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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었는데, 왜 어딘가 비어 있을까
01 AI 기반 창의성 02 게이트키퍼의 암묵지 03 분야마다 다른 시선 04 공학: 문제를 해결하는 완벽함 05 예술: AI가 그려낸 낯선 세계 06 교육: 시행착오의 삭제 07 사회과학: 패턴은 읽지만 맥락은 놓친다 08 효율성 대 모호함에 대한 인내 09 서사와 경험의 부재 10 AI 시대, 인간에게 남는 창의성의 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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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격한 기준을 AI 시대에 적용해 보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더욱 명확해진다. AI가 제아무리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수업안이나 파격적인 그림, 정교한 연구 가설을 1초 만에 수만 개씩 쏟아낸다 한들, 그것만으로 창의성이 곧바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압도적인 기계의 산물들 역시 결국에는 해당 분야의 사람들이 합의하고 공감하는 ‘사회적 인정’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창의성의 길목에 서서 그 산물의 새로움과 유용성을 판별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은 겉으로 명시된 뻔한 평가표 바깥에서, 대체 어떤 보이지 않는 잣대로 AI의 결과물을 심사하고 있을까? 기계가 무한한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그 가치를 감각하고 판단하는 자리에는 결국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출발점이다.
--- 「01 AI 기반 창의성」 중에서 우리는 흔히 창의성을 어디서나 똑같이 통용되는 만능열쇠로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45명의 전문가가 들려준 진실은 달랐다. 공학은 압도적인 효율성을, 예술은 낯선 파격과 서사를, 교육은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깨달음의 과정을 각각 창의성이라 부른다. 학문마다 오랜 세월 다져 온 이 고유한 가치관을 학술적 용어로 ‘창의성의 영역 특수성(Domain Specificity)’이라고 부른다. 공학의 무대에서 찬사를 받는 효율적인 결과물이 예술의 무대에서는 영혼 없는 기계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창의성을 재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은 창의적인가”라는 물음에는 애초부터 획일적인 정답이 존재할 수 없다. AI의 결과물이 창의적인지 아닌지는 그것이 어느 분야의 무대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그 무대를 지키는 사람들이 어떤 가치관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 「03 분야마다 다른 시선」 중에서 교육이 지켜야 할 사명은 너무나도 선명하다. 땀 흘리는 어려움을 기꺼이 겪게 하는 것. 보기 좋은 실패를 든든하게 통과하도록 지켜봐 주는 것. 그리고 그 지난한 터널 속에서 학습자가 스스로 무언가를 깨우치도록 여백을 남겨두는 것. 기계는 그 소중한 여백을 섣불리 채우는 정답 자판기가 아니라, 학생이 더 깊은 숲으로 담대하게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한 랜턴이 되어야 한다. 메타ᐨ창조자의 위대함은 얼마나 빨리 도착했는가가 아니라, 그 험난한 길을 걷는 동안 ‘무엇을 온전히 이해했는가’로 증명된다. AI 시대의 교육은 결국 그 지난한 ‘과정’을 사수하는 일이다. 속도가 우선시될 수 없는 배움의 과정에서, 느리지만 단단하게 사고의 깊이를 더해가는 길을 닦는 것. 효율성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교육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흔들림 없는 본질일 것이다. --- 「06 교육: 시행착오의 삭제」 중에서 반면 AI는 입력된 과거의 데이터를 훌륭하게 요약할 수는 있어도, 과거를 다시 살아보지는 않는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어제의 경험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탈바꿈하는 마법 같은 내적 성장도 없다.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지 않는 한, 어제의 AI와 오늘의 AI는 똑같다. AI는 후회를 그럴듯하게 묘사할 순 있지만, 후회를 말하며 내면이 훌쩍 자라버리는 ‘자기 자신’을 갖지는 못한다. 이것이 AI가 흉내 내는 서사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다. 살아낸 시간의 묵직한 무게가 없는 가벼운 언어. 우리가 투박하고 서툰 인간의 문장에 더 오래 마음을 뺏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어설퍼도 그 안에는 누군가가 진짜로 눈물 흘리며 ‘살아낸 흔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해 깎이고 부서지며 변화하는 주체가 없다면, 그 어떤 최첨단 언어 모델도 서사적 깊이를 빚어낼 수 없다. --- 「09 서사와 경험의 부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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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결과물, 다른 평가… 창의성을 판단하는 숨은 기준
AI는 몇 줄의 명령만으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연구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결과물은 새롭고 정교하며 때로는 인간의 작품과 구별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딘가 비어 있다고 느낀다. 무엇이 빠져 있는 것일까? 그 답을 AI의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창의성을 판단하는 인간의 숨은 기준에서 찾는다. 사람들은 창의성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해도 어떤 작품이 창의적인지는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것이 경험과 문화, 전문 분야에 따라 형성되는 ‘암묵적 이론’이다. 저자는 여러 학문 분야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AI 창작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고, 동일한 결과물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를 분석한다. 공학은 문제 해결의 완성도와 효율을, 예술은 낯섦과 창작자의 경험을, 교육은 시행착오와 깨달음의 과정을, 사회과학은 맥락과 관계를 중시한다. AI가 훌륭한 산물을 만들어도 그것이 곧 창의성의 인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그러면서 창의성을 새로움과 유용성이라는 결과의 속성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묻는다. 문제를 발견하는 감각, 실패를 견디는 시간,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 공동체가 가치를 인정하는 방식까지 창의성의 조건을 확장한다.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존재이기 전에 우리가 창의성이라고 믿어 온 기준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이제 질문은 AI가 창의적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창의적이라고 인정할 것인가로 바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