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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풍요 속 허기의 뿌리 찾기 1. 화려한, 그러나 암울한 근대의 탄생 바퀴와 증기 소리, 문명을 알리다 쇼윈도, 별천지의 안과 밖 장식품으로 행복을 치장하다 이국취미와 불치의 문명병 서구화, 그 치명적 미혹 2. 더 빨리, 더 많이, 더 에로틱하게 도시, 물욕의 불야성 관계, 탐욕과 음모의 이중주 사랑, 자극와 유혹의 통속극 가족, 역할의 전복 나오며 일상의 볼록렌즈 만들기 더 읽어볼 만한 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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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근대의 이면 들여다보기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드라마 <서울 1945>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기의 혼란 그리고 한국전쟁까지 우리 현대사의 격동기를 그려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네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념 갈등의 첨예한 양상을 보여주던 이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인물들이 처한 상황들을 통해 근대인들의 마음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함흥의 미천한 집안 출신인 개희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조선 최고 호텔의 지배인이 되는 과정은 근대의 변화된 사회분위기와 의식을 반영한다. 이렇듯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내는 강인한 인물형은 채만식이 소설 『탁류』에서 계봉이를 통해 그려낸 바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근대의 인물들이 변화된 시대 속에서 모두 건전한 자아실현의 욕망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력으로 이뤄지지 못한 우리 근대가 태생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식민지 상태에서 이뤄진 조선의 근대화는 일본과 조선 사이에 지배와 피지배, 착취와 수탈의 구조를 만들어, 자본주의 발달의 이익이 모두 온전히 일본을 살찌우는 기형적 구조였다. 휘황한 도시의 야경과 온갖 물신으로 뒤덮인 백화점 쇼윈도는 근대인들에게 소유의 욕망을 부추겼으며, 그들의 일상을 천민자본주의로 물들여 갔다. 일제강점기 작가들은 정치적 발언이 금지된 상황에서 이렇듯 조선인의 일상에 스민 자본주의의 병폐를 문학작품 속에서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우회적으로 고발했다. 『모던의 욕망, 일상의 비애』는 이렇듯 다양한 현대문학 작품들을 통해 근대인의 고뇌를 오늘의 시각에서 다시금 새겨보고 있다. 천민자본주의의 뿌리를 찾아서 1부 “화려한, 그러나 암울한 근대의 탄생”에서는 현대문학 속에 새로이 등장하면서 신문명을 상징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당대의 세태를 훑어본다. 기차나 자동차처럼 동경의 대상이던 기계문물이 신분의 척도로 기능하는 현실, 화려한 상품들과 백화점이 부추기는 소유욕, 온천?카페?병원 등 서구의 신문물이 가져다준 쾌적함 이면의 병폐, 서구화와 문명화에 대한 맹목적인 낙관의 함정 등을 생각해보도록 이끈다. 2부 “더 빨리, 더 많이, 더 에로틱하게”에서는 식민지 근대의 실상을 더욱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욕망과 좌절, 탐욕과 실패로 일그러진 근대인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근대 조선의 지형도 속에서 삶의 비애를 관조하는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본 경성 거리는 씁쓸하고 스산하다. 우리가 막연히 당대 지상과제였으리라 생각해온 정치적 해방에 대한 갈증보다 허망한 욕망을 채우는 데 급급했던 근대인들. 한 치 앞을 모를 만큼 질주하는 사회 속에서, 수많은 유혹과 자극에 노출되었던 근대인의 일상은 현대인과 너무도 닮아 있다. 그렇기에 권태와 허영과 갈증으로 휘청거리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기에 걷고 또 걸었던 그네들 모습을 바라보면서, 오늘 우리를 둘러싼 허상과 맹목적으로 좇아온 환상을 걷고 일상과 존재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는 저자의 제안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