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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一 물고기 / 반주 / 강변대로 / 닮았다 / 호외요 / 명품 지갑 / 요가원 / 입장 / 아는 척 / 어설픈 비행 / 포토샵 / 편지 / 삼촌과 조카 / 샤브샤브 / 쓰레드 / 반려동물 / 추억 여행 / 강원 / 물어볼 곳 二 집합 / 낙서 / 회식 / 어리숙한 친구 / 8월의 밤 / 리어카 / 대척점 / 호문쿨루스 / 병실 / 입원 일지 / 유난 / 순례 / 오버랩 / 가면 三 여기 / 금연구역 / 몸값 / 처지 / 삐딱 / 기타 레슨 / 마케팅 정보 제공 동의 / 대리 만족 / 파주 / 적금 / 질문지 / 예술의 자격 / 코인삼 / 그런 거는 없는데 / 무용 / 자 가자 / 행복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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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엄마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셨다. 우린 바닷가 앞에 있는 장어덮밥집으로 갔다. 인테리어가 깔끔한 작은 가게였고 음식은 정갈했다. 엄마와 나는 큰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엄마는 아버지께서 그날 선물과 편지를 아주 좋아하셨다고 전해주셨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셨다. 내가 마음 아플 수도 있는 말이지만 왜 아버지에게 내가 명품 지갑을 사드렸는지 알 것 같다고 말이다. 나는 맞다고 대답했다. 잘난 아들이었다면 명품 지갑 선물은 애초에 필요 없었을 것이다. 아마 아버지도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다.
---p.28 「명품 지갑」 중에서 요가매트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잔뜩 구부러진 등과 어깨는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눈을 감으니 근육의 감각이 더 잘 느껴졌다. 힘을 주고 있는 전거근은 이제 그만 편하게 다시 구부러지라고 한다. 슬쩍 눈을 떠보니 맞은편에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여성의 짧은 탑이 보였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몸과 마음이 다 시끄러웠다.수련이 끝나고 나면 보이차를 마셨다. 수련을 같이 한 예쁜 여성들과 둘러앉아서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제가 복싱을 열심히 해서 살을 쫙 뺀 적이 있었는데, 살을 빼니까 머리가 커지더라구요.” 나는 그 안에서 가끔 재밌는 사람이었다. ---p.30 「요가원」 중에서 도서관 지하였다. 시험 기간만 되면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그 친구랑 복도에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정답게 음악도 하고 지내고 있지만 졸업하고 나면 서로 안 보지 않겠나. 게다가 결혼하면 아마 그게 끝일걸.” 친구는 내 말에 반박은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서운한 건 사실이라고도 했다. “아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일부러 단절하겠다는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겠나 이 말이다.”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건 친구의 결혼식장이었다. 그 뒤로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말한 대로 됐다. 나는 늘 진심을 숨기고 다닌다. 그리고 편지를 다 모아둔다. ---p.46 「편지」 중에서 그녀는 잔뜩 화가 나서는 나에게 말했다. “아니 못 보고 지나갔을 수도 있고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어서 선배인지 몰랐을 수도 있는데 그런 걸로 집합해서 한 사람을 궁지에 몰아세우는 게 진짜 유치해.” 나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대답했다. “그렇지 인사가 뭐 대수라고, 남자들은 원래 그런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그렇게 해야 권위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몸으로 배웠거든. 근데 나는 안 그런다.” ---p.67 「집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