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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떤 첼리스트의 노동 잣까마귀 입동(立冬) 버려진 계집들 물 길러온 철쭉 늪지대의 나무들 예스터데이 아름다운 음모(陰謀) 옛집에 갔네 뱀 잡는 여자 늙은 여왕 어떤 대화 도강(渡江)을 거부하는 밤 이상한 가게 오래 묵은 악기 어느 날의 방문 나쁜 습관 나무는 유언을 남기지 않는다 대책 없음 허리케인 일기(日記) 2부 조개에게 듣다 보리수 밑을 그냥 지나치다 나쁜 소식 사람은 목숨을 끊고 문득 생각하네 고장난 가족 공존(共存) 아득한 횃대 아직은 알 수 없으리 눈 깜빡할 사이 봄 노래 삽질하는 새 근황(近況) 마침내 비 내리고 뜨거운 상상 만루 홈런 벌 떼 모여드는 밤 등대와 남근(男根)의 관계 그린이라는 흑인노파 어린 무당 3부 뻥이야! 다시 보는 화면 낮달 유년(幼年)으로 가로등 수학여행 미친 바람 돌아가고 쥐똥열매 한때 그 발바닥 아직도 저기 가네 똥끝 어머니와 장롱 도둑고양이 외발노루에 대한 기억 줄에 앉은 새 숯불 피는 밤 늙은 개울 홍녀 그리운 송희 이사 전날 밤 두런대며 여름은 지나가고 시인 산문?‘닥터피시’라는 물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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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편의 시를 제3부로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제1부에서는 갱년기 여성으로 갖는 혼란스러운 심정을 주로 담고 있다. 젊었다고 말하기엔 신체적 변화가 심상치 않게 나타나고 있고, 늙었다고 인정을 해버리기엔 반항 심리가 드는 나이의 이중적인 심정들이 차분하게 들어 있다. 이런 부류에 드는 작품으로는「예스터데이」「아름다운 음모」「옛집에 갔네」「늙은 여왕」등을 들 수 있는데,「뱀 잡는 여자」가 대표적이다. 뱀 잡는 여자 혼자 있는 저녁 무렵 뱀이 들어왔다 베란다에 자살테러범처럼 毒을 품고 잠입한 독사 놀란 새들은 새장을 떠메고 허공 높이 화르르 날아오르고 함께 날아올랐으나 이내 추락했던 나는 엉겁결에 움켜잡은 삽자루를 미친 듯이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한껏 끌어당겼다 놓아버렸던 팽나무 가지처럼 탱탱하게 솟구쳤다가 떨어지는 뱀 그 보다 조금 더 높게 솟구쳤던 삽날 섬뜩하게 내리꽂히는 순간 똬리 탁! 풀어지면서 노을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세상에…… 세상에…… 저 진홍빛…… 무장해제하고 축 늘어져 있는 녀석을 보고서야 나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서웠다 도대체 여자나이 몇 살이면 뱀을 때려잡을 수가 있단 말인가? 뱀 한 마리 잡는 사이에 나는 부쩍 늙어버린 여자였다 남자들도 혐오스러워하는 뱀을 잡았을 때 자신에게 너무나 놀라고 있는 작품이다. 이것은 단순히 사건을 진술한 것이 아니라 뱀의 주검을 확인하는 순간, 세월과 젊음까지 잡았음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제2부에서는 사물에 관한 개인적인 인식이나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시선은 대체로 어두운 쪽에 닿아 있다.「아득한 횃대」에서는 불법 체류자의 고단한 삶을 담고 있고,「고장난 가족」「공존」등에서는 메마르고 혼탁한 시대의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다.「나쁜 소식」「조개에게 듣다」등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발생하는 자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3부에서는 가난했던 시절과 늘 연민했던 가족들에 대한 아픔을 담고 있는데,「뻥이야!」「다시 보는 화면」「수학여행」「쥐똥열매 한때」등이 그러하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특히 감동을 준다. 날마다 똥끝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던, 사는 일이 줄에 앉은 새와 같다던 어머니. 그 어머니와 일찍 헤어져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움과 죄송스러움이「똥끝」과「어머니와 장롱」「줄에 앉은 새」등에 잘 나타나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두런대며 여름은 지나가고」이다. 두런대며 여름은 지나가고 새벽 1시고 2시고 베란다에 나가보면 아파트 옆 개인주택 앞마당에 사람 서넛 어김없이 모여 앉아 두런대다 껄껄댔습니다 희미하게 새나오는 차고 불빛 키 작은 정원나무 적당하게 가려져서 백인인지 흑인인지 코가 큰지 눈이 큰지 알 수 없는 양키들 그림자를 눈 거만하게 내리깔고 바라보는 재미가 얼마나 좋았는지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다가 동백아가씨로 어린 가슴까지 빨갛게 저며놓던 과수댁 경환엄마 곱사춤을 잘 추었던 복진엄마랑 광주리장수 광복엄마 웃기만 웃던 우리엄마랑 노총각 석봉아저씨가 두런대다 폭죽 같은 웃음을 와르르 터트리며 (나라는 달라도 웃음소리가 같다는 건 정말 다행이지) 여름 내내 양키네 앞마당에 모여 앉아 노는 것이었어요 보리밥 알갱이 같던 고향 별들은 바싹 마른 얼굴로 기웃기웃 모여들고 지금은 다 돌아간 옛날옛적 사람들이 어쩌다가 양키네 앞마당까지 끄덕끄덕 흘러왔던 것인지 대나무 평상 그 조그만 쪽배가 여름 내내 정박해있던 양키네 차고 불빛이 꺼지자, 가을이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