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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의 표본
육각형의 작은 방 |
Yoko Ogawa,おがわ ようこ,小川 洋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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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의 표본」
사이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약지 끝 살점이 떨어져 나간 '나'는 공장을 그만두고 헤매다가 데시마루 씨의 표본실까지 도달하게 되는데, 그곳 표본실은 굉장히 기묘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나'는 접수처에 앉아 '전혀 표본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지 않은', 보통이라면 '표본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한 표본 의뢰를 받는 일을 하게 된다. 악보에 그려진 '소리 표본', '문조(文鳥)의 뼈' 표본, 얼굴에 남은 '화상 흉터' 표본 등. 그러나 표본실의 주인이자 기술사인 데시마루 씨는 기묘한 의뢰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나'는 그의 작업실에 들어갈 수가 없다. '나'는 그의 세계와 나를 가로막고 있는 육중한 나무문을 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면, 문을 열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나는 표본 의뢰서를 작성한다. 사이다 공장에서 사고로 살점이 떨어져 나간 약지의 기억을 표본으로 제작하기 위해. 「육각형의 작은 방」 '나'는 의과대학에 근무하면서 등의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스포츠클럽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이는 여자 미도리 씨. '나'는 슈퍼마켓에서 미도리 씨를 발견하고 그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사택으로 쓰이다가 폐허가 된 아파트 단지의 관리사무소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곳에 있는 육각형의 작은 방은 '이야기 작은 방'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들려준 적 없고, 들려줄 수도 없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하나 되는 일체감 속에서 갈 곳 없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정리되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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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의 표본』 해설
― 칸다 노리코(神田法子, 평론가) 데뷔 이래 창작의 원천으로서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기억」을 표본이라는 형태로 완성시켜 보존하려는 시도. 이같이 기억을 보존시켜 보여 주는 행위는 작가에게 있어 소설 집필이라는 행위 그 자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집요하게 작가는 기억의 변형이라는 모티브를 추구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우선 표본실이라는 시스템과 그 장소이다. 방문객들은 진심으로 표본을 원하는 사람들로, 광고나 지도도 없는 표본실을 찾아온다. 보존하고 싶은 것과 그에 대한 기억을 말하면 표본실 사무직원이 듣고 타이프로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표본기술사가 지하실에서 표본을 제작한다. 독자적인 규칙에 지배당하는 공간이 섬세한 묘사로 완성되어 가고, 그곳에서부터 작가가 만들어 내는 「저편의 세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표본실 사무직원을 그 세계로 연결시키기 위해 구두라는 선물(이상하리만치 딱 들어맞아 발과 일체화되는 듯한)을 준비해 놓고 있다. 도중에 몇 번인가 방문객들에 의해 현실세계로 끌려오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주인공은 마지막에는 자신의 의지로 「저편」의 일원이 될 것을 결심한다. 스스로 약지의 기억을 표본으로 제공함으로써……. 이 같은 전개와 결말로부터, 이질적인 세계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이끌리게 되고 마는, 작가의 자각과 의지가 느껴지는 건 너무 깊게 분석한 탓일까. 기억이라는 세계에 침몰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그걸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는 강한 의중을 작가가 형태를 바꾸어 반복해 묘사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수록작 「육각형의 작은 방」은 자신의 기억을 털어놓는 비밀의 방의 존재를 발견하고 마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스포츠클럽에서 보곤 하는 '미도리'라는 이름의 중년여성의 존재가 묘하게 신경 쓰여 뒤를 밟게 되는데, 아무것도 없고 아무에게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육각형의 작은 방에 도착하게 된다. 말하고 싶은 걸 마음 가는 대로 털어놓는 시스템에 의해 주인공의 숨겨진 에피소드가 밝혀지기까지 실로 교묘한 형식으로 그려 내고 있으며, 여기에서도 기억의 잔재를 선명하게 변화시키는 소설의 마술을 보여 주고 있다. |