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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_
봄바람 타고 010 부탁 하나 020 잘못 읽은 편지 030 비밀 하나 042 같은 편 054 진짜 부끄러운 것 068 까막눈 탈출하기 082 꿀 수 없는 꿈 094 시에 담은 꿈 106 조그만 기적 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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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가까워지며 꽃샘바람은 매서워도 햇볕이 제법 따뜻했다. 남자아이가 양지바른 길옆에 쭈그리고 앉아 손장난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막 올라오는 어린 풀을 만져 보았다. 새끼손톱보다 더 작은 꽃들이 신기한지 뒤에서 누가 오는지도 몰랐다.
“그거는 봄까치꽃.” 아이가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모르는 할머니가 다가오자 얼굴이 굳어졌다. “뭐 그래 놀라노? 그 꽃 이름이 봄까치꽃이라고. 언제 이래 봄이 핐노?” 할머니는 아이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옆에 바짝 다가앉았다. “쪼맨해도 이쁘제? 니같이.” 할머니는 나름 친절하게 웃어 보였는데 아이는 영 시뜻했다. 아이는 한 발짝 물러나 돌아앉았다. 그러고는 하얀 풀꽃을 한 줌 뽑아버렸다. 할머니는 불퉁스러운 아이의 행동에도 모른 척하며 바투 다가가 다시 말을 걸어 보았다. “그거는 냉이꽃. 쪼맨해도 억수로 향긋하데이. 니처럼.” 할머니는 아이가 뽑은 풀과 같은 것을 뽑아 코에 갖다 댔다. 숨을 깊게 들이쉬며 향긋한 냉이 냄새를 몸속 깊이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냉이꽃을 아이의 코앞으로 가져갔다. “나도 맡아 봐라. 이기 봄 향기다.” “하지 마세요!” 아이가 쌀쌀맞게 할머니의 손을 떼밀었다. 그러자 할머니도 무안하여 냉이를 내던지고는 손을 툴툴 털었다. --- pp.20-21 「부탁 하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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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온도를 1도 높여주는 문장, 비뚤비뚤 눌러쓴 사랑의 글자들
김대조 작가의 동화 『조그만 기적』은 스마트폰의 차가운 액정화면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진심을 쓰고 읽는다는 것’의 뭉클한 기쁨을 선물하는 작품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겨 빛바랜 흑백 사진처럼 고요하던 산골 마을, 그곳에서 평생 이름처럼 작게만 살아온 ‘조그만’ 할머니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다문화 가정의 아이 ‘기적’이가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서로의 시린 구석을 알아본 두 사람은 군민회관의 한글학교에서 나란히 책상을 맞댑니다. 서울 사는 손녀에게 늦지 않게 답장을 보내고 싶은 할머니의 간절함과, 멀리 있는 엄마·아빠에게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아이의 절절함이 비뚤비뚤한 연필 선 위에 부드럽게 얹힙니다. ‘ㄱ’과 ‘ㅏ’가 만나 ‘가’가 되듯, 서로의 삶에 예쁜 물감이 되어 함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조용하고도 위대한 기적입니다. “글자를 알고부터는 내 온몸이 다 웃는다”던 어느 할머니의 시구처럼, 이 책은 단어 하나, 점 하나에 담긴 인생의 무게와 사랑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메말랐던 마음 한구석에 산수유 꽃망울 같은 온기가 ‘톡’하고 터져 오릅니다. 마음속에 간절히 바라는 기적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이룰지 생각해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덮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조그만 기적이 찾아오기를 소망합니다. 작가의 말 몇해 전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글이 있었어요. 어느 시골 할머니가 쓴 시 한 편이었는데요. 할머니는 어릴 적 힘든 환경 탓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어른이 되어서까지 글자를 모르셨던분이었어요. 늦은 연세에 한글 학교를 다니며 배운 글자로 또박또박 눌러쓴 그 시가 제 마음을 움직였지요. 짧은 시 한 편이었지만, 그 속에 할머니의 지난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었어요. 할머니는 글자를 알고 나서 세상이 밝아졌고 삶이 즐거워졌다고 하셨어요. 그야말로 할머니의 인생에 기적이 일어난 것이죠. 『조그만 기적』에서는 남은 삶이 지루하기만 했던 할머니와 짧게 살아온 삶이 불행하다고만 느낀 아이를 만날 수 있어요. 흑백사진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할머니의 일상에 아이가 찾아오며 선명한 색깔이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할머니와 아이는 서로의 삶에 예쁜 색깔의 물감이 되어 아름다운 그림을 함께 그려나가요. 지루하기만 했던, 불행하기만 했던 삶에 조그만 기적이 찾아온 것이죠.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마음 속에 한두 개쯤 기적을 바라고 있을 거예요. 어느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세상 모든 학교가 사라지는 황당한 기적 같은 거 빼고요.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기적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이루어질지 생각해 보세요. 그 생각 속에 기적을 이루는 비법은 이미 들어 있을 거예요. 여러분의 삶에도 조그만 기적이 찾아올 거라 믿어요. 이 다음 언젠가는 할머니와 아이가 사는 마을에, 행복한 아이들이 북적대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해봅니다. 2026년 선선한 가을바람 부는 날에 김대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