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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Van Allas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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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혜숙 (ruru100@yes24.com)
게임판 속에서 동물들이 튀어나오는 영화 <주만지>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 『주만지』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2차원적 게임 공간과 3차원의 현실을 연결짓는 『주만지』의 상상력은 『리버벤드 마을의 이상한 하루』에서도 변형되어 보이는데 아무 책장을 무심코 넘기다 보면 뜻밖의 반전에 빙그레 웃음지을 수 있는 기발함을 만날 수 있다.
리버벤드 마을은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는 먼지투성이 길을 따라 몇 채의 건물만 덩그라니 서 있는 이 작은 시골마을에 어느 날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이 마을을 감싸다가 이내 사라지고 난 뒤 말들이 끈적끈적한 줄에 뒤덮이게 되고, 곧이어 선인장과 마부, 소떼마저 정체 불명의 줄에 꽁꽁 묶이게 된다. 마을 벽면은 온통 폐허가 되고, 주위는 번들거리는 이상한 줄로 온통 차면서 마을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은 `이상한 빛이 번뜩이고 난 후'라는 수수께끼만 던진 채 점점 긴박해진다. 언뜻 상투적으로 보이는 단순한 스토리지만 무채색의 그림, 정체 불명의 끈으로 보이는 엉클어진 색연필은 이 동화를 푸는 열쇠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국은 계산된, 첫 페이지에 설명한 마을의 특징- 사람의 왕래가 없고, 늘 똑 같은 하루가 되풀이되는 조용한 곳-도 예사롭지 않다. 도대체 리버벤드 마을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마을 사람들의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보안관들이 언덕 위 빛의 정체에 가까이 가는 순간 뜻밖에도 그곳엔 크레용을 쥔 거대한 어린아이의 모습이 비추인다. 그리고 마을을 감싸던 번쩍이는 빛과 미스터리한 사건의 정체가 드러난다. 알고 보니 리버벤드 마을은 소년의 색칠공부 책에 등장하는 그림 속 마을이었고, 끈적끈적한 이상한 줄은 소년이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이었던 것이다. 색칠공부 그림책 속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하여 그림책 밖 소년을 등장시킨 결말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동화책과는 조금 색다른 느낌을 준다. 평면적인 이야기 구성을 뒤엎고 현실과 동화 속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아이들에게 가상의 공간을 이중으로 넘나드는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북극으로 가는 열차』, 『주만지』, 『압둘 가사지의 정원』으로 세 차례에 걸쳐 어린이 문학상인 칼데콧 상을 수상한 미국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더 유명하지만 복잡한 설정 없이 단순한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그려 왔다. 『리버벤드 마을의 이상한 하루 』는 색다른 반전을 기대하는 고학년 어린이는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어린이에게도 적합한 동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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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는 마을 사람들과 카우보이들이 모여 있었어요. 이미 그 끔찍한 줄로 뒤범벅이 된 사람도 있었어요. 사람들 이야기로는 난데 없이 하늘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졌대요. 그 빛에 닿으면 모두 제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답니다. 들소떼와 심지어 하늘을 날던 새들까지도.
"한낮에 어두컴컴한 뒷간에 있다가 갑자기 뙤약볕으로 나온 거 같았다니까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더라구요." 한 카우보이가 말했어요. 빛이 지나가고 깨어보니 온몸에 줄이 감겨 있더라는 이야기였어요. "이제 어쩌면 좋죠?" "평생 여기 숨어 살 수는 없잖아요." 모두들 웅성거렸어요. --- p.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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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유년 시절의 환상 여행
『벤의 꿈』과 『리버벤드 마을의 이상한 하루』는 각각 꿈과 책(텍스트)이 현실과 만나는지 순간을 그리고 있다. 일견, 꿈과 텍스트가 현실과 관계를 맺는다는 이야기는 많은 그림책의 소재로 씌어 왔다. 예컨대 한 아이가 꿈속 여행을 다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그런 어린이책에 나오는 두 세계는 분명한 경계를 두고 있다. 아이들은 짧은 순간 환상 세계를 경험하며, 이를 통해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는 틀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선긋기가 어른들이 만든 설정이라고 주장한다. 이 선긋기에 따르자면 아이들은 잠시 비현실의 영역에서 부유하다가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작가는 두 작품을 통해 경계선을 지워버린다. 현실이 꿈(텍스트)으로 전화하고 꿈(텍스트)이 다시 현실로 확장하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 더 나아가 작가는 『벤의 꿈』의 미로 같은 그림과 『리버벤드 마을의 이상한 하루』의 질량을 알 수 없는 그림으로, '현실'이야말로 모호하고 흐릿한 세상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견고한 현실을 헤집는 작가의 힘이 어른들에게까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두 그림책을 잇는 사선의 연장선상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작가 김영하의 작가정신을 찾아내는 건 무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