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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Van Allas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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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창문에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어요. 처음엔 가늘게 내리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나게 쏟아졌어요. 후드득후드득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벤은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어요. 정말이지 졸렸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 --- p.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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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이 말했어요.
'지리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단 말야. 오늘은 글쎄 꿈 속에서 물에 반쯤 잠긴 세계의 유적들 사이를 떠다녔어. 그런데 스핑크스를 지나가다가 누굴 봤는지 알아?' 벤은 빙긋 웃었어요. '나 아냐? 내가 우리 집 현관에 서 있었지?' 마가렛의 입이 딱 벌어졌어요. '어머, 어떻게 알았어?' 벤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며 소리쳤어요. '나도 거기서 널 봤거든.' --- p.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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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유년 시절의 환상 여행
『벤의 꿈』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벤의 꿈속 여행을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빗소리에 깜박 잠든 벤은 물에 잠긴 세계의 여러 유적을 여행한다. 이윽고 비가 그치고 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친구 마가렛의 입을 통해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마가렛이 벤과 똑같은 꿈을 꾼 게 아닌가! 게다가 둘은 꿈속 어디쯤에선가 서로를 만난 기억까지 공유하고 있다. 순간, 꿈과 현실의 경계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작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전거를 타고 멀어져 가는 벤의 뒷모습을 보여 준다.
『벤의 꿈』은 일체의 면과 색을 오직 검고 가는 선으로 채워 놓았다. 마치 세밀하게 조각하고 옻칠을 한 목공예처럼 깊고 단아한 윤기가 흐른다. 그런데 이런 효과는 동시에 모호하고 흐릿한 미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그림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려 할수록 그렇다. 『벤의 꿈』과 『리버벤드 마을의 이상한 하루』는 각각 꿈과 책(텍스트)이 현실과 만나는지 순간을 그리고 있다. 일견, 꿈과 텍스트가 현실과 관계를 맺는다는 이야기는 많은 그림책의 소재로 씌어 왔다. 예컨대 한 아이가 꿈속 여행을 다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그런 어린이책에 나오는 두 세계는 분명한 경계를 두고 있다. 아이들은 짧은 순간 환상 세계를 경험하며, 이를 통해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는 틀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선긋기가 어른들이 만든 설정이라고 주장한다. 이 선긋기에 따르자면 아이들은 잠시 비현실의 영역에서 부유하다가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작가는 두 작품을 통해 경계선을 지워버린다. 현실이 꿈(텍스트)으로 전화하고 꿈(텍스트)이 다시 현실로 확장하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 더 나아가 작가는 『벤의 꿈』의 미로 같은 그림과 『리버벤드 마을의 이상한 하루』의 질량을 알 수 없는 그림으로, '현실'이야말로 모호하고 흐릿한 세상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견고한 현실을 헤집는 작가의 힘이 어른들에게까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두 그림책을 잇는 사선의 연장선상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작가 김영하의 작가정신을 찾아내는 건 무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