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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퀴는 슬프다
2. 밤길 3. 진술서-도둑질에 대한 나의 전력 4. 진화의 방향은 게으름을 향해 있다 5. 그런데 내가 왜 여기에 있지? 6. 죽은 여자 죽은 남자 7. 죽은 남자 죽은 여자 8. 나무들은 이따금 파업을 한다 9. 이따금은 잔인해지고 싶을 때가 있다 10. 폭포 11. 고구마 12. 전화로 사는 여자 13. 발동기 14. 두 개의 무덤 |
李戴欠,이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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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노인은 쑤세미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 쇠스랑 짚으며 마을 쪽으로 향한다 그림자가 세상 끝에 닿는다 바지게엔 어린 모가 가득하다 먼 데서 황소 울음이 노인의 허리처럼 구부러져 들려온다 --- p.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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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가슴 속에 들어가
발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대 내 안의 발동기 되어 나를 살게 하고 발동기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다른 세상을 만든다 -<발동기>전문 --- p.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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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는 썩은 빵으로 식사를 하였다 나는 당나라 군사와 싸우러 전쟁터에 갔다 그녀는 낙화암에서 떨어졌다 나는 줄곧 상소문을 올렸지만 그녀는 재생되지 않았다 나는 이따금 조물주를 해고하고 싶었다 그녀는 장보고의 달이었다 나는 우산대로 그녀의 성기를 톡톡 건드렸다 나는 돈을 세었고 그녀는 청나라로 팔려가고 있었다
청아 이 애비는 눈 뜨지 못했다 그녀는 하나뿐인 내 딸이었다 불현듯 그녀는 이혼을 하였고 나는 결혼을 하였다 마른 나뭇잎은 뒤집어도 마른 나뭇잎이다 그녀는 꿈을 꾸었고 나는 바퀴벌레를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을 생각하였다 그녀는 자꾸 깨어나려 했다 그녀의 하체에서 고기 비늘을 잘라내고 싶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설핏 웃었고 태어난 나는 울었다 나는 유언을 남기지 않았고 태어난 나는 울었다 나는 유언을 남기지 않았고 그녀는 재혼하였다 나는 줄곧 편지를 보냈지만 그녀는 한 통도 받지 못했다 그녀는 얼음 속에 있었다 나는 이따금 제인 제인 하고 불렀지만 그녀는 고구려의 숲에 있었다 죽은 그녀와 죽은 나는 아이를 만들 생각으로 침대에서 뒹글었다 --- p,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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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하고 사회가 진보할수록 개개인의 감성의 저류에는 원초적인 욕망들이 은밀히 숨쉬고 있으며 , 때로 폭발 직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들이 원활히 배설되거나 스스로 정화되지 못했을 때, 세상은 온통 소통불능의 욕망 덩어리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혼돈의 시대를 살아내는 현대인들이 저마다의 분출구들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문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 역시 글을 씀으로써 부조리한 세계 속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자신의 꿈을 연소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흠 시인은 이번 시집『상처가 나를 살린다』에서 대개의 시인들이 그러하듯 시적 이미지를 창출하여 자신과 세계를 녹여내는 소통의 작업에서 멀찌감치 비껴서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꿈이 기거하는 세계는 견고하되 바깥의 안일한 무리들의 접근은 쉽게 허용하지 않는 듯한 이대흠의 시들은 그래서 자칫 어렵고 난해한 듯 보이지만, 그 저변에서는 막막한 세상을 그저 열심히 가로질러가는 젊은 시인의 순수하고도 우직한 세계관과 솔직한 욕망이 다야한 실험적 기법 속에서 생명력 있게 변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화평론가 방민호 씨는 해설에서 '소통을 꿈꾸되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는 저 세계 속에 남아 있는 이대흠의 시편들'에 대하여 '제가 생각하는 바퀴를 생각하며 열심히 구르고 달리고 있는 바퀴'라는 평한다. 사나운 비바람을 한 점 순수의 세계로 정화, 응결시킨 꽃과 달라서 상처나고 닳아버리고 마침내 산산조각이 나 흩어질 때까지 제 몸을 거칠게 다루는 것이 바퀴의 운명이다. 그 바퀴에 시인으로서의 운명을 대입시킨 작가는 '자신의 외로된 사업'을 제 몸을 굴리고 달리게 하여 '함께하는 모든 것을 자기 위로 올리'는 시인적 희생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구르고 달리지 않으면 자기를 실현할 수도 세상을 구원할 수도 없는 바퀴의 속성이 어둠 속에서 연하게 타오르는 세상의 아름다운 물상들에 상처를 가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목격했을 때, 그는 잠시 방황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 상처입고 버려진 몸들에게서 따뜻한 구원의 여운을 감지하는 시인은 '상처가 나를 살린다'는 극복의지를 가다듬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