의 한 시대로 옮겨 놓을 거 같다. 나일강의 여신은 소재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순식간에 이집트 한 복판으로 독자를 던져 놓는 소설이었다. 나일강의 여신은 '다재다능하고 박식한' 노예 타이타가 전하는 여왕 로스트리스의 일대기이자, 18세기 이집트의 역사를 다룬 팩션이다. 기원전 18세기는 역사적으로 잃어버린 고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여기에 작가는 상상력을 가미하여 역사를 복원해 낸다. 로스트리스는 늙스구레한 파라오와 아버지 인테프 경의 욕심으로, 사랑하는 남자 타누스와의 연정을 마음에 담고 파라오의 부인이 된다. 이집트는 상하 이집트의 분리된 정치적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인테프 경의 부정축재로 인한 부패, 외부로는 힉소스 족의 외침으로 시련을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로스트리스는 타누스의 아이를 갖게 되고, 그 아이는 파라오의 왕통을 잇는다. 써놓고 보니 싱거운, 이 줄거리를 살아나게 하는 것은 화자인 노예 타이타이다. 건축, 의술, 전략, 병법에서 심지어 신탁에 이르기까지 육체적인 사랑 빼고 모두 가능한 이 노예는 자화자찬 성향이 강한 인물이지만, 마치 음유시인의 영웅서사시를 듣는 듯 빼어난 입담으로 소설을 전개해 나간다. 타이타는 치밀한 계획으로 로스트리스와 타누스의 사랑을 전달하고, 음모로 인해 교수형에 처해질 타누스의 지위 회복을 꾀하는 동시에 자신을 노예로 만든 인테프 경을 파멸로 몰아가며, 숨은 연정을 감추며 로스트리스의 마지막 부탁인 아들의 보호에도 기꺼이 충성할 것을 맹세하는 등 결정적으로 사건을 구성해 나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소설의 또 하나의 강점은 흥미진진한 사건 묘사에 있다.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하마 사냥이며, 가혹한 노예 제도와 고대 형벌, 전투에 대한 가감 없는 묘사는 혹자에게는 눈쌀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상세하고 생동감 있다.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과 아기자기한 숨은 책략들은 3권이란 분량의 끝으로 독자를 숨가쁘게 몰아간다. 방대한 스토리와 지리적 배경 안에 담긴 모험, 고대 역사와 전쟁, 이집트 풍습, 끊임없이 가슴을 졸이게 하는 사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독자층 모두를 사로잡을 요소를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그다지 많은 작품이 소개되지 않은 윌버 스미스는 데뷔작만 140만부가 팔린 베스트 셀러 작가로, 이집트 시리즈의 첫 작품인 나일강의 여신은 10주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김석희씨의 탄탄한 1부 번역에 이어, 조만간 번역될 2부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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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윌버 스미스의 ‘이집트 시리즈’ 중 그 첫 번째 작품인 '나일강의 여신'. 이 작품은 기원전 18세기 고대 이집트 역사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힉소스족의 이집트 침공을 무대로 그들과 싸우는 이집트인들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잃어버린 이집트 역사의 한 부분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당장이라도 책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묘사, 빠르게 전개되는 속도감은 마치 우리가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여기에 사건에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또 다른 미스터리와 겹쳐진다.
이 소설은 흥미진진한 사건 묘사로 시작된다. 나일 강에서 벌어지는 하마 사냥이 그것. 이집트의 젊은 귀족 타누스가 연출하는 피비린내나는 장면 옆에서 여주인공 로스트리스의 눈부신 자태는 광채를 발한다. 그리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다재다능하고 박식한 노예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타이타의 붓으로 파피루스에 옮겨진다. 타이타가 전하는 입담은 혀를 내두를 정도. 때론 그가 전하는 장광설에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그가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비록 거세된 노예 신분이지만 그 누구보다 명석한 인물로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타이타는 이 소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 그는 단순한 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두 주인공인 타누스, 로스트리스와 함께 이집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18세기 이집트 역사의 잃어버린 기록을 새롭게 재현해 낸 이 소설은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 이들이 이집트를 침공한 힉소스족과 전쟁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한편의 거대한 전쟁소설을 읽는 듯하고, 두 주인공인 타누스와 로스트리스가 펼치는 안타까운 사랑은 한편의 슬픈 로맨스를 보는 듯하다. 또한 이들을 모함하는 무리들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한편의 스릴러를 보는 듯하다. 또한 이들이 망명길에 올라 폭포를 건너는 장면에서는 한편의 엑설런트 어드벤처를 보는 듯하다. 이는 작가 윌버 스미스의 예리한 필력과 장인 정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 지은이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역사를 복원시킨 이 작품을 읽는 동안은 아마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