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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뭇재
임종 고모 엄마의 청 두백이네 황매산 소풍 무지개 사냥 소를 잃고 귀신에 씌여서 백중날 전라도 년 김 위원장 누렁이 팔다 도둑 대통령 서거 아버지 병 무실 할매 정애 누나 부산으로 두백이 형 다시 더뭇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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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경상도 두메산골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1984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나는 경상도의 한 두메산골에 살고 있다. 버스가 가파른 고개를 낑낑거리며 넘어야 닿는 곳, 숨막힐 듯 답답하게 첩첩산중에 싸여 있는 곳이 내가 사는 곳 황매이다. 아버지의 임종을 맞으며 우연히 듣게 된 두백이네 소식은 나를 5년 전 기억으로 잡아끈다. 늦된 아이 두백이는 나에게만큼은 듬직한 소몰이 친구였다. 전라도 어딘가가 고향이라는 두백이 엄마를 사람들은 서촌댁이라고 불렀다. ‘전라도 년’ ‘전라도 놈들’이라는 근거도 이유도 없는 욕이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80년 봄이 채 가기 전에 들려온 광주의 ‘폭도’ 이야기는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미움을 더욱 키워갔다. 나락을 베던 어느 날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엄마가 숨겨둔 소 판 돈이 영문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엄마는 서촌댁을 의심했고, 마을 사람들은 싹싹하고 부지런하던 서촌댁을 ‘뒤로 호박씨 까는 전라도 사람’으로 몰아갔다. 사건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질 무렵 돈은 발견되었다. 형체 없는 미움의 화살이 두려웠던 것일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하듯 입을 다물어버렸다. 두백이네는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을 떠났다. 도둑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쓴 채. 5년의 세월을 보내고 비로소 엄마와 나는 두백이네를 찾아 나섰다. 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마음의 짐을 그만 내려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산까지 찾아가 서촌댁과 두백이의 용서를 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첩첩산중에 싸여 있는 황매가 새삼 다정하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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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화운동이 올해로 26주년을 맞았다. 모두에게 꺼내보기 싫은 사진첩처럼 아픈 기억이 되어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의미를 현재의 삶에 아로새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5·18 어린이문학상’은 특히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그 정신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길 바라는 의미가 높다.
5·18 기념재단에서 주최한 제1회 5·18 어린이문학상은 아동문학평론가 김상욱, 아동문학작가 윤기현, 소설가 박혜강의 심사를 거쳐 지난해 11월 결과를 발표했다. 당선작을 내지 못한 이번 공모에서 서지선의 장편동화 <도둑>은 우수상을 받았다. 신인답지 않은 “능숙한 필치와 치밀한 구성”(심사평)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은 <도둑>이 한겨레아이들 높은학년 동화로 출간되었다. 또 한편의 수상작이 오는 6월 뒤따라 출간될 예정이며, 수상작들은 이후 5·18 기념재단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될 것이다. * 동심과 순수를 앗아간 얼굴 없는 도둑 ‘전라도 사람은 먼 세계의 요상한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경상도 산골 소년의 순수한 모습은, 그 순수함 때문에 오히려 섬뜩하다. 근거 없이 전라도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 말은 송곳이 되어 가슴을 찌른다는 서촌댁의 넋두리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피를 흘리게 한 집단 지역주의. 저자는 이 문제가 어린이문학 속에서 화두가 되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고 말한다. 이는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세대간 소통’이라는 5·18 어린이문학상의 제정 의의와 맥락이 닿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광주’와 따로 떼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한 편의 아름다운 성장동화이다. 대통령 서거, 쿠데타, 광주 민주화운동 등으로 격변의 시대를 보내던 79~80년. 경남 어느 두메산골의 한 소년은 날마다 소몰이를 하고, 무지개를 쫓아 산을 넘고, 감자 산꽃을 지며 꿈을 키워 나간다. ‘동막골’을 연상시키는 이 순수의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집단적인 지역주의에 멍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서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 ‘도둑’은 동심과 순수를 앗아가는 정치적 잣대를 은유하기도 한다. 그림 작가 김병하는 답답한 듯 포근한 두메산골, 펼쳐 그린 풍성한 벌판과 밤하늘, 그 시절을 살아간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담백한 수채화로 담아냈다. 따뜻하고 섬세한 그림이 ‘시대’와 ‘진실’을 읽는 재미를 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